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空間)에 대한 생각

책 <리테일 4.0>을 읽고

by 유통쟁이

연못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호기심 어린 아이가 연못에 물고기 먹이를 주는 장면이다.(그런데 물고기에서 전용 사료를 줘야 한다. 과자류를 제공시 병이 날 수 있으니 주의 바란다 ^&^) 그렇게 되면 평화롭던 연못은 일순간에 변한다. 물 속에서 유유히 다니던 물고기들은 순식간에 달려든다.


이러한 모습은 흡사 '공간(空間)'에서 주는 모습과도 유사하다. 인기있는 브랜드의 정식 매장이나 팝업스토어가 들어서면 사람들은 순식간에 몰려든다. 분명히 오픈하기 전날까지도 잠잠하던 그 일대는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어 버린다. 매장 앞으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어서 긴 줄을 서지만 그들의 표정은 한껏 기대와 흥분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러한 이유를 경영학자인 필립 코틀러가 쓴 책 <리테일 4.0>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책에서는 소비자가 매장을 찾는 이유를 이렇게 정의한다.

매장은 소비자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기보다 더 재미있고 더 유익한 경험을 기대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현재의 시장은 제품력으로 승부할 수는 없다. 제품의 소재는 상향 평준화 되었고, 인기있는 디자인이 나오게 되면 유사한 모습의 제품 라인이 모든 매장을 휩쓸어 버린다. 하지만 평화로운 연못에 물고기들이 순식간에 모여들 듯이 고객을 불러 모으는 공간이 있다. 바로 그 공간을 채워주는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공간(空間)은 말 그대로 '텅 비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텅 비어 있는 곳을 고객에게 의미있는 제품, 공간에서 주는 경험의 콘텐츠가 채워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연못의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듯이 말이다. 콘텐츠가 있는 공간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 곳에서 향유하며 각자의 욕구를 채워기 위한 기대감을 안고 말이다.그렇게 되면 어느 새 그 공간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 더 이상 텅 빈 곳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어떠한 콘텐츠가 공간을 채워야 할까? 일본의 대표적인 할인전임 '돈키호테'의 영업전략은 'CVD+A'이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보다 편리하거나(Convenience) 보다 저렴(Discount)해야 한다. 그리고 즐거움(Amusement)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돈키호테는 자신있게 말한다. '보다 편리하고 저렴한 매장은 있어도 즐거움까지도 제공하는 곳은 돈키호테가 유일하다'고 말이다. 즉 고객을 끌어들이는 콘텐츠는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단지 즐거움의 감정은 복합적일 것이다. 기쁨, 환희, 놀라움, 설레임 등의 복합점 감정을 내포하고 있겠으나, 이는 매장 혹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관성 있는 공간 경험을 통해서 고객에게 진정한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다.


그리고 책 <리테일 4.0>에서는 오프라인 공간이 갖춰야 할 지향점을 이렇게 정의한다.

매장은 '경험하는 장소'가 되며, 단순히 가야 하는 곳(have to go place)에서 가고 싶은 곳(want to go place)으로 인식이 전환된다.

약 10여년 전만 해도 내게 필요한 물건이 구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공간을 찾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대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확산과 함께 급변하였다. 지금은 궂이 오프라인 공간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단순히 제품만을 사기 위해서 가야 하는 곳으로서의 오프라인 공간의 매력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소매업 공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는 고객에게 콘텐츠를 제공하여 찾아가고 싶은 곳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확장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젠틀몬스터를 들 수 있다. 파격적인 주제 의식과 공간의 스토리는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고객들은 기꺼이 수십만원의 아이웨어를 기꺼이 구매한다. 소비자의 85%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의미있는 경험을 한다면 최소 4분의 1의 비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오프라인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는 고객을 물량공세와 저가 정책만으로 매장으로 밀어붙이는 전략(Push)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스토리와 이를 구현한 오프라인의 콘텐츠는 고객 스스로 오도록 하는 끌림(Pull)의 법칙을 따른다. 여러분이 끌리는 공간은 어디인지 고민해보고, 내 브랜드나 공간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간인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모방이 전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