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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Dec 13. 2022

백화점 1층의 변신은 무죄

백화점 1층 MD의 변화 및 배경

모든 백화점 1층에는 공통된 공식이 있다. 1층에는 무조건 화장품 브랜드 중심으로 배치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 주요 고객이 여성이며, 여성 고객의 지속적인 구매가 이루어지는 상품군은 화장품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화장품 상품군은 평효율(단위 면적당 발생하는 매출의 효율)이 타 상품군에 비해서 매우 높은 편에 해당된다. 그렇기에 백화점 MD에 있어서 1층의 중심은 화장품 브랜드로 채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화장품 MD에 대한 불변의 법칙이 깨지고 있다. 화장품 중심으로 전개되던 공간은 다른 상품군으로 대체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에 설화수, 오휘/후 등과 같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있던 자리를 명품 브랜드로 대체가 되었다. 그러면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지하 1층으로 대거 이동을 하였다. 롯데백화점 영등포 1층의 경우에도 1층에 있던 화장품 매장 자체가 3층으로 이동을 하였다. 그리고 1층 MD에 대한 과감한 변화는 롯데뿐만 아니라 신세계 및 현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1층(좌) & 영등포점 1층(우)

그렇다면 이러한 백화점 1층 MD에 대한 공식이 깨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최근의 트렌드와는 어떠한 연관이 있을까?


첫째, 화장품 상품군의 오프라인 매력도 저하를 엿볼 수 있다.


오프라인의 가장 큰 장점은 제품을 실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객들은 백화점 매장에서 화장품 아이템을 체험해 보고 직원의 상담을 받으면서 제품을 구매한다. 특히 신제품 출시나 이벤트가 있는 경우에는 단골 고객을 대상으로 혜택을 제공함으로서 매출을 만들어 왔다. 고객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이기에 앞다퉈서 백화점으로 왔다.

뷰티컬리

하지만 온라인의 무서운 성장은 고객의 구매 패턴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미 친숙한 제품을 온라인에 들어가면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를 할 수 있다. 가격 메리트는 물론 증정품 혜택까지도 받을 수 있기에 궂이 오프라인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의 뷰티 시장으로의 확장은 고객을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컬리 역시도 뷰티 카테고리로 확장하였으며, 무신사 역시도 화장품 시장에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 결과 화장품의 온라인 성장세는 작년 상반기 약 13% 성장에 이어서, 올해 상반기 역시도 약 22%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 현재 화장품의 온라인 구매 비중은 전체 시장 중 40%내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백화점 화장품에 대한 고객 니즈의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화장품 브랜드가 차지하던 공간은 다른 상품군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명품 혹은 MZ세대가 선호하는 새로운 브랜드에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둘째, 화장품의 이동은 비인기 상품군의 축소로 이어진다.


백화점 MD의 기본은 매출 트렌드를 우선적으로 따라간다. 롯데백화점 본점 화장품 브랜드의 이동은 이와 같은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명품 브랜드에 자리를 내어 준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지하 1층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수십 개의 화장품 브랜드는 지하 1층에서 자리를 잡아오던 핸드백 브랜드를 밀어냈다.

백화점 핸드백 상품군의 매출은 현재 10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인기 제품 디자인 베끼기식의 제품 경쟁과 애매한 가격대는 핸드백 상품군의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객은 국내 핸드백을 구매할 바에는 돈을 조금 더 보태서 준명품(코치,토리버치 등)을 구매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매년 MD시즌이 되면 핸드백 브랜드는 퇴점 고려 1순위에 놓이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몰 1층 스포츠/아웃도어관 모습(@중앙일보)

그러한 와중에 롯데백화점 본점 화장품의 이동은 지하 1층 핸드백 상품군 자체를 모두 날려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와 같이 백화점 MD는 매출을 기반으로 한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신세계 센템시티점에서도 볼 수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몰 1층에는 약 1600평 규모의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이 최근 오픈하였다. 해당 위치는 여성 컨템포러리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여성 컨템포러리의 고객층은 연령층이 있기에 백화점 입장에서는 큰 메리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기에 MZ세대가 선호하는 신규 컨텐츠를 대거 입점시키게 되었다.


백화점 1층의 변신은 무죄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화점은 정기 MD 및 수시 MD를 통해서 매장의 변화를 주고 있다. 여기에 1층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MD를 진행시에는 다양한 사항이 고려된다. 브랜드의 매출, 고객의 니즈 및 상품군별 트렌드는 물론 각 점포별 특성을 포함해서 다각도로 검토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는 브랜드는 있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기에 선택받을 수 있는 브랜드는 살아 남는다. 상품군의 트렌드를 이겨낼 수 있는 차별화된 무기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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