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에 컨텐츠를 더하다.
나는 평소에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하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찾아가는 편이다. 업무적이기도 했고, 지금은 저마다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달해 주는 경험이 좋아서이다. 그런데 한때는 무작정 많은 공간을 방문하고 다니는 것만이 좋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한여름 싱가포르에 시장조사차 간 적이 있었다. 이틀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브랜드와 공간을 가봐야 한다는 사명감 속에 하루에 대형 쇼핑몰을 열 군데는 돌아다녔다. 다리는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싱가포르에서 방문한 공간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남지 않았다. 왜 일까? 나는 단지 많이 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그곳들을 눈으로만 담았을 뿐 마음으로 느끼지 못했다. 단 한 군데를 돌더라도 그 안에 있는 매장들의 제품은 물론 브랜드의 의미 등을 좀 더 음미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하게 되면 조금은 천천히 바라보며, 그 안에서의 의미를 되뇌여 보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은 어떠한 곳일까? 각자의 취향이 있기에 좋아하는 공간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공간 관련 업무를 하고, 여러 공간을 다니면서 나에게 느낌이 오는 공간의 기준은 있다.
첫째, 그 공간을 구현한 브랜드 혹은 개인의 본질이 담겨 있어야 한다.
둘째,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공간을 찾게 만드는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셋째, 본질이 담긴 컨텐츠가 전달하는 의미와 가치가 있어야 한다.
오프컬리
신선식품 샛별 배송의 대명사인 마켓컬리가 최근 성수동에 <오프컬리>라는 공간을 오픈하였다. 공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마켓컬리의 체험 중심의 오프라인 공간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서울숲을 따라서 줄지어 있는 공간들과 어울리는 인테리어 구성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다.
최근에 오픈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공간의 선정 기준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기존에 마켓컬리 회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이 좋았다.
첫째, 마켓컬리가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인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즌별로 주력 제품의 테마를 변경할 예정인데, 현재는 올리브와 연관된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둘째, 마켓컬리의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컨텐츠가 있다. 유료 도슨트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약 1시간 동안의 참여를 통하여 올리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생겨나기에 충분했다.
셋쩨, 오프컬리 공간의 방문을 통하여 또다시 찾음은 물론 계속적인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싶어졌다. 제품은 물론 공간을 운영하는 그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기에 말이다. 관계는 자발적인 지속성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이러한 역할은 오프라인 공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탬버린즈
<탬버린즈>라고 하면 아직 생소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젠틀몬스터>라는 아이웨어 브랜드는 다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탬버린즈는 젠틀몬스터에서 운영하는 코스메틱 브랜드이다. 가로수길 및 압구정에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규 제품 런칭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함으로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내가 탬버린즈의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첫째, 탬버린즈의 화려한 공간 연출에 비해서 그 시작은 단순한 이유에서 였다. 젠틀몬스터의 대표인 김한국 대표가 민감한 피부 때문에 기초 화장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탬버린즈의 고민은 단순하지 않았다. 기존과는 다른 제품 원료를 바탕으로 한 시즌에 단 하나의 제품에 집중하여 모든 직원이 수긍해야 제품화를 시켜오고 있다.
둘째, 험난한 관문을 통과한 제품을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한 컨텐츠 구성은 탬버린즈가 갖고 있는 차별화 포인트이다. 호랑이풀을 원료로 한 제품을 위해서 공간 내부 테마 전체를 호랑이로 전개하거나 누에고치를 원료로 한 핸드크림을 위해서 대형 조형물을 세우곤 한다. 최근 진행하는 향수 제품을 위해서는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인스톨레이션(거인)을 통해서 제품을 표현하고 있다.
셋째, 이러한 파격적인 공간 연출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들지만 나에게는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곱씹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 줌의 위안'이라는 테마로 진행중인 향수 제품을 위한 대형 조형물은 한 사람이 웅크리고 있다. 얼마나 큰 내적 괴로움과 갈드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누군가의 위로 한 마디 만큼이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향을 통해서 위안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듯이 단순히 제품 홍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경험을 통한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이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든다.
세상에는 멋진 공간이 수없이 많고 지금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그렇지만 크고 멋져서 사진을 찍기 위한 공간은 그것으로 관계가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은 그 공간에서만에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제공되어야 한다.즉, 수많은 공간 중에서 고객들과 관계를 이어주기 위해서는 그 공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어떻게 제공 시키느냐이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공감시킴으로서 단 하나의 공간인 특별한 장소로 만들어 가느냐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이런 공간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