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공간을 기획하며 등 생각
나는 15년간 백화점이라는 유통 채널에서 일을 해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백화점이라는 유통 공간에서 발생되는 유통 그리고 소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글을 써오고 있다.
백화점 공간을 비롯한 유통 공간은 참으로 흥미로운 공간이다. 어떤 때는 지금 운영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가도 어떤 때는 순간적으로 사람들이 몰리기도 한다. 가령 샤넬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의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이 예고되면, 오픈 전부터 커다란 백화점 매장 전체를 사람들이 둘러싸는 경우가 발생되기도 한다.
이처럼 유통 공간은 사람들이 와야 한다. 사람들이 와야 당연히 매출이 발생되고, 그래야 사업을 계속해서 영위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 혹은 고객의 유입은 비단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없다. 온라인상에서의 유입은 대표적으로 「월간 활성화 사용자수(MAU, monthly active users)」로 측정을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방문객수 혹은 구매고객수」로 주로 판단을 한다.
그만큼 유통 공간은 사람들을 불러모아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다. 그런데 비단 공간이 수동적으로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존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 유통업에서 종사하면서 두 번의 오프라인 상업 공간을 구축 및 운영 업무를 해왔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간과 우리의 삶이 참으로 닮았구나!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최초 완정한 무(無)에서 시작한다. 생물학적 결합과 같은 시발점을 통해서 하나의 작은 생명체가 된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계속해서 변화하며 진화해 나간다. 사고를 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며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러면서 직업을 바꾸기도 하며 경험을 쌓아 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완성해 나간다.
공간 역시도 우리네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간(空間)이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텅빈 존재에서 시작한다. 쉽게 생각하면 새로운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을 뜯어내고 비운 상태에서 출발을 한다. 그 무(無)의 존재에서 무엇인가를 채워넣으면서 생명력이 살아난다. 인간이 직업을 바꾸듯이 공간 역시도 업종을 변경해서 직업을 바꾸기도 한다. 이처럼 공간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그 존재를 경험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결국 공간을 기획하고 다채로운 컨텐츠를 채워 나가는 목적은 명확하다. 바로 그 공간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위함이다.
단순히 화려한 외관이나 화제거리로는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 그리고 사람과 닮은 공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