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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Feb 27. 2023

백화점의 파트너십

백화점과 협력업체는 더 이상 갑을관계가 아니다.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 채널이 초긴장을 하는 때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불시에 점검을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대형 유통 채널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공정위 점검을 통해서 위법 사항이 적발되게 되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음은 물론 막대한 규모의 법칙금을 맞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정위 점검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대형 유통사와 협력사와의 관계에서의 부당한 거래 여부이다. 정확히는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힘으로 누르는 행위가 있는지를 중점으로 보며, 이 부분이 가장 큰 타격을 입기 쉽다.


약 30여년간 유통 시장에서 백화점은 성공적으로 확장해 나갔다. 수많은 협력업체는 백화점에 입점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우렸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백화점 채널 자체가 돋보적인 유통 판로였기에, 항상 을(乙)의 입장에서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백화점 산업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시장 환경은 급속도로 변해서 기존의 갑을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고객 입장에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백화점의 절대적 필요성은 약화되어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결과 협력업체는 백화점이 아니라, 고객이 있는 다양한 판로를 찾아나서고 있다. 아예 백화점을 철수하고 자체 온라인몰에 집중하거나 핫플레이스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시장의 판도는 변한지 오래다.


현재 협력사들은 제품을 판매하고 고객을 만나기 위해서 반드시 백화점이라는 채널을 고집하지 않는다. 이미 떠오르는 신진 브랜드들은 백화점 바이어들이 온라인 입점을 제안하여도 이미 무신사와 같은 패션 플랫폼과의 계약 체결로 인하여 추가적인 입점이 어려운 패션 브랜드들도 다수인 상황이다.또한, 힙한 브랜드인 젠틀몬스터나 아더에러와 같은 브랜들은 자신들의 브랜딩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메가스토어나 콜라보레이션을 통하여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이와 같이 백화점과 협력업체와의 협상에서의 주도권은 협력업체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도 아직 대형 유통사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1. 백화점 출신 임원을 영입한 브랜드에 영향을 받는다.


백화점 3사 모두 매입조직이 존재한다. 매입조직이라 함은 주로 협력업체를 발굴하거나, 매출을 평가하여 새로운 매장에 대한 입퇴점 권한을 쥐고 있다. 그렇기에, 오랜 기간동안 매입조직은 협력업체 위에 군림해 온것이 사실이다. 비록 최근에는 본사 매입 조직의 권한이 영업점포별로 이양되는 경우가 있으나, 매입조직의 영향력은 크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협력업체에서는 백화점 출신 중 특히 매입 조직 출신의 임원을 영입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비록 내부 서열에서 밀리면서 백화점을 떠났으나 그들의 영향력이 백화점 내부에서 직간접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가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며 매출을 위한 협력업체의 행사에 영향을 주거나, MD측면에서는 입퇴점 및 자리 선정에 까지도 미치고 있다. 비록, 백화점에서 행사 및 MD업무에 대한 엄중한 측정 지표 및 관리를 가져가고 있으나, 엄연히 결재권자의 지시로 흔들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구시대적인 관계는 백화점 뿐만 아니라, 협력 업체에게도 불이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눈가리리고 아웅하는 식으로의 임시방편은 오래가기 어렵다. 고객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가 아니라 잠시 동안의 영위에 취한 체로는 고객에게 버림받을 날만 기다릴 뿐이다. 결국 고객의 가치 평가는 어느 추운 겨울보다 매섭고 냉혹하며, 변하지 않는 제품과 기업에 대해서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 협력사에 대한 적절한 평가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


온라인의 성장세가 무서운 것도 사실이며, 제품 판로도 다양해 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백화점이 유통 채널에 있어서 주요한 채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협력사 입장에서도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매출에 있어서도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주요 상권 점포의 매장에 입점 및 유지한다는 것은 일부 협력사에게 있어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요한 MD를 위한 평가 요소에서 온라인 매출에 대한 비중이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협력사는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샵매니저를 중심으로 온라인 매출에 집중을 하고 있다. 실제 매장 관리자 역시도 온라인 매출을 통해서라도 전체 매출이 올라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협의와 관리를 하고 있는 게 실정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부 샵매니저는 하루 종일 온라인 주문량을 처리하느라 오프라인 매장 고객 응대는 신경쓰지 못할 정도이다.


이렇듯이 협력사는 매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높은 마진을 내면서 온라인으로 매출을 끌고 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백화점 MD시에는 온라인 매출 비중을 오프라인과 상이하게 가져 감으로서, 온라인 매출 비중이 높은 협력업체는 불공평한 평가를 받고 있다. 백화점 MD 평가시에는 고객 집객을 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출로 평가하는 게 적합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협력 업체 입장에서는 온라인을 포함한 총매출에 대한 압박이 전해지는 현실이라는 점이 문제이다. 만약에 이러한 기준이 유지되어야 한다면, 협력 업체 입장에서는 온라인 매출에 대한 별도 마진 적용을 통하여 손익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시대는 변하고 있으며, 백화점의 역할도 이에 맞춰서 변해야 한다. 특히, 협력 업체에 대해서 예전의 갑을 관계가 아닌, 파트너로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영업방식과 기준을 탈피하여,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다.뿐만 아니라, 백화점 매입조직의 기본적 마인드에 대한 변화도 병행되어야 한다.파트너임을 인정하고 공생의 방안을 항상 고민하며 노력해 나갈때, 지금의 고객을 붙잡음은 물론 백화점 본연의 가치를 찾아나갈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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