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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Jun 06. 2022

더현대 서울은 이유가 있다

더현대 서울이 일반 백화점과 다른 이유

우리는 식당에 가면 메뉴를 고른 후 황급하게 찾는 것이 있다.

바로 '여기 주문할게요!'라고 점원을 부르기 위한 '벨(Bell)'을 찾는다.

테이블 위에 안 보이면, 옆에 붙여 있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다른 일행에게 찾아보라곤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벨을 찾는 것일까?도대체 무슨 이유로 벨은 분주한 식당의 소란스러움을 뚫고 성공적으로 점원을 부를 수 있을까?


바로 벨소리가 음역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띵동'이라는 주변 소리보다 높은 음역대는 특히나 점원들에게 환기시켜주며, 자연스럽게 주문을 기다리는 고객을 향하게 만든다.


이와 같이 '다름'이라는 것은 특별한 힘이 있다. 그 힘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의도한데로의 어떠한 행동을 유발시킨다.


이제 정식 오픈한지 일년이 조금 넘어선 "더현대 서울"은 일반 백화점과는 다르다.

그 다름이 오픈 당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계속해서 불러 모았다. 

일례로, 오픈 이후 1년간 지하 1층의 태극당에서 판매한 모나카 아이스크림의 크기를 합치면 약 2636제곱미터로서, 넓은 아이스링크 면적의 1.4배에 달한다.  

비단 태극당만 고객들이 찾은 것은 아니다. 그만큼 오픈빨(?)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오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더현대 서울이 기존 일반 백화점과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1. 위치가 다르다.

더현대 서울은 여의도라는 섬에 있다. 

그런데 여의도라는 위치적 특징은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서기는 제약 조건이 많다. 

여의도 하면 생각나는 시설이 있다. 바로 국회의사당, 방송국 그리고 금융업이다. 그래서 평일에는 분주한 그곳은 주말에는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 나간다. 

그런데 백화점의 특성상 매출의 60%이상이 주말 이틀동안 발생하는 구조를 감안하면,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백화점을 여의도에 오픈한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이미 자리잡고 있는 백화점들이 철옹성을 치고 있었다. 영등포에는 롯데와 신세계가 둥지를 틀고 있고, 신촌에는 현대백화점이 자리하고 있는 상태였다. 치열한 경쟁매장을 지나서, 다리를 건너서 더현대 서울까지 고객을 불러들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현대 서울은 다른 백화점과 달라야 했다. '다름'이라는 경쟁력이 있어야 사람들을 찾아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층 전체를 숲과 같은 휴식공간으로 파격적으로 구성했다는 점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첫째, 유통공간에서의 상층부는 층이 높아질수록 집객이 떨어질 확률이 높으나, 더현대 서울의 방문객 분포도를 보면 5층은 상위에 랭크(Top3, 약11%)되어 있다. 

둘째, 더현대 서울의 바로 옆에는 여의도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5층 전체를 숲으로 조성함으로서 공간 자체에 대한 연계성을 높임으로서 집객 효과를 보고 있다.


2. 구조가 다르다.

더현대 서울을 들어서면 '이곳이 백화점이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즉, 통상적인 백화점의 전형적인 구조와는 다르다.  


백화점은 단위 면적당 효율(평효율)을 위해서 고객 동선을 제외하고는 여백없이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또한 고객 동선(매장간의 간격으로서, 쉽게 말해 다닐수 있는 길)의 폭은 약 2.5미터 내외로 양방향으로 사람들이 다닐때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유지한다. 그래야 단 한개의 매장이라도 입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현대 서울은 일반적인 백화점과 달랐다.

우선 1층부터 상층부까지 개방을 시킴은 물론 폭포와 같은 구조물을 통해서 이색적인 모습을 더했다. 

또한 매장의 중앙부 역시도 뚫린 형태의 쇼핑몰과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고객 동선은 일반 백화점의 2배인 최대 5미터가 넘기도 한다.


더현대 서울이 이러한 구조를 갖고 있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는 있다.

건물을 계획할 때부터 백화점 입점을 염두한 것이 아니라, 쇼핑몰 운영을 계획하였기에 구조 자체가 백화점과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물리적인 구조의 차이를 총 9명의 디자이너에게 맡김으로서 각 층별 특색은 물론 전체적 공간의 차별화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차별된 공간으로 사람들은 찾아가고 있다.


3. 권한이 다르다.

더현대 서울이 공간적 구조 차이를 결국에는 공간의 차별화로 변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권한이 달랐다. 상급자의 지시적 전개(Top-Down)보다는 실무자에게의 권한 이양을 통한 자율성 확보가 주효했다.


일반적 백화점은 방문객의 분포도를 보면 1층이 가장 높다.

그렇기에 객단가가 높은 명품이나 유명 화장품 브랜드가 1층에 자리해서, 조금이라도 좋은 위치와 넓은 면적을 받기 위해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곤 한다.

그런데, 더현대 서울은 달랐다.

비록 지하철과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하여도, 방문객의 분포도상 지하1층과 지하 2층이 1,2위 자리를 돋보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이렇듯이 지하의 위치적 한계를 극복하고 가장 관심을 보이는 공간으로 만든 데에는 실무자를 믿어둔 경영진이 있었다.


특히 더현대 서울의 가장 차별화된 공간은 지하 2층이다.

애초에 MD계획 수립시부터 '경영진이 모르는 브랜드만 입점시켜야 한다'는 슬로건 하에 입점을 진행하였다. 그만큼 MZ세대의 고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그들을 가장 잘 아는 부하 직원에게 믿고 맡기기로 한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현대 서울의 2층은 마치 미로와 같으나, 중앙부의 스타벅스 리저브를 중심으로 현대백화점의 편집매장은 물론 다양한 신생 브랜드가 개성을 갖고 자리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중간한 나음'으로는 안된다.

확연하게 '달라야' 한다. 적어도 그렇게 각인시켜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을 오게 만들 수 있고, 머물게 할 수 있고, 또다시 찾아오고 싶게 만들 수 있다.


이를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이라는 상식이라는 깸으로서 만들어냈다.


비로 더현대 서울인 접근적 한계, 에루샤라는 명품의 부재 등의 한계른 지니고 있다.

그러나 '확연히 다른 경험'을 제공함으로서, 고객에게 '인상적인 장소'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의 소리를 뚫고 들리는 또렷한 벨소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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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 백화점의 뚝심있는 행보(네이버 블로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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