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을 뛰쳐나온 백화점의 전략
「집 나오면 고생이다」라는 말이 있다. 눈비가 와도 걱정없는 잠자리와 따뜻한 밥이 있는 집이라는 안식처를 나오면 고생하기 쉽상이라는 뜻은 모두 알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오프라인 공간들이 「안락한 집」을 나와서 개고생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초 롯데백화점은 싱가포르의 럭셔리 커피 브랜드인 <바샤커피(BachaCoffee)>의 국내 유통 및 총판을 한다고 발표했다.
<바샤커피>는 1910년도에 지어진 모로코의 유명 커피하우스인 '다 엘바 바샤 팰리스'에서 모티브를 갖고 온 브랜드이다. '다르 엘 바샤'는 '바샤의 집'이라는 뜻으로서 '바샤(Bacha)'는 오스만 제국의 고관 혹은 지방 총독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래서 '다 엘바 바샤 펠리스'는 과거 주지사가 살던 집으로서, 화려한 모로칸 양식으로 인하여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었다.
이러한 '다 엘바 바샤 팰리시'의 스토리를 갖고 와서 탄생한 것이 바로 <바샤커피>이다.
그런데 롯데백화점은 <바샤커피>의 상징적인 1호점을 백화점이 아닌 청담동에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및 잠실점과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와 집객력을 보유한 백화점 내부가 아니라, 백화점 외부 공간에 오픈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백화점은 집 나오면 고생인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왜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일까?
새로운 패션 제품에 대해서 전문가가 평을 할때 '아방가르드'하다는 말을 많이 쓴다. '아방가르드'는 프랑스어인 'Avant-Garde(앞선 부대)'에서 유래 되었다. 18세기 나폴레옹 시절 적과의 전투에 앞어서 먼저 투입되어 적의 동태를 살피는 역할을 했다. 만약 적에게 발각되면 생사가 위험해 지지만, 반면에 아군은 적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백화점이나 유통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방식이 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 본 매장이 아니라, 고객에게 잘 보이는 위치에 작은 규모의 매장을 연다. 통상 이러한 임시 매장을 '어나더 샵(Another Shop)'이라고 한다. 좀더 고객이 잘 보이는 위치에서 신제품을 알림으로서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결과적으로 본 매장으로 유도까지도 한다.
어나더 샵은 백화점 내부에 국한된 임시 매장이다. 하지만 전년도 국내 소비 시장은 온라인이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만큼 MZ세대를 중심으로 고객의 발길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백화점 등 유통채널은 고객을 찾아 나섰다.
이러한 취지에서 롯데면세점도 젊은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당기기 위해서 매장 밖으로 나왔다. 작년 말부터 명동 한복판에서 <LDF 하우스>라는 어나더 샵을 전개하고 있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에서 통건물로 임대를 해서 매장을 전개하고 있다. 그것도 본매장인 롯데면세점이 바로 길 건너편에 있음에도 말이다. 그만큼 오프라인 공룡은 막대한 비용을 들이더라도 고객을 끌어 당기는 데에 진심인 상황이다.
<바샤커피>가 백화점이 아닌 외부 공간에서 오픈하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서 브랜드와 결이 맞는 위치로 나온 것이다.
<바샤커피>를 설립한 '타하 부크딥(Taha Bouqdib)'은 명확한 브랜드 철학을 갖고 있다.
명품백은 아무나 살수 없어도, 명품 드립백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바샤커피>는 럭셔리한 커피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가격대도 스타벅스 가격의 2배 정도로 판매가 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유명 인사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같이 <바샤커피>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커피 맛 뿐만 아니라, '대우 받는다'라는 서비스의 역할이 크다. 황금주전자에 나오는 커피는 물론 다양하게 곁들일 수 있는 재료가 나온다. 테이크아웃을 해도 별도의 패키지를 통해서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어디서 즐기더라도 <바샤커피>만의 경험을 놓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커피마스터를 통해서 커피에 대한 스토리 전달은 물론 다양한 방식의 추천이 이루어진다.
결국 단순히 커피 한잔을 파는 게 아니다. '차별화된 경험 한 잔'을 정성껏 담아서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브랜드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그에 맞는 '청담동 1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그만큼 1호점이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다.
'청담동'하면 쉽게 떠올리는 단어는 '부자 동네'라는 이미지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의 로드샵이 청담동에 위치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럭셔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력이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바샤커피>는 백화점을 뛰쳐 나와서 청담동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럼으로서 브랜드가 갖고 있는 '럭셔리'함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브랜딩 전략은 비단 해당 지역의 고객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고객들도 흡수하기에 충분하다. '명품 드립백은 누구가 마시고 즐길 수 있기에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쌓은 <바샤커피>의 이미지와 가치를 백화점 내부고 갖고 오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백화점 내부에서 전개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롯데백화점의 「집 밖의 고생」을 자초하는 행동이 처음은 아니다. 22년 말에는 스키장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열었다.그것도 이름이 <롯백양조>였다.
술을 제조하는 양조장의 이름을 빌렸지만, 술을 판매하는 목적의 공간이 아니었다. 명품 의류 및 뷰티 등 겨울 시즘에 적합한 패션 의류 위주의 상품을 판매했다. 기반 시설도 없는 곳에 공간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 밖에서의 고생'을 감수하면서도 진행을 했다. 그 결과 큰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의 다양한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장소적으로도 단지 공간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시도가 될 것이다. 그래야 고객과의 연결 고리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오프라인 공간이 가장 잘 할수 있으며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무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