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읽고 파다

‘공간’, LCDC서울 그리고 ‘디깅’

by 유통쟁이

나는 공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최대한 시간을 쪼개서 공간을 찾아다닌다.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고민끝에 만들어진 공간에서의 활동이 흥미롭다.

공간의 내외부 연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공간을 채운 컨텐츠를 즐긴다.

그리고 그 공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감정과 느낌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것을 내 나름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 지금 나의 닉네임을 <유통쟁이>라고 지었다.

‘유통’이라는 평이한 단어이지만, 그것은 공간에서 전개된다.

공간의 영역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이든 큰 상관은 없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고 즐거운 기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오프라인을 선호한다.


그런데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나만의 관점이 맞는가 싶은 의구심이 들때도 있다.

나만의 우물에 갇혀 버릴까 싶어서 공간이라는 물리적 실체에 대한 다른 이들의 글이나 책을 즐겨 본다.

그럴때면 ‘아하~’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거나, ‘이건 나와 생각이 좀 다른데’하고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샛길로 갈지는 모를지언정 바르게 가고 있는지 되짚어본다.

이러한 과정 역시도 즐기고 있다.


평소에 <the blank(더블랭크)>라는 공간 컨텐츠 플랫폼의 이야기를 구독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규모에 상관없이 한 공간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을 들려준다.

나름의 해석은 물론 공간 기획 혹은 운영자의 솔직한 인터뷰를 들을 수 있어서 인상적이다.


<the blank>에서 그 동안의 인상적인 공간 이야기를 모아서 책을 냈다.

바로 [공간디깅]이라는 책이다. 책이라는 실체로 읽고 싶은 마음에 서평단 모집글을 보자마자 지원을 했다.

그런데 운좋게 서평단이 되어서 얼마 전에 책을 집으로 받게 되었다.

기존에 읽었던 이야기도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이어서 하루이틀만에 읽어 나갔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책 속의 3분의 1은 내가 직접 가봤던 공간들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아~이런 의미가 있고, 이런 식으로 바라볼 수 있겠구나' 였다.

그래서 그 중에 한 곳을 다시 찾아가서 '디깅(digging)'하고 싶어졌다.

내친 김에 성수동에 있는 <LCDC서울>로 향했다.



#읽고서 보니 이제야 보이는 공간의 이야기#


1. 그래서 LCDC구나?


기존에 LCDC를 두번 정도를 가봤었다. 오픈 초기에 한번, 그리고 몇 개월 후에 한번!

그때마다 '공간의 이름이 왜 LCDC일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의미를 궂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냥 중정을 중심으로 둘러싸인 공간의 매력과 층별 컨텐츠에 집중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책을 통해서 그 의미를 알고서 다시 찾으니 다른 느낌이 들었다.

LCDC의 의미는 패션 브랜드 SJ그룹이 런칭한 'Le Conte Des Conte'의 약자이다.

프랑스어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이탈리아 작가의 동명의 책 제목을 따왔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즉 그 연결성이라는 의미가 인상적이었다.

그 의미를 알고 보니 평소 알던 공간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건물은 알고보니 예전 자동차 수리 공장과 신발 공장 총 3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운데 중정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동일한 패턴의 외장재로 연결지어 있다.

외관상으로는 한 건물로 느껴질 정도로 일관된 스토리를 전달한다.

마치 깔끔하게 꾸며진 하드카피의 책 표지같아 보였다.

1층 까페와 2층 편집샵을 연결해주는 나선형 계단

이야기의 연결이라는 관점에서 각 층을 연결해주는 나선형 계단에 시선이 끌렸다.

각 층별로 완전히 다른 컨셉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층은 까페 Ephemera(이페메라)가 있다. '우편엽서'를 일컫는 뜻으로 다양한 소품이 그 뜻을 안내해준다.

2층은 항상 연출 테마와 진열방식이 다채롭게 변하는 편집샵이 자리하고 있다.(비록 가격대가 좀 있어서, 흥미롭게 눈팅만 한다 ㅜ)

3층은 완전히 다른 컨셉의 각 룸별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작은 브랜드들이 있다.


그리고 각 층을 연결을 나선형 계단이 이어준다.

블랙톤의 나선형 계단이 각 층별 중앙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는 각 층을 연결해 준다.

생각보다 짧지 않은 나선형 계단을 돌아서 올라가면 완전히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마치 연극의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무대 전환이 이루어지듯이 말이다.


연결고리가 되는 나선형 계단에 시선이 쏠려서인지 이제야 보이는 게 있었다.

바로 '이 커다란 나선형 계단을 만드느라 많이 힘들었겠다' 싶었다.

약 1센티미터 가량되는 두께의 철판을 구부려서 이 정도의 볼륨으로 만드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철판의 연결지점마다 용접을 한 흔적이 그 어려운 과정을 품고 있었다.


2. 다양한 이야기의 향연 <3층>


LCDC의 의미인 'conte'는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꽁트이다.

꽁트는 짧은 이야기 혹은 에피소드를 일컬을 때 사용하곤 한다.

그 이야기의 연결구조로 이어져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공간을 기획하면서, 새로 런칭한 브랜드와 연결성을 고려한 공간 기획을 하느라 많은 고심을 했겠구나 싶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연결구조는 거창하고 웅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 생활 속의 진솔하고 친숙한 이야기이다.

캡처17.PNG

1층 까페인 Ephemera(이페메라)는 '우편엽서'를 뜻하기에 공간 벽면은 엽서나 우표로 가득차 있다.

요즘은 우리 생활에서 엽서나 우표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약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종이로 된 편지에 붙이는 우표나 손바닥 크기의 엽서는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소식과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친밀도 깊은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아날로그적 감성의 연출은 물론 우드톤의 공간은 일관성이 있게 구성되어 있다.

캡처20.PNG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의 연결은 특히 3층으로 이어진다.

3층은 1개의 팝업공간과 6개의 테넌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팝업공간은 작지만 외부 공간과의 연결성을 통하여 다채로운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번 갈때마다 편안한 느낌의 전시 혹은 브랜등 홍보 목적의 팝업스토어가 이어지고 있다.


6개의 작은 공간은 문 속에 작은 브랜드들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글쓰기 관련 굿즈와 프로그램, 다양한 크기의 홈웨어, 아기자기한 문구류 등의 작은 브랜드들이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를 쫓아가면서 다양한 스토리를 만나듯이 각각의 컨셉을 가진 브랜드들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복합공간에서 상층부로 갈 수록 방문객들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LCDC서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의 매력은 기꺼이 3층까지도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마케팅 전문가인 홍성태 교수는 <차별화>를 위해서는 '최고(the best)이거나 최초(the first)이거나 혹은 유일(the only)'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LCDC의 이야기 구성을 바탕으로 한 공간 기획은 '유일(the only)한 컨텐츠'를 맛깔나게 전개하고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을 틈나는 데로 찾아다닐 것이다.

그러면서 공간의 의미를 고민해 보고 그 속에서의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을 즐길 것이다.


하지만 나만의 사고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시선과 사고를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그 중심에는 공간에 대한 다채로운 컨텐츠들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공간(空間)에 대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