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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May 22. 2024

「통신사」팝업스토어

본질에서 답을 찾다.

성인이라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게 있다. 바로 휴대폰이다. 하물며 유치원생들도 목에 휴대전화를 메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작년말 기준 국내 이동통신 3사 기준 휴대전화 가입자 회선 수는 4,744만명이었다. 말 그대로 전국민 1인당 1대씩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엄청난 시장에서 이동통신 3사는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이동통신 3사 모두 기본적인 인프라는 갖추고 있기에 신규 가입자가 늘어날 수록 이익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월평균 통신요금이 6만 5천원임을 감안하면 한명의 고객이 소중하다. 그리고 통신사에 한번 가입을 하면 최소 30개월의 약정을 맺기에 락인(Lock-In)효과가 높다.


그래서 통신사들은 TV광고 및 이용요금 지원 혜택 등으로 고객을 끌어 들인다.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을 전개한다. 이동통신사별로 고객 유치를 위해 개통을 위한 대리점이 아니라 체험 공간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T팩토리(SK텔레콤) / 일상비일상의 틈(LG유플러스)

SK텔레콤은 홍대 한복판에 'T팩토리'를 통해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도 강남에서 '일상비일상의 틈'을 운영하면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큰 화제를 모으며 일평균 5천명 이상의 방문객을 끌어 들이고 있다.


Why?(고객 이탈을 막아라)


통신사별로 서울 한복판의 노른자땅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오프라인 공간을 전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에서 애기한데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 목적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함도 있지만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동통신 3사 가입자 회선 수는 23년말 기준 전년대비 78만개가 감소했다. 반면 알뜰폰의 경우에는 145만개가 증가함으로서 전년대비 20%가 늘었다. 즉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의 이동이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알뜰폰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비교 불가한 가격 경쟁력이다. 데이타 기준 요금제를 비교시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100기가바이트 기준으로 볼때, 알뜰폰은 3만원 초반대를 나타내지만 이동통신 3사의 경우 6만원이 훌쩍 넘는다. 즉 동일 데이타 상품으로 놓고 볼때 알뜰폰 요금제가 절반 가격에도 못 미친다.


그리고 알뜰폰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품질이 낮을 것으로 생각이 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의 통신망을 주로 사용한다. 통화 품질로 놓고 보면 차이가 전혀 없다. 가격은 절반도 안되는데 품질은 동일 수준이기에 지금과 같은 위축된 소비 시장 분위기에서 고객의 이동은 더욱 빨라질지 모른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이동통신 3사는 적극적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키워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는 주로 새로운 휴대폰 출시 혹은 상품 홍보 목적의 오프라인 행사를 주로 진행한다. 이러한 단발성의 고객 유치 전략은 한계가 있다. 상품으로 접근해서는 알뜰폰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통신'의 본질에서 접근해야 한다. 본질에서 접근해서 알뜰폰에서 전달하지 못하는 브랜드 이미지 중심의 마케팅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단순히 기능만으로 본다면 1~2만원짜리 저가 운동화를 신을 수도 있지만, 고객은 10만원이 넘더라도 나이키 운동화를 원한다. 그것이 고객 마음속에 자리하는 낙인을 찍는 브랜딩이기 때문이다. 


What?(연결이라는 본질에서 답을 찾다)


무인양품은 1995년 기업공개(IPO)이후 매출과 이익은 증대해 갔으나 '무지다움'을 잃어갔다. 조직은 경직되고 변화하지 않으면서 무인양품의 본질을 잃어버린 것이다. 매장에서는 악성 재고를 저가에 내놓고 판매를 하는 실정에 다다르게 되었다. 결국 한 순간에 고객이 등을 돌리면서 매출과 이익은 급락하게 되었다. 1999년 133억엔 이익을 냈으나, 2001년 38억엔 적자로 돌아섰다.

파우드무지 프로젝트

위기에 놓인 무인양품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브랜드의 본질에서 다시 시작했다. '무인양품 다움'에 집중한 것이다. 화려한 디자인이 아니라 고객의 생활 속에서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가치관을 집중했다. 그 일환으로 전 세계에서 '무인양품 다운' 제품을 모아서 매장(파운드무지)을 리뉴얼 오픈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무인양품은 새로운 부활을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브랜드의 위기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소가 '업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통신사에게 있어서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연결>이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지만, 결국 휴대폰의 본질은 '연결'이다. 


연결의 대상은 우선 '나'를 근간으로 해서 외부로 확장된다. 외부의 범위는 사물이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연결을 통해서 의미가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역시도 연결을 강조했다. 하나의 점이 연결되면 선이 되고 그 선이 연결되면 면이 만들어진다.(Connecting the Dots) 


그렇기에 이동통신 3사는 '연결'이라는 의미의 체험을 통해서 브랜딩을 시도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How?(연결의 경험을 제공하다)


#1. 나(Me)와의 연결


우리는 생활하면서 다양한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손에 쥔 휴대전화를 통해서 언제든 자극적인 콘텐츠를 즐긴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래서 최근에 '도파민 중독'이 큰 화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중독적인 생활 속에서 점점 우리는 '나와의 연결'을 잊고 살아간다.


