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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Jul 15. 2022

명품만이 백화점의 길은 아니다

고객에게 제품이 아니라,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필립코틀러의 <마켓4.0>을 보면, 백화점의 어원을 기준으로 볼때 지금까지의 백화점은 마켓 1.0이라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기에 사람들은 그곳으로 몰려 들었다.

하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의 등장은 유사한 제품만으로는 고객에게 어필할 수가 없게 만들었다.

고객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원하는 제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다.

힘들게 시간을 내서 백화점까지 가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백화점들은 명품 브랜드 입점에 집중을 해왔다.

그래야 그 백화점 매장으로 고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상은 실제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지방 매장의 MVG고객과 미팅을 해보면, 해당 매장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것으로 공통적인 요소를 꼽았다.

바로 명품 브랜드의 입점이었다. 가령, 경상도의 중소형 매장에서는 명품을 사기 위해서 일부러 차를 몰고 1시간 이상 떨어져있는 부산지역까지 이동을 할 정도이니 말이다.


백화점들의 명품 매장 강화는 매출 볼륨을 키우는데에 효과가 있었다.

주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백화점 부문 21년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8% 증가한 9764억으로 집계되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인한 오프라인 침체 속에서 일부 백화점 매장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이유는 단연코 명품 브랜드의 실적 때문이었다.

그래서 백화점들은 명품 브랜드의 강화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명품 매장을 강화하였고 그 결과 전년도 매출 볼륨이 2조원이 훌쩍 넘으며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였다. 롯데백화점 본점 역시도 명품 매출 영향으로 잠실점에 매출액에서 밀리자, 매장의 절반을 명품 브랜드 유치 및 강화를 하겠다고 발표해서 순차적인 리뉴얼을 진행중이다.


그렇다면, 백화점이 명품을 강화하는 것이 과연 정답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명품 브랜드로 인한 희생이 너무 크다.

통상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라고 불리는 주요 브랜드의 유무에 따라서 그 백화점 매장의 등급이 분류되기도 한다. 또한 명품 브랜드때문에 구매력이 큰 고객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것도 당연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서 해당 백화점에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도 크다. 

첫째, 그만한 면적을 제공해야 한다. 주요 백화점 3사의 주요 매장에 입점을 하기 위해서 중소형 브랜드들은 힘겨운 경쟁을 펼친다. 10평 남짓한 공간을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사활을 걸기도 한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최소 100평 이상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위치적으로도 고객 트래픽이 가장 높고 노출도가 좋은 곳이어야 한다. 

둘째, 영업이익율이 낮다. 백화점의 패션 브랜드들의 입점 수수료는 특정매입 기준 평균 25%내외이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의 경우에는 10~15%내외인 경우가 높다. 뿐만 아니라, 명품 브랜드의 등급이나 입점 조건에 따라서는 일정 기간동안 수수료를 거의 면제해 주는 수준으로 맞춰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백화점 입장에서는 MVG고객을 불러모을 수는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손해보는 장사일 수 있다.

셋째, 추가적인 혜택이 지원된다. 백화점에 입점하는 일반 브랜드들은 모든 공사비용을 브랜드가 부담을 한다. 10평 수준의 공간이라도 백화점에서 제공하는 가이드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사비가 최소 수천만원이 발생한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는 입장이 다르다. 매장별 브랜드별 상이하긴 하지만, 명품 브랜드별 절반 가량의 공사비를 백화점에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명품 브랜드의 경우 공사 자재를 해외에서 공수해오고, 공사기간도 수개월이 걸리기에 적어도 수억원 이상의 비용을 백화점에서 부담하게 된다.


명품 브랜드의 주도권은 브랜드가 쥐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매장의 상권의 구매력 수준, 기존에 입접해있는 명품 브랜드 등의 유무를 다각도고 감안하여 글로벌 본사에서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 

어렵게 승인이 떨어지더라도 입점 조건을 브랜드에게 최대한 맞춰줘야 한다. 브랜드 공간의 면적, 위치, 수수료는 물론 공사비도 지원을 해주더라도 백화점은 브랜드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모든 주도권은 백화점이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서 쥐고 있다.

결국 명품 브랜드들은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남기고 있다. 샤넬의 2020년도 매출액은 1조원 가량 기록하였으며, 당기순이익은 1천원억 이상을 남겼다. 이 정도의 높은 이익률을 남겼다는 것은 그만큼 명품 브랜드의 인기가 높기도 했으나, 백화점의 경우 실제 남는 것은 별로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명품 브랜드는 언제든 백화점을 이탈할 수 있다. 명품 브랜드는 기존 유통 채널을 통해서 성장해 왔다. 하지만 백화점 자체의 연령대 증가 및 이용율 저하로 인하여 기존 유통 채널을 떠나고 있다. 

첫째, 명품 브랜드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백화점 공간이 아닌 외부 공간에서의 팝업스토어 등으로 전개 공간의 다양성을 넓히고 있다.

셋째, 구매력 높은 상권 중심으로 대형 매장(플래그십 스토어)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화점은 명품 브랜드만을 계속해서 고집해야 할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백화점(百貨店)에 담긴 한자 풀이와 같이 '수많은 제품을 파는 소매점'에서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접근 방식을 달리 생각해야 한다.

단지 제품을 파는 곳(百貨店)이 아니라, 고객에게 빛나는 즐거움(百華店)이 되어야 한다.

단기적인 매출을 위해서 수많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명품 브랜드를 고집해서는 안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즐거움이다. 이를 위해서 어떠한 가치를 추구할 것이느냐가 백화점이 풀어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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