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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묵 May 30. 2023

F1963

한 조각의 여유

F1963의 전신인 고려제강의 공장, 1945년에 완공되었다. (사진제공: F1963)

 F1963은 60년 전 망미동에 지어진 고려제강의 와이어로프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 태어난 곳이다. 이 공간을 멀리서 보다 보면 떠난 것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공장이 제 역할을 다하고 떠났지만 되려 더 많은 의미를 주는 공간으로 돌아왔다.

 도시재생사업에 대해선 일자무식이지만, 망미골목에서 F1963으로 향해 걸으며 느끼는 정취에서 그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부산 외부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지는 부산이라도 언제고 이 공간이 문화공간으로 돌아왔듯 부산으로 와서 이 공간을 즐겼으면 싶었다.   


망미골목에서 F1963 정문으로 가는 길, 특이한 채색이 눈에 띈다.


뒤 쪽 주차장에서 가면 대나무 숲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대나무 숲을 따라 걷는 길. 무엇이 더 필요할까? 떠올리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놀러 갔을 때 어딘가에 고양이가 널브러져 있는 걸 보는 게 참 좋아졌다. 옳은지 옳지 않은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말이다. 귀엽기만 한 녀석들이 푸근하게 있는 걸 볼 때면 떠올리지 못했던 여유를 한 움큼 떼어 내게 건네는 듯하다. 건네받은 여유가 발걸음에 묻어 나와 길바닥에 흩뿌려지면 절로 흐뭇해진다.  넉넉해진 마음으로 녀석들에게 안녕을 빌어준다.


 





 전통, 역사, 먹거리, 전시같이 F1963을 소개할 수 있는 키워드나 문구들은 넘친다. F1963을 인터넷 어딘가에 써넣기만 하면 미처 알지 못했던 정보들이 펼쳐진다. 개중에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많이 나온다. 그럴 때면 트렌드를 따라가기 버겁다고 느껴졌다. 새삼 나도 이렇게 늙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들이 전해주는 여유 한 조각에 엉뚱한 세월 타령을 담았다. 화려한 조명이나 어딘가를 좇아 다녀야 한다는 마음들이 훌훌 털어져 나간다. 조금의 미소를 머금고 다시 여유를 즐겨본다.





F1963 내 도서관의 모습 (사진 제공:F1963)
도서관 내부의 전경 (사진제공: F1963)

 공장의 옛 모습을 활용한 카페, 트렌드를 좇는 음식점, 전시 공간 등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곳은 단연코 도서관이다. 평소에 읽고 싶었지만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들을 쌓아 놓고 읽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쾌적하게 책 읽기에 좋은 환경은 덤이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절로 이 공간에 감화되는 걸 느꼈다. 와이어공장이 문화공간으로 돌아왔듯, 부산을 떠난 사람들은 결국 부산의 문화와 여유를 그리워하다 돌아오겠단 생각 말이다. 나 역시도 한 조각의 여유가 그리워지면 여기로 돌아올 테다.


F1963으로 가는 길목 (사진제공: F1963)

#문화도시수영#골목학교#도시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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