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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Jun 07. 2023

백화점 진출전략(3/3)

기승전결로 스토리를 만들어 가다.(존재를 증명해 나가되, 본질을 지켜라)

오프라인은 죽지 않는다. 다만 고객을 끌어들일 수 없는 오프라인은 살아남기 어렵다. 더군다나 대표적인 오프라인 채널인 백화점은 팬데믹 이후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물며 백화점의 총 시장 규모는 30조원이 넘을 정도로 엄청난 시장이다. 그리고 시장의 변화 속에서 주도권이 고객과 작은 브랜드로 넘어가고 있는 지금이 백화점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적기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백화점 진출을 성공적으로 할 수는 없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브랜드만의 스토리로 승부해야 한다. 바로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브랜드의 기준을 정립(기起) 해야 하며, 그 다음에는 존재를 알려야(승承) 한다. 백화점에서 먼저 찾아올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전(轉)_존재를 증명하다


백화점에 진출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면 결과로 보여줘야(전轉)한다. 즉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본게임이 시작된다.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츠타야 설립자인 마스다 대표(@츠타야 홈페이지)

작은 브랜드로서 거대한 시장인 백화점에서 승부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첫째, 좁게 승부해야 한다.

츠타야 서점으로 유명한 마스다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비즈니스 온타임에는 고객을 바라보고, 오프타임에는 자신을 바라본다

즉 고객을 바라봄으로서 시장을 캐치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

츠타야의 유명한 T사이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좁게 승부하는 전략이 잘 나타난다. 마스다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심이 아닌 주택가로 부지를 선정하였다.그리고 보통의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가장 많이 다니는 시니어층을 타겟으로 삼았다. 결국 시니어층을 타겟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이 만들어 졌다. 하지만 T사이트는 현재 시니어층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처럼 타겟을 좁혀야 한다. 타겟을 좁혀야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작은 매장이라도 백화점 전개의 기회를 잡았다면, 전개할 매장을 잘 살펴 보아야 한다. 고객을 정해서 슬쩍 뒤따라 다녀 보는 것도 좋다. 나이대는 어떻고, 무엇을 구매하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 살펴보자. 이를 바탕으로 좁지만 깊이 있게 타겟을 정해 나가야 한다.


둘째,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백화점에서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적어도 아래 세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보고 준비해 나가길 바란다.

    하나!제품이다. 패션을 예로 들면, 매장에서 직접 체험이 가능한 적정 컬러별 수량이 필요다. 최근 제품 관리로 큰 인기를 끈 ‘시에’라는 브랜드가 인상적이다. 온라인몰 태생의 브랜드이지만, 컬러별 사이즈별 적정 수량을 바탕으로 백화점 매장에서 큰 성공을 만들어 내고 있다.

    둘!운영인력이다. 매장 매출은 샵매니저의 역량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와 충분한 경험이 있는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단순히 매장 매출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샵매니저가 절실하다. 왜냐하면 샵매니저의 성향에 따라서 매장내 스텝 직원 및 아르바이트 직원의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셋!자금력이다. 백화점의 경우 초기 인테리어 비용만 해도 최소 수천 만원이 들어갑니다. 백화점에서 요청하는 사양의 자재에 맞추기 위해서는 평당 인테리어 비용은 기하 급수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작은 브랜드에게 있어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오픈 이후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브랜드 안정화 단계까지의 적절한 자금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셋째, 새로운 가치를 더해야 한다.

지리학자 이푸투안은 <공간+경험=장소>라고 정의했다.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면 그곳은 장소가 된다는 의미이다.


백화점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공간이 있지만, 고객에게 필요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은 고객이 찾아가는 장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매장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어떠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쇼핑의 즐거움 제공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돈키호테 매장>

고객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일본 할인매장 <돈키호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돈키호테>의 영업 컨셉은 “CVD+A”(보다 편리하게, 보다 싸게 그리고 보다 즐겁게)이다. 세상에 편리하고 싼 매장은 있지만 돈키호테 매장만큼 즐거움 경험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경험에 고객들은 반응했다. 내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 여행객들도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새로운 가치는 궂이 너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고객에게 완전히 생소한 개념으로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낯익은 것을 새롭게 해석하여 제공한다면 고객에게는 새로움으로 와닿게 됩니다.