뇌는 자극적인 내용에 길들여지면서 항상 흥분 상태가 되어가고, 실제 세상을 살아가는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는 점점 줄고 있다. 마치 퇴근길 밤 하늘의 둥근 달이나 반짝거리는 별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나와의 연결'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독적인 컨텐츠를 전달하는 매개체인 통신사에서 모순적이지만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것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이고, 알뜰폰에서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서라도 시도하지 못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에 SK텔레콤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는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홍대 T팩토리에서는 '송글송금 찜질방'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팝업스토어의 목적은 '도파민 디톡스'였다.

송글송글 찜찔방 팝업스토어(T팩토리_@SK텔레콤 뉴스룸)

찜질방을 연상케 하는 공간 구성부터가 인상적이다. 찜질방은 우리에게 피로를 풀기 위한 장소이기에 공간의 목적과 잘 부합하는 컨셉이다. 또한 입장과 동시에 도파민 중독 테스트를 거친 후 갖고 있는 스마트폰과 잠시 동안의 작별을 고해야 한다. 그 이후 자신에게 쌓인 도파민을 해결하기 위한 체험존을 거치게 된다. 


통신사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 공간이지만 실제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도 못하고 이와는 무관한 아날로그적인 경험에 집중했다. 마치 시몬스 팝업스토어가 '침대없는 팝업스토어'를 진행함으로서 큰 인기를 끈 것처럼 말이다.


동일한 관점에서 '나와의 연결'을 제공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의 방향은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명상'은 자신에게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명상앱 마보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마보 홈페이지)

화엄경의 중심 사상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결코 낙엽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다. 그렇기에 '나와의 연결'을 위해서 명상을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면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실제로도 명상앱인 '마보(MABO)'에서는 팬데믹 기간 동안 명상 체험을 위한 공간을 운영했다. 한강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꼭 감은 두눈 사이로 비치는 노을의 햇살을 느끼면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이와 같은 포인트를 중심으로 '나와의 연결'이라는 관점에서 통신사에세도 접근해 볼 수 있다.


#2. 사람과의 연결


누구나 휴대폰을 갖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서 타인과의 소통은 휴대폰만으로도 충분하다.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는 물론 영상 통화도 가능하다. 혹은 메일 발송도 가능하다. 


하지만 오랜 기간동안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 것은 편지였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적은 위문편지, 어버이날 부모님께 적어보는 감사편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설레는 마음을 담아보는 연애편지 등과 같이 말이다.

성수동 LCDC의 1층인 Ephemera(@LCDC서울 홈페이지)

이러한 편지와 같은 아이템으로 구성된 공간도 있다. 성수동에 있는 LCDC라는 복합공간의 1층은 '우편엽서(Ephemera)'라는 테마로 조성된 까페 공간이다. 소중한 사연과 일상의 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치 가수 최백호의 노래 '찰나'의 한 구절이 떠오르게 한다.

빛나는 순간! 희미한 순간!
그 모든 찰나들이 나의 삶을 가득히 수놓았음을


이처럼 '타인과의 연결'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나와의 연결' 뿐만 아니라 통신업의 본질인 '타인과의 연결'에 대한 경험을 제공해 보는 것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타인과의 연결'은 나의 소식이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싶다. 

스티커 사진관 느낌의 부스에서 컨텐츠 제작/발송

스티커 사진관 느낌의 부스를 조성해서 마음을 전하고픈 '누군가를 위한 컨텐츠'를 제작함으로서 연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첫째, 아날로그적 감성의 편지를 작성한다. 부스에서 비치되어 있는 종이에 편지를 작성한 후 스캔을 한 후 컨셉을 고르며 그에 맞는 편지 파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령 흑백사진 느낌이라면 옛시절 감성의 이미지와 BGM일 깔린 편지 파일을 생성한 후 바로 상대방에게 발송할 수 있게 해주는 경험이다.

둘째, 스티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듯이 영상을 제작한다. 마치 영상편지를 남기듯이 영상을 찍은 후 컨셉을 설정하면 적합한 BGM이 들어간 파일을 생성해서 발송토록 해주는 방식이다.

셋째, 상담소 방식을 차용하는 것이다. 혼자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한 경우를 감안해서, 사전에 말하고픈 주제와 질문지를 선택하면 AI혹은 실제 상담사와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촬영한 후 편집된 파일을 발송토록 할 수도 있겠다.


'타인과의 연결'이라는 관점에서 주요한 수단이었던 '편지'라는 매체를 지금의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연결'이라는 포인트가 직접적으로 통신사와 연관성이 낮을 수도 있겠으나, 단기적인 접근이 아니라 관계 형성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이런 말을 했다.

그림을 그리는 건 힘들지 않지만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데 사십년이 흘렀다.

어린아이의 열린 사고로 접근하는 태도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황소의 그림에서 모두 떼어내면 몇 개의 선만 남는다.(피카소의 연작 시리즈)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피카소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철학자 니체 역시도 인간 의식의 세 단계를 '낙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라고 언급했다. 낙타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복종하는 삶이나 사자처럼 저항하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하는 삶이 있다. 하지만 최종적인 인간의식은 어린아이처럼 열린 자세로 본질을 바라보는 자세라고 했다.


이동통신 3사는 대표적인 대기업이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다. 그럴 때일수록 어린아이와 같은 시선에서 업의 본질을 바라봐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서,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가야 지금의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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