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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Dec 09. 2022

스키장에 간 백화점

롯데백화점이 용평 스키장에 나타난 이유

최근 용평 스키장에 등장한 '양조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제 술을 만드는 양조장은 아니다. 바로 롯데백화점에서 겨울 시즌 동안에만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롯백양조>이다. 팝업스토어 공간의 외관은 맥주 양조장 시설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판매하는 주력 제품은 술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몽클레르, 리모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실제 방문하는 고객들은 당혹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되며, 잘 맞아들었다고 생각한다.

용평스키장에 들어선 팝업스토어 <롯백양조> @롯데백화점

<롯백양조>라고 이름을 지은 배경은 팝업스토어가 진행되는 장소가 스키장이기 때문이다. 스키장에서는 스키와 보드를 이용한다. 여기에서 착안을 해서, '스키'는 '(위)스키'로, '보드'는 '보드(카)'로 해석하여 이를 연상케하는 '양조장' 컨셉을 구현하게 되었다. 일단 이러한 접근이 신선해서 스키장을 방문한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왜 스키장에서 진행할까?


팝업스토어는 규모도 크지 않고 전개하는 브랜드 및 제품도 많지는 않기에 큰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팝업스토어 조성 비용 및 운영 인력 비용 등을 감안하면 결코 손익을 남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롯데백화점은 갑자기 스키장에 오프라인 공간을 열었을까?


바로 「고객과의 접점 확대 및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이다.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외부에 미니백화점을 운영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약 6년전에 홍대, 이대, 가로수길 등에 <엘큐브>라는 미니백화점을 열어서 진행했다. 비록 규모는 1000제곱미터 내외로 크지 않지만, 각 상권별 특성을 감안한 브랜드 입점을 시킴으로서 오프라인망을 다각화하려 하였다. 하지만 결국 3년 안팎을 운영하다가 모든 엘큐브 매장은 문을 닫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한적인 컨텐츠로 고객을 유입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을 창출해 낸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에 진행하는 팝업스토어는 목표가 애초부터 다르다. 현재 MZ세대에게는 단순히 제품만을 구매하기 위해서 백화점에 가야 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백화점은 고객을 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팝업스토어는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백화점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매출이 아닌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통하여, 백화점 자체에 대한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함인 것이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완전히 다른 수업 방식의 강의가 있다. 하나는 수업 자료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쾌한 방식으로 흥미롭게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방식에 대한 성취도 결과는 어디가 좋을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결과는 두 수업 방식의 성취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두 수업 모두 별다른 참여 없이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참여하는 학생들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성취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참여도이다.

이 실험의 내용을 오프라인의 고객 경험 측면에서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의 팝업스토어가 스키장에서 진행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즉 의외성 있는 브랜드 경험이 주는 적극적인 자극은 결국 고객의 뇌리에 긍정적인 기억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백화점 이용에 대한 가능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인 <샤넬> 역시도 최근 신라 제주호텔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중에 있다. 약 4개월간 운영하는 팝업스토어이지만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샤넬이 팝업스토어를 낯선 장소에서 진행하는 이유는 <롯백양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의외의 공간에서 만나는 브랜드의 경험을 통하여 긍정적인 기억을 남기기 위함이다.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이 주는 적극적인 경험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결코 온라인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영역이다. 공간 경험을 통하여 고객의 뇌리에 어떠한 기억을 만들어 나갈지를 정립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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