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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Jun 30. 2022

잠시 쉬어가도 됩니다

환승 지하철을 바라보며

매일 아침 출근길이면 순간적인 고민이 되는 때가 있다.

바로 출근길 지하철 환승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점이다.


아침 출근길 을지로 3가역에서 2호선을 갈아타러 가기 위해서 바쁘게 환승통로를 지나간다.

정확히는 에스컬레이터 한번, 계단을 걸어올라가면 약 100여 미터의 환승통로가 나온다.

문제는 계단을 올라오면 눈에 들어오는 다음 열차 도착 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이다.

성수행 열차가 전역을 출발해서 들어오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오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면서 나는 다급해진다.


그 순간 나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면서 잠시 고민한다.

'뛰어서 이번 열차를 탈까? 아니면 다음 열차를 탈까?'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잠시동안의 갈등을 멈추고, 어깨에 멘 가방끈을 움켜쥐고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출발하기 직전의 열차에 올라타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궂이 뛰지 않았어도 되는데도 나는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달린다.

왠지 그래야 안심이 될 것 같은 마음에서 말이다.


백화점 영업 현장에 처음 발을 디딘 시절에도 그러했던 것 같다.

주어진 목표 혹은 실적을 향해서 달렸다. 

때로는 협력업체에 윽박을 질러서라도 행사 물량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것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막 유통업에 발을 내딛은 신입사원이라면 너무 조급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처음에 낯설고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겁을 낼 필요는 없다.

또한 의욕만 앞선 체 목표 달성만을 위해서 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차라리 현장에서 업체나 동료들에게 환한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란다.

결국 힘든 위기 속에서 격려를 해주고,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은 그들이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말을 쓰곤 한다.

"자전거가 멈춰서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어느 정도 가속도가 붙은 자전거는 궂이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으로 잘 나간다.

뉴턴의 제 1법칙인 '관성의 법칙' 속에서 외부 저항이 없다면 계속해서 나아갈지도 모른다.

또한 내리막길이라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게 된다.


자동차를 운전하다보면, 한 순간 나도 모르게 과속을 하는 경우가 있다.

150킬로미터로 밟고 있어도 체감으로는 50킬로미터처럼 느껴지기도 할 정도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하다. 이때는 주위를 돌아볼 틈이 없다. 앞만 보고 달린다.

반면에 바다가 보이는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리면 상황이 다르다.

속도를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 이럴 때는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달린다.

그러면 주위가 들어오면서, 파아란 바다와 경치를 느끼면서 달려 나간다.


홀로 너무 아둥바둥대며 조급해하지 말자.

주위를 둘러보며, 심호흡을 해보자.

이번 열차를 떠내 보낸다고 결코 지각하지 않는다. 다음 열차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그때 여유있게 그 열차를 타서 제 시간에 출근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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