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통쟁이 김우찬 Aug 30. 2022

끌어 당기는 오프라인의 비밀(1)

대세를 따를 게 아니라, 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자.

마돈나는 세계적인 섹시 아이콘이자 엄청난 히트곡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팝 가수이다.

그러나 마돈나를 세계적인 인기를 끌도록 만든 계기는 1984년 MTV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의 공연 덕분이었다. 그전까지는 어느 정도의 인기와 인지도를 쌓아가고는 있었지만, 수많은 가수 틈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하지만 그 공연 한 번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 무대는 너무도 유명한 <Like a Virgin> 무대였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와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퍼포먼스는 평론가들의 가혹한 평가를 받게 했지만, 관객들은 완전히 다른 무대에 반응했다. 그 무대를 계기로 그 곡은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


제품(혹은 서비스)을 제공하는 소매업 공간 역시도 치열한 팝 시장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기술력의 발달로 제품의 질은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제품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눈높이가 높아진 고객을 사로잡기 어렵다.

하지만, 동일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취급하더라도 고객을 사로잡는 매장이 있다. 그 매장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결국 특별한 매장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매장 중에서 시선을 사로잡고 찾아오게 만드는 퍼플카우가 되어야 한다. 한 무리의 소들 가운데에서 자기만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 수백미터 밖에서 달려가는 기차 안에서도 확연히 구분될 정도의 특징을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1980년대 마돈나의 전설이 그녀만의 좀 다른 무대에서 시작된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인류라는 긴 역사 속에서 인간이 땅을 일구며 정착하게 된 기간을 그리 길지 않다. 밭을 일구며 농경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인간은 수확물 채취나 사냥을 위해서 떠돌아 다녔다. 이렇듯이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자극과 경험에 본능적으로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고객을 끌어당기는 오프라인 공간의 첫 번째 비밀은 '새로운 경험'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이다.


애플스토어 vs 길거리 휴대폰 매장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된 스마트폰 회선 수는 5,300만개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5,100만명을 상회하는 수준을 감안시에 스마트폰의 보유율은 엄청나다. 이러한 스마트폰의 거대한 시장을 놓고 길거리에는 주요 3대 통신사를 중심으로 한 휴대폰 매장이 넘쳐나고 있다. 중심가는 물론 골목골목마다 수많은 휴대폰 유통점이 자리잡고 있다.(약 2.6만개의 휴대폰 유통점이 운영되고 있음)


스마트폰 자체의 대당 단가가 평균 100만원을 상회하기에, 휴대폰 매장들은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그 엄청난 시장의 사과 열매가 떨어지기만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잠시 휴대폰 매장을 언제 방문하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스마트폰 교체를 위해서 주로 방문을 하지 다른 이유나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그래서 그 수많은 휴대폰 매장들은 새로운 모델 출시나 파격적인 혜택이라는 호재만을 기다리면서 고객을 기다릴 뿐 끌어당기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매우 대조적인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 넓지 않은 공간을 운영함에도 명품 주얼리 매장인 티파니 매장보다 평당 효율이 높기로 유명한 <애플스토어>이다. 애플 스토어는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대표적인 취급품목은 휴대폰 영업점 혹은 디지털 가전 매장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가로수길점을 포함하여 모든 매장에는 항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휴대폰 매장처럼 매장 외관에 사람들을 홀리는 다양한 광고 전단지나 배너가 붙어있지 않음에도 고객들은 애플스토어를 경험하기 위해서 찾아온다.


