난간에 기대어 하염없이 뻥 뚫린 바다를 담았다
옹졸한 가슴이라 담아도 담아도 그대로 내부어진다
어디를 둘러봐도 내쏟아질 바다뿐이라
괜한 심술도 못 내고 바다에 담갔다 빼며 나를 적셨다
그렇게 나를 부서지는 포말에 내버려 두었다가
저녁놀에 흐린 구름을 머금은 윤슬에 나를 비춰도 보았다가
떠가는 추억들은 머금지 않고 흐르는 대로 나를 흠뻑 적셨다
그렇게 동동 떠다니다가 머리 한 켠인지 가슴 한 켠에
떠내려가지 않는 저녁노을을 담은 윤슬이 반짝이는 걸 보았다
아무리 넓은 세상이라 한들
아무리 빛나는 저마다의 추억이라 한들
그 누구라도 각자 가슴엔
떠내려가지 않는 무엇 하나 담고 사는가 싶다
고개를 좀 더 젖혀 내 품에 빛나는 추억을
구름에
하늘에
돌에
비췄다
그건 사랑인가
사랑을 담은 나인가
어쨌건
동동 떠다니며 날 비추고 내가 담은 세상을 비췄다
만약 추억 하나를 담고 살아가야 한다면
세상을 사랑하는 나 하나를 담고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