편의점 컨셉의 편집매장 <나이스웨더>(@나이스웨더 홈페이지)

나이스웨더는 ‘현존하는 편의점은 더 이상 편의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였다. 그럼으로서 ‘문화적 소비’를 지향하는 편의점 컨셉의 편집샵이 탄생했다. 누구에게나 낯익은 ‘편의점’에 ‘다양하지만 트렌디한 제품’을 녹여낸 매장에 사람들은 큰 호응을 나타냈다.


이러한 로드샵에서의 긍정적 반응은 ‘더현대 서울’로 이어졌다. 넓지는 않지만 다양한 제품을 둘러보는 재미로 주말이면 항상 대기줄이 서 있을 정도이다. 더현대 서울의 인기 속에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금은 현대 대구, 중동, 천호점 등으로 성공적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결(結)_변하되 지키다


대나무가 땅 위로 싹을 틔우는 데까지는 약 4~5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땅 속 깊이까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울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싹이 난 이후에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간다. 말 그대로 하루게 다르게 말이다.


백화점 시장의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 브랜드를 증명해 냈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욱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의 반응에 맞춰서 브랜드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브랜드의 컨셉과 차별성을 지켜야 한다. 고객은 브랜드만의 컨셉과 이미지를 사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현대 서울 지하2층 모습(뉴진스 팝업스토어/BGZT랩/29CM갤러리)

첫째, 브랜드는 변해야 한다. 고정관념에 갇혀서는 안 된다.

더현대 서울은 최근 가장 언론에 노출되는 백화점 매장이다. 유통의 무덤이라 불리는 여의도에서 통칭 에루샤로 불리는 명품 브랜드 없이도 올해 매출 1조원을 예상하고 있다.더현대 서울은 특히나 지하 2층이 MZ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더현대 서울을 준비할 때 임원진의 지시사항이 내려졌다.

임원진이 모르는 브랜드로 지하 2층을 채워라.

통상 백화점 MD는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위치를 가장 먼저 정한다. 임원진이 알 법한 인지도 높은 브랜드의 위치부터 먼저 정하고 협의를 한다. 그 다음에 다른 브랜드 위치를 순차적으로 정해서 MD를 확정지어 나간다.

하지만 더현대 서울은 기존의 틀을 깨버렸다. 새로운 브랜드만의 조닝을 확실히 분리한 후 기존에 없던 브랜드를 찾아 나섰다. BGZT Lab(브그즈트 랩) 및 디스이지네버댓 등과 같은 차별화된 컨텐츠로 채워졌다. 끊임없이 색다른 컨텐츠로 팝업스토어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변화에 고객들은 반응하였다.오픈 이후 2년만에 30대 이하 고객이 5200만명이 방문했다고 합니다. 인구 분포를 감안시 20~30대 고객이 2년간 2~3회씩은 방문을 해봤다는 의미이다.


백화점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래야 고객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도 고정관념을 벗어버리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을 창출해 낼 수 있다.


둘째, 변하되 본질을 지켜야 한다

쿠론 스테파니백 vs P브랜드의 모방제품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서 고객을 창출해 내야 한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도 없는 변화는 도리어 독(毒)이 될 수 있다. 자신만의 기준 없이 유행을 좇다 보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백화점 핸드백 시장은 10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으며 위축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브랜드별로 명확한 컨셉도 없이 베끼기식 제품 출시로 고객이 발길을 돌린 영향이 크다.


가령, 석정혜 CD가 운영했던 핸드백 B/D 쿠론은 ‘스테파니백’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단일 B/D기준 연 1000억 매출을 달성했다. 스테파니백이 큰 인기를 끌자 백화점 전개 브랜드별로 모방하는 제품이 순식간에 퍼졌다. P브랜드는 쿠론과의 법정 싸움 끝에 패소까지 하면서 곤욕을 치를 정도였다. 이러한 베끼기식 제품이 팽배해지자 고객들은 백화점내 핸드백 B/D에 대한 신뢰를 잃어 갔다.


