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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Apr 05. 2023

매장의 디지털화에 대한 생각

보여주기가 아니라 일련의 과정에서 느끼도록 해야 한다.

우리 나라의 온라인 시장 확대 속도는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다. 전세계적으로 소비 시장에서의 온라인 비중이 약 25%내외를 차지하는 반면,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온라인 비중이 올라갈 수록 이를 오프라인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그 결과, O2O(Online to Offline) 혹은 옴니채널이라는 방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이 시도되었다. 최근에는 O4O(Online for Offline)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용어만 바뀌었을 뿐 제공되는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대표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은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픽업하는 방식이다. 주로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보유한 자체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제품을 오프라인을 통해서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이다. 미국의 월마트에서는 팬데믹 기간동안 '커브사이드 픽업서비스'를 도입하여, 고객이 온라인 주문하면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직원이 차 트렁크에 제품을 실어주는 방식이다. 해당 서비스를 비록하여 다양한 노력을 통하여, 월마트는 팬데믹이 시작된 20년 1분기 매출이 70%이상 증가하였다. 국내에서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픽업서비스를 수년 전부터 도입을 하였다. 그러나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미국과 상이한 결과가 나타난 데에는 지형적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미국은 면적이 넓다보니 온라인 주문을 하여도 전달 받는데에 그만큼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작은 지형과 발달된 물류 시스템으로 인하여 현재는 시간단위 배송까지도 가능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국내 고객 입장에서는 오프라인까지 픽업을 하러 가는 것이 불편한 일이다.

월마트의 '커브사이드 픽업서비스'(@조선일보)

둘째, 온라인 정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에 디지털 기기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기기를 배치하는 목적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오프라인의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온라인 상의 제품 정보를 디지털 디바이스(태블릿 등)를 통해서 볼 수 있게 한다. 아마존 북스토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오프라인에 없는 제품의 내용이나 정보를 확인함으로서 제품 구매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전시되어 있는 제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즉 매장 직원의 설명없이도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서 제품 재고 정보, 소재 및 연관 제품 추천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프라인에 디지털 기기를 배치하는 것 역시도 심사숙고를 해봐야 한다. 도입을 위한 개발비도 막대하게 들지만, 데이타 업데이트 등과 같은 사후 관리의 리소스도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속성이 가능한지 여부와 함께 정말로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인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화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그렇지 않다.

우리 매장은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곳이라는 보여주기식이어서는 안 된다.
고객의 소비 여정의 흐름에서 판단해서 도입한다면 의미가 있다.
롯데 잠실월드몰에 입점했던 GU매장과 매장내에 배치된 디지털 미러

2018년 잠실월드몰에는 유니클로의 서브 브랜드인 GU매장 1호점이 오픈을 하였다. 매장의 특징 중에 기둥에 부착된 디지털 미러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디지털 미러는 제품에 부착된 RFID칩을 통하여 제품 이미지, 재고 및 착장 모습 등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는 앞선 기술이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매장에서 한참을 관찰해 보면 상황은 이와는 달랐다. 고객들은 '디지털 미러'가 아니라 테두리에 있는 '실제 거울'로만 활용을 할 뿐이었다.

유니클로 매장의 '셀프계산대'

반면에 유니클로는 팬데믹 기간동안 일본 매장에서 확대 진행한 '셀프계산대'를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용 방법은 단순하다. 계산대의 바구니에 제품을 담으면 자동으로 구매하려는 제품을 인식되기에 결제를 진행하면 끝이다. 고객의 구매 여정 중 계산 단계에서 기존 매장에서 도입중인 무인 계산대와 달리 '바코드를 인식하는 과정'을 제거(eliminate)한 것이다. 한가지 과정만을 제거했을 뿐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셀프 계산에 대한 저항감을 크게 줄여주었다. 그리고 이 기술의 기반은 RFID로서 GU매장에서 도입한 디지털 미러와 동일하다. 결국 동일한 기술일지라도 고객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상이하다.


O2O이든 O4O이든 새로운 기술을 매장에 도입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목적이 경영진을 위한 생색내기이거나 고객에게의 보여주기식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작은 기술 도입일지라도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이라면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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