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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Aug 10. 2022

기술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하자.

온오프라인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몇년 전 코엑스몰에 입점해 있던 대형 패션그룹사에서는 실험적인 매장을 도입한다.

그당시 유행처럼 번진 '옴니매장(Omni-Store)'을 열었다.

옴니매장이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매장'이라는 개념으로서, 모바일과 디지털 기술 확산에 따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없는 쇼핑 경험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해외에서는 브릭앤 모타르(brick & mortar) 매장’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패션그룹사는 운영중인 여러 매장에 디지털 장비들을 설치하였다.

가방을 디지털 기기 근처에 가져가면,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매장 입구에는 터치 패널을 통해서 제품 정보 및 이벤트 등을 확인 하였다.

단순히 장비 설치비가 아니라, 뒷단의 서비스 개발을 포함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었기에 대대적인 홍보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그 매장에는 디지털 장비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왜 사라졌을까?

당시 한 매장의 매니저 얘기를 빌리면 이러하다.

그 장비를 놓을 자리에, 마네킹 하나를 세워두는 게 고객 반응이 더 좋습니다.

결국 고객들에게 전혀 반응이 없고, 쇼핑의 편의를 주지 못했기에 사라진 것이다.

패션업체 입장에서는 획기적이라고 생각했으나, 고객 입장은 달랐다.

데이타의 업데이트는 주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방문한 고객은 값비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필요를 못 느꼈다.


또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잠실 롯데몰 지하에 대형 매장이 오픈을 하였다.

유니클로의 자체 브랜드인 'GU'라는 브랜드였다.

국내에서 철수한 GU매장의 스마트 미러(@유튜브채널 <Moon>)

이 매장에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적용되었다.

가령, 매장내 기둥의 스마트미러에 제품을 갖다대면 제품의 컬러/재고는 물론 코디제안까지도 알려줬다.

이 정도의 개발을 위해서는 역시나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비록 일본 매장내에서 도입된 기술을 적용한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고객의 반응과 행동은 달랐다.

그 기둥면의 디지털 기기를 둘러싸고 있는 손바닥 폭 만큼의 거울만을 이용하고 있었다.

수십억원의 비용이 투입되었으며 데이타 유지를 위해서도 물적/인적 리소스가 계속해서 투입되는 최신의 기술 장치이지만, 결국 고객에게 쓸모가 없다면 단지 거울에 불과한 것이었다.

결국 GU매장 자체가 얼마 안 가서 국내에서 사업을 철수하면서 스마트미러는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와 같이 매장내에서의 디지털 디바이스는 무의미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 지향점이 달라야 한다.

철저하게 고객 입장에서 설계가 되어야 한다.

공급자 입장에서 혁신적인 기술이 도입되었음을 뽐내는 것이 옴니매장이 아니다.


다시한번 더 설명하면 옴니매장의 정의는 '온오프라인의 경계없이 원활하게 쇼핑이 이루어져야 함'이다.

이를 간과한 체 무조건적으로 기술만 적용되면 된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고객 관점은 결국 과학이나 기술 이전에 예술적 접근에서 고려해야 한다.

'어떠한 경험을 줄 것인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디지털 디바이스는 고객의 즐거운 쇼핑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만 화려한 치장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고객 쇼핑의 편의성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냐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궂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흐름과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공급자 입장에서 단정짓거나 일부 표본 집단의 의견을 바탕으로 고객을 일반화 시켜서도 안된다.

단지 ‘고객을 위한 제품 경험’이라는 대전제하에서 온오프라인의 어떠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갈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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