핸드백 B/D인 루즈앤라운지는 한때 ‘전지현 가방’이라 불렸다. 그당시 매출이 부진하던 D브랜드는 루즈앤라운지 컨셉으로 리뉴얼을 진행한다. 막대한 돈을 들여서 제품 교체 및 모델까지 기용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고객의 반응은 냉담했다. 결국 그 브랜드의 본사는 매출 악화로 큰 위기를 직면하게 되었다.


이처럼 변하되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포르쉐라는 자동차는 누구든 한번은 몰아보고 싶은 워너비 자동차이다. 그런데 포르쉐의 디자인 철학이 인상적이다.

 바꿔라, 그러나 바꾸지 마라(Change it, But do not change it!)

얼핏 들으면 말장난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깊은 의미가 있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 디자인은 지속적으로 변화를 하되, 포르쉐가 갖고 있는 가치와 이념은 지켜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브랜드의 컨셉을 지켜낸 <닥터자르트>

브랜드의 철학과 컨셉을 지켜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켜 나가야 더 멀리 뻗어나갈 수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1층 Dead Space에 전개하던 화장품 브랜드가 있었다. 고객이 지나가는 통로에 벽면 집기만을 놓고 2평 남짓한 곳에서 전개를 했다. 신생 브랜드이고, 의학용품을 연상케 하는 브랜드 네임으로 안정화에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브랜드의 철학을 지키며 계속해서 제품 개발에 집중하며 판고를 넓혀 나갔다. 이 브랜드는 바로 <닥터자르트>이다.

 

닥터자르트는 브랜드의 컨셉을 강화해 가면서, 올리브영과 같은 H&B진출과 해외 반응 호조로 급성장을 했다. 임대료가 비싼 가로수길에서는 통건물을 임대해서 플래그십 스토어로 브랜딩을 키워 나갔다. 이러한 노력끝에 결국 글로벌 뷰티업체인 ‘에스티로더’에 인수가 되었다. 이는 에스티로더가 아시아 최초로 인수한 뷰티 브랜드 사례이다.

식품기업 <감자밭> 그리고 대표 제품인 <감자빵>

다음으로는 본질을 꿋꿋히 지켜나가는 F&B브랜드 이야기를 해보겠다.


강원도 춘천에서 활동하며 우리 농산물에 진심이 두 청년이 있었다. 그 둘은 “고객들이 춘천까지 와서 고급 음료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노란색의 로즈 감자종을 이용해서 ‘감자빵’을 개발했다.이 업체의 이름은 <감자밭>이다.

감자빵이 큰 인기를 끌자 백화점 요청으로 팝업스토어도 성공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감자빵이라는 단일 제품이지만 브랜드의 컨셉이 명확하니 바이어가 먼저 요청한 것이었다.

<감자밭>은 감자빵을 개발한지 1년만에 직원 130명 & 연매출 100억원의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대표이사인 두 청년은 지금도 ‘자기다움은 감자’라고 외치며 본질을 지키며 제품 라인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성공적인 백화점 진출 전략을 위해서는 브랜드만의 <기승전결있는 스토리>를 쌓아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어서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고객관점에서 모든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원칙이다.


수많은 회사 설립자 및 경영진이 착각하는 점이 있다. '내가 제품 개발자이고 회사 설립자이기에 내가 생각하는 데로 시장에서 반응할 거야!'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급자적 마인드에 빠지게 되면 시장 반응의 매서움을 경험할 확률이 높다.


아마존 회의실에 있는 <빈 의자>

고객관점이 갖는 의미를 아마존의 이야기로 되짚어 보겠다.


아마존의 임원 회의 때는 항상 회의실 한켠에 <빈 의자> 한 개가 놓여 있다고 한다.누군가 회의에 늦게 참석해서 비어있는 게 아니다. 바로 고객의 자리이다.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는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바로 고객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멋진 브랜드를 갖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브랜드를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뿌리가 땅에 튼튼히 자리잡아야 한다. 그 땅의 견고함은 바로 고객관점에서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는 의미 있는가?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가? 고객이 어떤 감정을 느끼길 바라는가?’를 항상 되새기면서 그 위에 브랜드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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