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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Sep 14. 2022

끌어 당기는 오프라인의 비밀(2)

나만의 스토리로 고객을 매혹시켜야 한다.

'오타쿠'라는 단어를 아는가?오타쿠는 특정 대상에 집착적 관심을 갖는 사람을 일컫는 일본어이다. 이 단어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약간 달리 생각하면 오타쿠라는 존재는 '자기만의 개성 혹은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오타쿠라는 단어보다는 '덕후'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변환해서 사용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오타쿠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 남다른 개성과 스토리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오프라인 공간도 이처럼 자기만의 개성이 있어야만이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


나만의 개성으로 승부한다.


프릳츠 vs 프랜차이즈 커피숍

서울 마포역과 공덕역 중간 어디쯤의 골목을 들어가면 2층집 한채가 나온다. 그런데, 그 집 앞에는 물개 한마리가 그려져서 '프릳츠'라고 쓰여진 자그마한 간판이 달려있다. 바로 이곳은 사람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고있는 <프릳츠>라는 커피숍의 1호점이다.

프릳츠 1호점 모습

수십년 된 한옥 가옥의 구조를 살리면서 적절히 현대적인 느낌을 살림으로서 이곳만의 레트로한 느낌을 더한 곳이다. <프릳츠>로고만 봐도 70~80년대의 낡은 듯한 느낌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물개가 반할 정도의 커피를 즐기는 위트있는 모습에 사람들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간적 요소만으로 사람들이 <프릳츠>라는 공간을 사랑하게 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프릳츠>만의 덕후들의 제품력(커피/빵)을 빼놓을 수 없다. 언론인 출신의 커피덕후 대표와 빵을 너무도 사랑하는 베이커리 쉐프 출신의 6인이 뭉쳐서 시작한 사업이다.

특히 <프릳츠>의 김병기 대표는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으로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지금은 직접 세계 여러나라에서 직접 발굴한 원두를 들여오고 있다. 이름있는 원두 공급자로부터 구매해서 블렌딩을 할 수도 있겠으나, 커피 원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노력을 맛으로 인정하였고 <프릳츠>라는 브랜드는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지금은 일부 커피 매장에서는 <프릳츠> 원두를 공급받아서 이를 매장에 고지해서 판매하고 있는 곳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반면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사리 볼 수 있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이 있다. 글로벌 기업인 스타벅스부터 국내 브랜드인 할리스 커피, 메가커피, 이디야 커피 등 수없이 많다. 각자 해당 매장을 찾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평소 즐겨 마시는 매장일 수도 있고, 합리적 가격에 찾는 매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매장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서 공유를 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매장만의 특별함이 없기 때문이다. <프릳츠>와 비교시에 판매하는 커피의 메뉴는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일부 메뉴는 더 다양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릳츠>가 갖고 있는 덕후들만의 진정성과 개성을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씨네 과일과게 vs 보세 의류 매장

최근에 신기한 과일가게가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 청년이 차 한대를 끌고 사방 돌아다니면서 이상한 과일(?)을 판매한다. 가게가 어디에 열릴지도 하루 이틀전에 본인 SNS를 통해서 공지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과일을 사기 위해서 긴 줄을 서서라도 기다린다. 더군다나 판매하는 과일이 싸지도 않다.

김씨네 과일가게 모습(@김도영 인스타그램 / @개인소장)

이 가게의 이름은 <김씨네 과일가게>이다. 그리고 판매하는 것은 과일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이다. 티셔츠 디자이너인 김도영씨가 운영하는 차 한대로 돌아다니면서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이다. 가격도 장당 3만원이기에 결코 싸지도 않다. 그러나 매장을 열 때마다 항상 매진을 한다.


<김씨네 과일가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 매장만의 개성때문이다. 티셔츠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서 티셔츠라는 제품의 스토리에 진심을 담았다.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디테일함이 핵심이다. 실제 과일판매하는 아저씨들처럼 차량을 타고 다니며, 판매하는 옷차림도 과수원 아저씨를 연상케하는 복장을 유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일(?)이 돋보이게 보이기 위해서 빨간 광주리에 정성껏 담아서 위트있는 박스 종이에 적은 POP를 배치해 둔다. 때로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서 옆구리에 낀 확성기로 노래도 불러준다.

이러한 개성 넘치는 브랜드인 <김씨네 과일가게>를 경험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찾아간다. 최근에는 부산에서 현대자동차와도 협업을 진행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반해서 로드샵 의류매장은 너무도 많이 있다. 통상 보세매장이라고 불리는 의류 매장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에서 물건을 떼와서 판매를 하기에 매장별로 디자인의 차이가 크게 없다. 더군다나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가격적 측면뿐만 아니라 구매의 편의성을 감안시에 로드샵 매장을 찾아야 할 이유를 뺏어갔다.

황폐함마저 느껴지는 옛 보세 매장의 성지였던 이대입구 상권

이러한 현실을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이대입구 상권을 들 수 있다. 약 20~30년전만 해도 이대입구 상권은 보세 의류 매장의 성지였다. 수많은 의류매장이 빽빽히 들어서 있고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지금의 이대입구 상권은 옛 영광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상권 자체의 매력 저하는 물론 의류 구매 패턴의 변화는 순식간에 해당 상권을 황폐함마저 느껴지는 곳으로 바꿔 버렸다.


사람들의 끌어당기는 매장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그곳만의 스토리가 있고, 개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사람들은 그곳에서만이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코 이 부분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단순히 베끼기식으로 따라한다고 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의 공간에서만이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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