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이 전부는 아니다.

「돈키호테」 vs 「삐에로쇼핑」

by 유통쟁이

2018년 국내에 새로운 컨셉의 매장이 오픈을 하였다. 유통사는 물론 일반 고객에게도 큰 관심을 받으면서 연일 북새통을 이루며 진관경이 펼쳐졌다. 이 매장은 바로 신세계에서 오픈한 <삐에로쇼핑>이라는 할인점이었다. 코엑스점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2호점이 어디에 날지 궁금해 했으며, 연이은 출점 확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상가 및 유통채널을 가진 상업시설에서는 삐에로쇼핑 측에 적극적인 구애를 하였다.

삐에로쇼핑.PNG

하지만 지금은 삐에로쇼핑은 아득한 기억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신세계에서 1호점을 낸지 약 1년 6개월만에 매장 철수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순식간에 삐에로의 공연은 막을 내렸다.


반면에 일본에도 유사한 할인점이 있다. <돈키호테>라는 매장이다. 국내에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유통업에 있는 사람이나 해외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한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물론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적극적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갈 정도로 성공적인 모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의 <삐에로쇼핑>이 일본의 <돈키호테>매장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졌다. 실제로도 <삐에로쇼핑>을 런칭한 전담부서는 약 1년여간의 <돈키호테>매장을 분석한 후 그 성공요인을 적용해서 오픈하였다고 인터뷰를 통해서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돈키호테>매장은 승승장구를 하는데, <삐에로쇼핑>은 왜 성공하지 못하였을까?

단순한 모방으로는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리고,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후발 업체는 선두업체를 모방함으로써 손쉽게 따라가려 한다. 하지만 단순한 모방만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차이점을 책 <돈키호테>에 나오는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비교를 해보려 한다.


첫째, 돈키호테는 할인점이다.

<돈키호테>의 가장 큰 메리트는 말도 안되는 파격가이다. 속칭 '땡처리' 물건을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사서 판매를 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처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고 외친 것과 같이 <돈키호테>는 기존의 관행을 깨면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은 것은 바로 '할인점'이라는 매장의 컨셉이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가격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다.

<삐에로쇼핑> 역시도 <돈키호테> 매장을 벤치마킹 했기에, 상상도 못할 가격이라는 컨셉을 이어갔다. 매장 직원들의 티셔츠 문구는 그만큼의 파격적인 가격을 잘 보여줌으로서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함을 전달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랐다는 것이 문제다. <돈키호테>는 기존부터 다양한 제품군을 저가에 매입하는 도매업체라는 루트가 있었기에 가격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삐에로쇼핑>은 단기간에 다양한 제품군을 전개하려다 보니 실질적으로 제품의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았다. 당연히 신선함에 들떴던 고객들은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둘째, 주권은 현장에 있다.

<돈키호테>는 초창기 매장 실적이 나오지 않자,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를 타개한 핵심 방안이 바로 '권한위양과 주권재현'이었다. 링컨의 명언을 인용하면, 'Of the staff, By the staff, For the staff'이라고 할 정도로 현장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였다. 기본적인 제품 진열은 물론 제품 선정부터 가격 책정까지 대부분의 권한을 위임하고 실적에 따른 성과급제를 도입하였다. 그러자 위기는 드라마틱하게 극복하고 놀라운 속도로 매장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해당 정책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에 <삐에로쇼핑>은 겉모습은 유사한 모습은 보였으나, 완전한 권한위양을 진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돈키호테> 매장을 기반으로 한 메뉴얼 혹은 가이드를 준수해야 하고, 제품 역시도 본사의 담당MD가 제품 선정 및 가격 책정을 해서 내려주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겉모습은 새로운 곳이지만, 실질적인 운영방식은 기존의 유통 운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물건이 아니라 유통을 판매한다.

동대문은 세계적으로도 인정해 줄 정도의 패션 제품 유통의 메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래량이 엄청나다. 그러나 일반 고객들은 몇년 전만 해도 동대문 상가에 가는 것을 매우 불편해했다. 자유롭게 둘러보면서 내가 원하는 제품을 살펴보고 싶으나, 그럴 여유를 주지 않고 '우리 가게에 와서 당장 사라'는 식의 호객 행위는 거부감을 안겨줬다. 고객은 제품을 억지로 팔려고 하면 할수록 몸을 움츠리고 피하려 한다.(push 방식) 결국 잘 팔리는 매장은 '나도 모르게 사고 싶어지는 장소'로서, 고객 스스로 사고 싶게 끌어당긴다.(pull방식)

세상에는 '보다 편리하고, 싸게 파는' 매장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여기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장에는 단연코 <돈키호테>가 돋보적인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매장 직원들의 응대방식, 보물찾기를 하는 듯한 제품 진열 및 구성, 선도적으로 도입한 심야 운영 등을 보더라도 고객 입장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삐에로쇼핑>은 세간의 관심 속에서 매장 확대에 집중했다. 강남 코엑스몰을 시작으로 땅값이 가장 높은 명동 한복판에 오픈을 하는 등 공격적인 출점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호기심에 방문객은 많으나, 객단가는 현저히 떨어지고 실제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는 상황으로 매장의 손실은 커져만 갔다. 디테일이 핵심이 유통 현장에서 모방에 급급한 매장의 현실은 참혹했다. 결국 1년 6개월만에 모든 매장 철수라는 결과를 맞게 되었다.


그렇다면, <삐에로쇼핑>이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국내의 소비 성향이 유사한 성향을 보이는 일본의 대표적 매장인 <돈키호테>를 따라간 것은 실험적인 시도였다. 그랬다면, 그들의 겉모습만 따라갈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접근과 고민이 필요했다.

왜 현장에 권한을 위임하고, 즐거움에 집중했을까?

매장의 본질은 결국 고객에게 있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호기심과 관심몰이로는 고객의 지갑을 열 수가 없다. 가격은 물론 매장 운영 방식의 참신함이 뒷받침되어야 방문객이 아닌 고객이 된다. 이는 단기간의 모방을 통한 것이 아니라, 공간의 명확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좀 더 본질적인 접근이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유통 매장이었다. 앞으로도 고객 관점에서 시작된 다양한 실험적 유통 공간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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