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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Jul 04. 2022

젠틀몬스터 vs 아더에러

젠틀몬스터와 아더에러는 비슷한 듯 다르다.

어린시절 나는 'ㅁ자 형태'의 한옥집에서 살았다.

약 30여년 전이다보니, 지금의 북촌에서나 볼 수 있는 한옥집이 서울에도 많았다.

한옥집은 난방이 잘 안되다보니, 겨울이면 주방겸 거실 한 가운데에 난로를 폈다.

그리고 한겨울이 되면 어머니와 함게 난로에 둘러앉아서 먹던 음식이 있다.

바로 구수한 된장찌개와 청국장이다. 밥 한그릇이 담긴 대접을 손에 들고, 난로 주변에서 보글보글 끓여지는 된장찌개와 청국장을 퍼서 먹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추억의 음식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젠틀몬스터와 아더에러이다. 최근 매우 핫한 두 브랜드를 갑자기 된장찌개와 청국장에 비교를 하니 생뚱맞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두 브랜드에 담긴 의미와 발전해가는 모습에서 이러한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젠틀몬스터(하우스 도산) vs 아더에러(성수)
젠틀몬스터와 아더에러는 비슷하다.


젠틀몬스터와 아더에러는 본질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선 젠틀몬스터는 예술적 작품 전시를 바탕으로 공간을 연출한다. 제품을 보여주기 보다는 브랜드의 가치와 제품에 담긴 의미를 경험토록 한다. 그래서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공간을 연출한다.

가령, 지구가 12월까지가 아니라 13번째 달(개월)이 있다는 허구의 가정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반려견을 잃어버린 할아버지가 우주 여행을 떠난다는 스토리로 꾸미거나, 유명 작가와 연출한 파란색 곰이 모두 독차지한 인상적인 연출을 하기도 한다. 다채롭고 인상적인 경험을 한 후에 만나는 것이 그 속에 녹여져 있는 젠틀몬스터의 작품이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 네이밍과도 연관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은 겉으로는 점잖고 젠틀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내면에는 다른 모습(악마와 같을 수도 있는)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 내재되어 있는 욕망을 표현하는 데에 집중을 하고 그 속에 제품을 녹여내는 것이다.


아더에러 역시도 전체적인 공간 연출 및 구성은 젠틀몬스터의 공간과 유사하다. 아더에러의 성수점에 가면 우주여행 혹은 우주공간을 연상케 하는 공간 연출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공간 동선상 초입의 작품 전시는 개별적인 작가의 구성으로 생각이 되지만, 확실히 여느 소매업 공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아더에러 브랜드 속성상 다소 비밀스럽게 유지되는 크리에이티브한 집단의 특징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통의 관심사를 지닌 다양한 커리어의 개성있는 사람들이 마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듯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 공간을 구성하고 제품을 함께 녹여낸다.


이와 같이 '공간 경험'이라는 의미를 제공하고, '제품'을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서 일반적인 제품과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은 두 브랜드가 매우 흡사하다.


그렇기에, 이 두 브랜드는 된장찌개와 청국장의 특징을 보인다. 두 음식은 동일하게 콩이라는 원재료로 시작해서 각자의 맛을 내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와 아더에러 역시도 크리에이티브한 집단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브랜드이다.


젠틀몬스터와 아더에러는 다르다.


그러나 젠틀몬스터와 아더에러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젠틀몬스터가 된장찌개의 모습을 보인다면, 아더에러는 청국장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된장이 되는 메주는 콩을 푹 삶아서 익힌 다음에, 네모난 틀에 넣어서 형태를 잡는다. 그 이후에 짚으로 동여맨 후, 천장에 메달아서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젠틀몬스터 역시도 된장을 만드는 메주와 같이 일정한 틀이 갖추어져 있다. 즉 현재의 젠틀몬스터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초기에는 프로젝트 그룹과 같은 형태로 시작을 하였으나, 지금은 글로벌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하였기에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공간은 물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더군다나 젠틀몬스터 내부에는 크리에이티브 조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이기에, 정기적인 스토리 기획과 함께 공간 연출 변화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시도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그 브랜드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아더에러는 청국장과 같이 아직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는 않다.

청국장은 된장과 같은 콩이지만,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일정한 틀을 이용하지 않고, 익힌 콩을 그대로 따듯한 아랫목에 며칠동안 둔다. 그대로 두기만 하면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청국장이 완성된다.

아더에러는 아직도 브랜드의 중심은 개별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단 공간 연출만 보더라도 한개의 스토리로 구성되었다기 보다는, 개별의 창작자가 한개의 주제에 맞춰서 각자의 작품을 배치한 모습이다. 그렇기에 아더에러는 공간 연출 변화는 물론 확장성은 크지 않다.


이 글을 통해서 된장찌개 혹은 청국장 그리고 젠틀몬스터 혹은 아더에러를 단순 비교하거나 개별적 취향을 묻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두 브랜드는 국내 패션 브랜드들 과는 다른 행보를 가고 있음에 틀림없고, 이러한 다양성의 존재는 긍정적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그 브랜드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음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래야만이 또다른 젠틀몬스터나 아더에러와 같은 브랜드의 등장과 함께 다채로운 공간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응원한다.



<관련 글>

1. 공간전시에 진심인 안경 브랜드_젠틀몬스터(네이버 블로그)

2.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팔아라_아더에러(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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