거의 동일한 품목을 취급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이 다른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애플이라는 네임밸류가 전달하는 다양한 제품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휴대폰 영업점도 애플의 신기종 스마트폰을 취급하고 있으며 언제든 들어가서 체험할 수 있다. 단순히 제품만으로는 이 두 곳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바라보는 큰 차이점은 애플스토어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자유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 저변에는 '지니어스'라는 애플 스토어만의 직원들의 대응 방식의 역할이 크다. 약 10여년전 유튜브를 통해서 큰 인기를 끈 영상이 있다. 한 소년이 애플스토어 매장에서 신나게 춤을 추자, 매장 직원은 이를 제재하는 게 아니라 덩달아서 함께 즐기면 춤을 추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더군다나 그 시점에서는 매장에서 이러한 돌발행동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애플스토어이기에 가능했으며, 이러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지니어스의 근무 가이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길거리에 있는 휴대폰 매장을 들어가면 왠지 모를 부담감이 엄습한다. 휴대폰 교체를 목적으로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반드시 구매를 하고 계약서 날인을 해야지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애플스토어는 다른다. 마치 놀이터에 놀러 온 아이들과 같다. 넓게 펼쳐진 제품들을 갖고 신나게 즐기면 된다. 매장의 지니어스들은 이를 도와주고 설명을 해줄 뿐 제품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


츠타야(TSUTAYA) vs 일반 대형 서점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대형 서점인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를 가면 기본적인 구성이 동일하다. 출입구 앞에는 베스트셀러 혹은 신간서적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뒤로는 여러 카테고리별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서 고객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형 서점도 일부 매장에서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책의 '카테고리별' 전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별' 전개로 믹스해서 운영을 하고 있다. 즉 책이라는 제품만 한 곳에 모아놓고 각자 알아서 찾아보라는 방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취향'을 연상케 하는 책과 연관 제품을 연계 연출하면서 라이프스타을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오프라인에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일본의 유명한 서점인 <츠타야(TSUTAYA)>를 벤치마킹해서 진행되었다. 츠타야 역시도 넷플릭스와 같이 근간은 비디오 대여점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츠타야의 시작은 달랐다.단순히 비디오나 책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서 사업의 정의를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거점'이라고 내렸다.


이를 발판으로 시장에 츠타야라는 존재를 알린 것은 다이칸야마 'T-Site'였다. 오프라인 구축의 타겟 자체도 중심지에서 벗어난 주거지역에 세웠다는 것은 물론 시니어층을 타겟으로 세웠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었다. 등한시할 수 있었으나 구매력은 높은 시니어 타겟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제품 진열 및 디테일한 응대는 기존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이 관심을 가져주고 공감을 해주는 자세에 있어서 츠타야는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이 오프라인은 단지 시니어층이나 일본을 넘어서 세계적인 인지도 및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고 배우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시몬스 OO스토어 vs 캐릭터 매장

시몬스라는 브랜드는 오랜 전통을 가진 침대 브랜드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시몬스가 오픈하는 오프라인 공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침대 브랜드가 진행하는 팝업스토어 앞에서 사진을 찍고 발빠르게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려서 공유한다.

다들 잘 알겠지만 시몬스에서 진행중인 팝업스토어에서는 침대를 전시하지 않는다. 철물점 컨셉으로 다양한 공구를 갖다 놓거나 식료품 컨셉으로 위트있는 문구류 등을 전시해 놓고 판매한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러한 제품을 구경하고 공간 자체를 경험하기 위해서 시간을 쪼개서 방문한다.


반면에 오프라인 공간에는 다양한 캐릭터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있다. 문구류의 대명사격인 아트박스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버터 등과 같은 캐릭터 매장이 있다. 이 곳에도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나 재미있으면서도 다양한 제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을 고객들이 방문하면서 설레임을 갖고 찾지는 않는다. 단지 제품 구매라는 일차원적인 목적을 위해서 방문을 한다. 당연히 내가 그 매장을 방문했다고 주위 친구들에게 자랑할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유사한 카테고리를 취급함에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오프라인 공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그 공간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다. 

동일한 공간이라도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따라서, 의미있는 장소가 된다.

단지 취급하는 카테고리만 동일하다고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제품을 넘어서 우리 공간에서 고객에게 어떠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느냐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술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