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묵 May 29. 2023

광안리어방축제


 거제도에서 자고 나란 탓인지 내게 어촌 축제는 늘 초라했다. 어릴 적에 축제라며 간 곳은 말린 멸치나 생선 대가리를 얼음에 박아놓고 팔며 간식거리를 파는 곳에 불과했다. 그런 축제라도 아버지가 막걸리를 자시고 불콰해진 얼굴이면 흔쾌히 평소에 못 먹던 간식거리를 먹을 수 있는 축제, 내겐 어방축제가 딱 그 정도의 추억이었다.

 

 광안리 해수욕장 옆 크게 지어진 성벽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광안리의 반대편에 있는 크고 화려한 가게와 대비되는 성벽의 모습에 눈길이 더욱 간다. 그러다 길가를 수놓은 노란 청사초롱을 따라 걸으며 큼직하게 적힌 광안리어방축제 글씨가 옛 추억들을 새록새록 불러일으켰다.





어방축제 무대에서 전통무예 택견을 선보이고 있다.

 성문을 기점으로 축제를 즐기는 인파와 천막이 즐비했다. 마침 수영성 무대에선 전통무예인 택견을 선보이고 있었다. 신명 나는 춤사위를 보고 있자니 덩달아 흥이 올랐다. 해안 도로를 따라 수많은 인파를 헤집자니 마치 한 마리의 연어가 된 듯하다. 내가 살던 고향을 찾아 거슬러 오르는 그런 연어. 날씨도 적당히 다습해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축제를 따라 곳곳에 신경을 쓴 곳들이 많이 보였다. 축제 장소 곳곳에는 전통적인 어방을 꾸며놓은 곳들이 보였다. 체험관이라든가 만들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이 북적거렸다. 무언갈 하자니 어린아이들을 제치고 나서기 다소 민망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래도 그냥 가자니 섭섭해 어방 축제의 염원을 비는 곳에 주변인의 건강을 비는 짧은 글을 적었다.



현대식으로 어물전을 재구성해놓았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이 멈추었던 곳
























어방축제를 추억 삼아 산 기념품
























부산 캐릭터, 부기





축제의 진짜 주인공

 뭐니 뭐니 해도 지역 축제는 역시 천막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갓 구운 전에 시원한 막걸리 한 잔 하는 맛으로 가는 거다. 거기에다 소소하게 좋은 추억 하나를 더하면 좋고 말이다. 양손에 든 젓가락으로 전을 주욱 찢으며 그런 말들을 나눴다. 노릇한 전을 입에 넣고 어제의 고단함을 씹어내듯 우물대다, 시원한 막걸리를 삼키는 그 맛 말이다.

 

 그렇게 한 입 먹고 있으니 앉은자리 여기저기서 꿀떡꿀떡 삼키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들이 우리의 흥을 더 일으켰다. 경쟁하듯 우리도 크게 꿀떡 하는 소리를 내보였다. 그러다 눈을 감고 옛 어방에서도 이랬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쳤다.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적어도 지금 이이 순간에는 즐겨보자. 행복하자.라는 말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저 전을 입 한가득 넣고, 막걸리를 입 안 가득 마시면 됐다. 옛 수영성에 살던 조상님들의 축제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하길 바랐다.


#문화도시수영#골목학교#도시탐험대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마음가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