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플랫폼 레볼루션>에서는 플랫폼을 ‘외부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플랫폼은 공급자에게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 입장에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상호간의 거래가 활발해질 수록 플랫폼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이와 같은 플랫폼의 역할은 조선시대 난장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5일장과 같은 정기적인 장날 말고도 다른 큰 장이 열렸다. 마을 강가 주변에 있는 공터에서 짧게는 2주, 길게는 두 달 정도 운영이 되었다. 특수 지역이나 계절별로 특별히 나오는 생산물을 거래하기 위한 운영되었기에,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이를 난장(亂場)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짐으로써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었다.
특산물을 거래하기 위한 난장이 서면 상인과 사려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리고 난장에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탈춤 추는 산대놀이는 물론 서양의 서커스단과 같은 남사당패가 함께 했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공간에 활력을 더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보부상과 같은 상인과 구매하려는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난장의 규모는 커져갔다.
난장 vs 플랫폼의 역할 비교(@유통쟁이 김우찬)
이와 같은 난장의 모습은 플랫폼의 활성화 과정과 유사하다. 특히나 특정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플랫폼일 수록 더욱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가령, 패션 플랫폼은 특정 고객층을 타겟으로 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개한다. 그리고 플랫폼은 유입된 고객이 즐길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팬으로 만들어 간다.
결국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장(場)이 형성되면 새로운 업체의 유입이 증가한다. 신규 유입의 목적은 플랫폼과 함께 함으로서 만날 수 있는 고객과 이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매출의 가능성 때문이다.
플랫폼의 영향력은 함께 할 때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브랜드는 혼자의 힘으로 버텨내기 보다는 플랫폼을 통한 고객 접점의 기회를 늘려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은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패션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파트너십을 통한 D2C전략의 변화
최근 D2C(Direct to Customer)전략을 선언했던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파트너십을 통한 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나이키의 D2C를 위한 아마존과의 결별
나이키는 2019년 11월 <우리는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맺을 것이다>라고 선언하며, 세계 최대 온라인 채널인 아마존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 시점 나이키 온라인 매출의 절반이 아마존을 통해서 발생했으니 과감한 도전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판매 역시도 도매업체 채널을 대폭 축소하고, 직영 매장 운영 확대와 자체 온라인을 강화하겠다는 D2C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D2C매출의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이키의 D2C 발표 이후 디지털 기반으로 한 자체 고객 확보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형 유통 도매채널인 ‘풋라커’ 등과 같은 채널과의 파트너십을 다시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결국 직접 판매 방식만으로는 지속적인 운영의 한계를 깨달은 것이다.
아디다스 역시도 옴니채널을 기반으로 한 D2C전략을 강화하고자 했다. 2020년에 <2025년까지 D2C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라고 발표를 하였다. 아디다스 멤버십을 해당 시점 기준 대비 3배 많은 5억명까지 끌어 올리고, 오프라인 매장 역시도 점포수는 축소하되 대형화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아디다스 역시도 실적 개선폭은 물론 D2C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자, <홀세일러들이 베스트 파트너>라고 외치며 D2C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D2C전략에서 파트너십 강화로 전환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재고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D2C전략으로 인하여 브랜딩 강화 및 고객 데이터 확보를 할 수 있으나,쌓여가는 재고 및 직접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둘째, 미국의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급격히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더군다나 SVB(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 등으로 금융시장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적 개선을 위한 다변화가 필요해졌다.
셋째, 단독 채널만으로는 고객층 확보에 한계가 있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는 데에 있어서, 기존의 채널에서 다른 채널로 전환하기를 꺼려 한다.(전환비용 발생) 기존 브랜드에 대한 익숙함은 물론 충성도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이키와 아디다스 역시도 자체 고객층을 확보하려 하지만 다른 플랫폼과의 재협력을 통한 고객 확보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의 파트너십 전략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 역시도 자력만으로 생존을 이어갈 수 없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럴수록 시장의 중개자인 플랫폼의 필요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은 온오프라인 구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브랜드의 D2C에서 채널 확장 전략에 발맞춰, 온라인 플랫폼 역시 파트너십 확대에 나섰다.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을 보유한 무신사와 올버즈의 만남이 대표 사례다.
실리본밸리 운동화로 불리는 친환경 슈즈 브랜드 <올버즈>(@무신사 제공>
올버즈는 양털, 사탕수수, 유칼립투스 나무 등 친환경 소재나 재활용 플라스틱 등을 활용해서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 브랜드로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이 애용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실리콘밸리 운동화'로 일컬어졌다.
올버즈는 지금까지 자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직영 매장 중심으로 전개해왔다. 그런데 최근 직접판매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자체 온라인몰 전개라는 전략을 포기하고 무신사에 입점을 통하여 채널을 확대하였다.
올버즈가 D2C전략의 변화를 준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브랜드 인지도와 저변 확대가 필요했다. 자체적인 브랜딩으로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으나, 그 속도는 더딘 편이다. 그렇기에 올버즈의 타겟 고객과 일치하는 파트너가 필요했을 것이다. 올버즈의 주요 고객은 친환경에 관심도가 높은 2030세대 고객이며, 무신사 역시도 2030세대 고객의 비중이 70%를 상회한다.
둘째,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자체몰과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데에는 큰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매출이 증대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운영은 어렵다. 더군다나 최근 올버즈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이후 주가가 47%가 폭락할 정도로 실적 개선에 대한 부담이 크다.
올버즈와 같은 브랜드 확대를 하고 있는 무신사의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고객에게 적합하고, 무신사와 결이 맞는 브랜드와의 협력만을 추구한다. 무신사의 입점 브랜드수는 현재 6천개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무신사는 오픈마켓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무신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브랜드 셀렉션을 확대하여 타 플랫폼 대비 경쟁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
둘째, 브랜드와 고객이 만나는 하나의 '장(場)'으로서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강화한다. 무신사의 근간은 컨텐츠와 커뮤니티로 회원들이 즐기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치 강가에 펼쳐진 난장처럼 말이다. 난장에서는 탈춤도 추고 남사당도 불러들이며 즐길꺼리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상인과 사람들은 함께 어우러졌다. 무신사 역시도 브랜드와 고객이 즐길 수 있는 기존 플레이어와는 다른 판을 만들어가고 있다.
함께 가야 멀리간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시장 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며 고객의 니즈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럴 수록 시장 지배력 있는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전략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지류는 강이되고,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만들어진다.(사진_픽사베이)
산과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지류(支流)는 곧바로 바다로 흘러들 수 없다. 지류는 큰 줄기인 강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들은 도시를 만들게 되면서 이것이 문명의 시발점이 되었다.
플랫폼은 강물 줄기와 같다. 지류가 흘러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이를 중심으로 고객들이 즐기며 살아가게 만든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트렌드에 맞는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결이 맞는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 그 협력이 한시적이고 각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브랜드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