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X 킹오브파이터즈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쇠퇴해가는 로컬(local)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KTX와 같은 교통편의 발달로 서울로 모이는 중앙집권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서울에서 인기가 있다고 서울과 똑같이 만들거나 따라한다면 짝퉁을 만들 뿐이다. 사람들은 짝퉁을 경험하기 위해서 궂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그곳에 갈 이유가 없다. 그럴 바에는 KTX를 타고 서울에 가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로컬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지역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한다. 그 지역만의 끌어당길 만한 꺼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꺼리는 그 지역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컨텐츠여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전북 익산 지역에서 팝업스토어 기획에 대한 제안을 받아서 고민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려 한다.
전북 익산
'전북 익산'은 인구 27만명으로 전라북도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호남 전체에서 보면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다. 삼국시대 시절 백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대표적으로는 미륵사지 석탑이 유명하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그리 작은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궂이 어떠한 공간을 보기 위해, 궂이 다른 지역에서 익산까지 갈 것인가? 하다못해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꺼리가 없다면 그 지역 주민마저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적합할까?역시 그 지역만의 컨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
밈(meme)을 떠올리다.
그래서 '전북 익산'만이 갖고 있는 컨텐츠가 무엇인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네이버나 유튜브를 통해서 검핵하면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전북 익산'을 검색하면 백제나 미륵사지 석탑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엉뚱하게도 어린 시절 하교길 오락실에서 즐기던 <킹오브 파이터즈(The King of Fighters, 이후 '킹오파')>가 나온다.
왜일까?킹오파의 메인 캐릭터인 '료'가 필살기를 사용할 때 나오는 소리가 바로 '전북 익산'이었다.
신선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검색 결과였을 뿐더러, 이를 잘 활용하면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컨텐츠가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 바로 밈(mim)을 통해서 말이다.
'밈(meme)'이란 모방의 형태로,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서 순식간에 전파되는 어떤 생각, 행동 따위를 말한다. 기억속에 존재하는 옛날의 것을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선함을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밈(meme)을 든다면 가수 '비'를 떠올리게 된다.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가수 비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몇년 전 실패한 노래 <깡>의 영상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큰 관심을 보이게 된다. 기억속의 컨텐츠가 새롭게 재해석되면서 순식간에 바이럴되며 따라하는 영상 마저도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추억속의 가수 비를 소환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밈현상'을 활용한다면 전북 익산도 가능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전북익산 X 킹오파>로 말이다. 모두에게 낯선 '전북 익산'와 추억속 게임인 '킹오파'를 섞어 낸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전북익산 X 킹오파
본격적으로 <전북익산X킹오파>의 팝업스토어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전북익산X킹오파>라는 새로운 조합은 신선함을 안겨줄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공간에서 경험하기 위한 요소로 구성을 한다. 그리고 오프라인 경험에서 그치지 않고,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 온라인 플랜을 병행하여 판을 키우는 것으로 방향을 수립했다.
첫째, 공간에서 전북익산을 외치다.
약 24평 정도의 공간을 중심으로 가능한 선에서의 구상을 시작했다. 공간의 외관에는 <킹오파>의 이미지로 구성을 함으로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출입구에 들어서면 공간의 안내와 킹오파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는 조닝을 구성한다. 그에 이어서 공간의 핵심인 '전북익산X킹오파'를 통하여 '전북익산을 외치다'로 이어지는 경험적 요소를 배치하였다. 시계방향으로 동선을 이동하면서 킹오파 게임을 체험하고 연관 굿즈를 구매하는 순으로 계획을 잡았다.
다소 한정적인 공간이지만 기존의 익산시에서는 시도해 볼 수 없었던 컨텐츠였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까지도 끌어들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도 가져볼 수 있다.
둘째, 익산이 들썩이다.
팝업스토어를 전개하는 시점도 중요하다. 지역마다 다양한 축제 기간이 있기에 이 시점을 노려봄직 하였다. 지역 축제 시점을 통하여 자연 유입이 가능하다. 지역 자체적인 홍보가 이루어진다면 지역 주민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방문할 것이다.
또한 <킹오파> 게임에 대한 팬층을 활용할 수 있다. 해다 게임의 커뮤니티는 약 38만명이라는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전북익산 X 킹오파>는 새로운 경험 요소이다. 팬들이 전북 익산에 아무 이유없이 올리는 만무하지만, 킹오파가 있다면 올 수 있다. 끌어들일 수 있다.
거리 곳곳에 <전북익산X킹오파>의 그래픽 이미지를 붙여서 따라하게 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바이럴하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스스로 움직이며 공유한다.
셋째, 판을 키우다.
새로운 경험의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판을 키워야 한다. 단순히 24평 정도의 오프라인 구성만으로는 화제성을 키우기 쉽지 않다. 오프라인 경험과 함께 온라인 경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오프라인 행사와 함께 온라인 전개도 병행함으로서 판을 키울 수 있다. 밈현상 자체가 온라인에서의 자발적 바이럴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해서 그 지역에서만이 아니라 모바일을 쥐고 있는 잠재적 방문객에게 다가가야 한다. 모바일 세상 경험을 통한 흥미가 오프라인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그리고 이를 통한 온라인 경험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판을 더 키워볼 수도 있다. 최근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유튜버 '다나카'의 행사에는 약 4만명이 방문을 했다. 다나카라는 캐릭터를 경험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전북익산X킹오파>의 경험도 가능하지 않을까? 백화점 바이어는 새로운 컨텐츠에 목말라 있다. 새로운 컨텐츠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익산'이라는 로컬 지역은 오랜 역사는 보유하고 있으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다. 로컬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꺼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승부수를 펼쳐야 한다. 비록 제안한 내용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으나, 로컬 지역의 컨텐츠에 대한 생각과 방향성은 확실하다.
작은 로컬에서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와 같은 전략을 펼치기는 어렵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다. 다윗은 싸움을 앞두고 이스라엘왕이 제안한 튼튼한 갑옷과 무기를 거절했다. 다윗은 작지만 민첩성이 있었고 이것이 자신의 무기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민첩성과 자그마한 돌멩이만으로 거대한 골리앗을 이겼다.
로컬이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 지역만이 갖고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인가?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가?'라고 계속해서 반문해야 한다.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를 해봐야 한다. 비록 시작은 작은 빗방울지라도 어느 순간 폭우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