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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May 26. 2022

고정관념을 부숴라.

유통업(業)!특히 오프라인에 대한 근시안을 버려라.

'와~이 집 토스트 맛집이네!'라는 생각이 든다면 아마도 그 집 토스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일본의 <발뮤다> 토스터기일지도 모른다. 발뮤다는 '가전업계의 애플'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의 돋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2018년 기준 매출액 100억엔(한화 약 1000억원)을 기록할 정도이다.  

하지만 발뮤다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오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록커를 꿈꾸던 데라오 겐이라는 청년은 야심차게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꾸다가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큰 빚을 지고 파산 위기까지 갔었다. 그러나 발뮤다를 지금의 자리에 다시 올려놓을 수 있던 것은 독특한 디자인이나 혁신적인 제품이 아니다. 세계적인 인지도에 비해서 지금까지 내놓은 제품은 10여종 밖에 되지 않으며, 기존에 없던 제품군을 탄생시킨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제품의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제품 외관의 화려함보다는 제품 자체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집중을 했다. 토스터라면 단연코 '맛있는 빵'이라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고, 선풍기라면 더위를 날려보내는 '기분좋은 바람'을 선사하는 것이다. 발뮤다는 그 본질에 집중하였고, 그 결과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다.


그렇다면, 유통업(業)의 본질은 무엇일까?


'유통'은 말 그대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원할하게 흘러가도록, 그래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약 10여년전만 해도 유통의 중심에는 백화점, 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채널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그 중심은 모바일의 등장과 함께 빠르게 재편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천편일률적으로 한정된 오프라인 공간에 수많은 제품을 채워놓고 고객들이 사주기만을 바랄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배고픈 곰 한마리가 사과 나무 밑에서 큰 입을 떡하고 벌린 체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꼴과 다를 바가 없다.


기존의 유통업 특히, 오프라인 채널의 정의를 달리해야 한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공간+경험=장소

시인 김춘수의 대표적 시인 '꽃'에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은 언제 어디서든 돈만 있다면 구매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내가 원하는 순간 결제와 함께 제품은 나에게로 온다. 90년대말 SK텔레콤의 전설적인 광고 멘트 중 하나인 "짜장면 시키신 분!"처럼 주문하면 어디로는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결국 오프라인은 기존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유통시장에서 오프라인의 존재가 절 반 이상을 차지고 있으며, 역할도 크지만 단지 제품력만으로는 고객들을 불러 모을 수 없다. 오프라인 공간은 고객에게 '어떤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서 '특별한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기억에 남는 꽃과 같은 존재로 지속될 수 있다.


위기 속에서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계속되어 왔다. 스티브 잡스는 본인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난 뒤 구원투수로 재등판한 뒤 'Think Different'를 외치며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애플을 부활시켰다. 오프라인에서도 새로운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매장 매출의 핵심인 1층을 와인 전문샵으로 재편(제타플렉스)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은 매출을 포기하면서도 한 층 전체를 숲으로 조성(더현대 서울)하는 등 파격적인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도전이 항상 성공적이었다고는 볼 수 없으나,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 한다. 신세계 정용진 회장이 야구 골수팬도 아닐텐데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프로야구 구단을 사들인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모두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실험적인 도전인 것이다.


이 글을 읽었으면 하는 유통업에 새롭게 발을 들인 초년생인 여러분들이 거창한 도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유통업에 대한 고찰과 도전정신'이라는 중요성을 항상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매장의 고객을 바라보길 바란다. 그러면 지금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을 것이다. 작게라도 변화시키고 새롭게 시도하고픈 행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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