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의 의미와 효과에 대하여
초등학교 시절 나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하던 일이 있었다.
친구들에게 나눠줄 크리스마스카드를 직접 만들어서, 잘 못쓰는 글씨지만 정성껏 써서 나눠주곤 했다.
학교근처 문구점에서 사서 줄 수도 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주는 게 더 의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카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나만의 '팝업 카드'를 만들었다.
카드를 펼치는 순간 카드 가운데에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는 팝업 카드를 만들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렸지만, 반응은 너무도 좋았다. 카드를 받던 친구들은 항상 'Wow'하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팝업카드와 같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하는 오프라인 공간은 "팝업스토어(Pop-Up Store)"가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 다양한 곳에서 팝업스토어가 이어지고 있다.
팝업스토어의 특징은 무엇이고, 사람들은 그곳을 찾아오는 것일까?
첫째는 팝업스토어 자체의 '제한적인 운영'이다.
짧게는 1~2주를 운영하고, 길게는 수개월을 운영하곤 한다.
그러나 결국은 상설 매장이 아니라, 운영기간이 한시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운영 기간이 끝나기 전에 방문을 하기 위해서 어렵게 시간을 내서 찾아간다.
둘째는 팝업스토어가 갖고 있는 '새로운 경험'적 요소이다.
새로운 공간적 요소, 컨텐츠 그리고 제품이 주는 경험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곤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핸드폰의 카메라앱을 켜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 정신이 없다.
단지 한시적 공간만으로는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가 없다.
새로운 경험이라는 결정적인 요인이 결국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키가 된다.
그렇다면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크게 세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신제품 출시 목적
모든 제품은 새로운 신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그리고 신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팝업스토어이다.
신제품 출시는 브랜드 입장에서 기존 고객 유지와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한 기본적인 행위이다.
또한 신제품 출시를 통한 매출 발생을 기대하기 위해 이를 홍보하기 위한 팝업스토너는 중요하다.
최근에 성수동에서 대규모로 진행한 '디올뷰티'의 신제품 출시 행사를 보면 공통된 특징을 알 수 있다.
이미 인지도가 확보된 브랜드이기에, 브랜드 경험 측면보다는 신제품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연스럽게 제품을 경험하고 이벤트를 참여하면서 바이럴의 효과까지도 노리는 경우이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신제품 출시 사례는 '원소주' 팝업 스토어를 들 수 있다.
유명 가수가 런칭한 제품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해당 팝업 스토어는 제품을 경험하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브랜드 경험
팝업 스토어는 브랜드 자체를 경험하기 위한 방안이다.
즉 신제품 출시 보다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공간으로 꾸며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브랜드라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같이 막연한 존재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존재와 같이, 내가 불러줄 때 그 존재가 명확해 진다.
그렇기에 브랜드 경험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투입되는 비용대비 매출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브랜딩을 통한 '인식의 전환'은 매출액 보다 커다란 잠재적 효과를 창출해 낸다.
GS25에서 진행한 '갓생기획실'이라는 팝업이 그러했다.
갓생러 네넵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다른 관점의 경험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롯데백화점 자체 브랜드인 '시시호시'가 진행한 팝업이 그러했다.
백화점에서 진행했어도 되는 행사를 비용을 들여서, MZ세대가 선호하는 지역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였다.
제품과 브랜딩의 중간
브랜드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뇌리속에 그 브랜드가 명확하게 각인된다.
더군다나 브랜드의 메시지에 새로운 제품이 더해진다면 또다른 얘기가 된다.
이러한 움직임을 잘하는 것이 '젠틀몬스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세계적 인지도의 아이웨어 브랜드로 성장한 젠틀몬스터가 운영하는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도 그렇다.
몇 개월전 '탬버린즈'는 핸드크림 출시를 겨냥해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누에고치의 컨셉의 제품 스토리를 경험하기 위해서, 초입부더 압도적인 설치 예술의 경험을 제공한다.
젠틀몬스터는 언제나 그러했다.
단순한 제품의 새로움에서 그치지 않고, 브랜딩이 가미된 공간의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렇듯이 브랜드는 팝업스토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맞춰서 사람들 역시도 긍정적인 반응을 한다.
팝업스토어를 고객 입장에서 본다면, 'Wow'를 느끼거나 기대하는 새로운 경험의 기회이다.
그리고 브랜드 입장에서 본다면, 제품과 브랜드를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좋은 기회이다.
즉 팝업스토어를 단순히 단기적 비용 투입대비 효과로만 봐서는 안된다.
바둑이나 장기를 둘때 고수는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둔다.
내가 둔 한 수가 경기 막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예상하고 움직이다.
각각의 한 수가 모든 게임 전반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팝업스토어 역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몇 수 앞을 보고 일관된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