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사는 한국 시장과 이를 바라보는 명품 브랜드
최근 큰 인기를 끌고있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있다. 나 역시도 퇴근 이후 피곤함을 잊은 체 삽시간에 몰아본 송혜교 주연의 <더 글로리>이다. 드라마의 완급 조절과 쫀득쫀득한 내용 열연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드라마 속 다양한 캐릭터 중 눈길을 끄는 캐릭터가 있다. 허영심에 가득 찬 체 돈과 명품만을 갈망하는 '최혜정'이라는 캐릭터이다. 자신의 외적 모습을 명품으로 포장함으로서 돈 많은 친구들과 동일시함은 물론, 신분상승을 꿈꾸는 인물로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해 볼 때 크게 이질적이지 않다.
최혜정이라는 캐릭터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우리는 각자 외부로 표출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내면속에 '명품'이라는 한 단어에 대한 욕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며 이를 소비심리적 관점에서 좀 더 살펴 보자.
기능정 편익 vs 정서적 편익
책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서 설명하고 있는 ‘편익’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명품에 대한 소비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편익이란 고객이 제품 혹은 서비스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주관적 보상이나 기대를 말한다. 고객이 느끼는 혜택이나 가치를 위해서 다양한 거래 관계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편익의 종류 중에 ‘기능적 편익’과 ‘정서적 편익’이 있다.
기능적 편익은 일차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배가 고파서 밥을 사먹거나, 물건을 담기 위한 수단이 필요해서 가방을 구매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를 매슬로우의 욕구설에 비유한다면, 생존의 욕구 혹은 안전의 욕구 단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능적 편익은 제품간의 차별화가 쉽지 않기에 경쟁 정도가 심하다. 그래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치열한 염가 정책을 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제품의 저변은 확대될 수 있을지 몰라도, 고객들이 체감하는 가치의 수준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정서적 편익은 고객의 표면적인 필요성 보다는 내면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게 된다. 시간을 알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확인하거나 저가의 패션 시계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수천만원 대의 명품 시계를 구매한다. 명품 시계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용도보다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나 재정 능력을 대변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럭셔리 차를 타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차량의 안정성과 승차감은 물론 내릴 때 느낄 수 있는 ‘하차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고객들은 명품 소비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와 자신을 높여주는 자존감의 상승을 만끽하길 바란다. 매슬로의 욕구설로 본다면, 사회적 욕구 혹은 자존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명품이다.
우리에게는 에르메스가 약 2백년 전 부유층을 대상으로 마구를 만들던 회사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유명인이나 부유층이 애용을 하고 핸드백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수개월 혹은 수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 역시도 해당 계층의 일원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을 사는 한국
이와 같은 명품에 대한 욕구는 우리나라 소비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3년간의 팬데믹의 긴 터널 속에서 오프라인 채널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백화점 채널은 팬데믹 초기를 제외하면 회복세를 보이면서 성장세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백화점 성장세의 가장 큰 요인은 명품 브랜드의 매출 호조 덕분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백화점내 대부분의 상품군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속에서도 명품 브랜드만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렇기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명품 브랜드 유치 및 확대를 위해서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했다. 그 결과, 매출 2조원을 여유있게 넘어선 것은 물론, 단일 점포 기준으로 올해에는 매출 3조원을 바라볼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롯데백화점 본점 역시도 매장 리뉴얼을 통해서 매장 구성의 절반을 명품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하에 순차적인 MD를 진행중에 있다.
이와 같은 명품 시장의 활황은 비단 오프라인에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역시도 국내 명품 시장의 파이를 나눠 갖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 온라인 명품 플랫폼 1위인 머스트잇을 시작으로 트렌비, 발란 등이 경쟁을 벌이는 속에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침투하는 명품 브랜드
명품에 대한 욕구 속에 커지고 있는 국내 명품 시장의 모습은 MD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 마디로 정의하면, ‘주도권의 상실’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명품 시장이 커 질수록 브랜드가 갖고 있는 제품은 물론 입퇴점에 대한 주도권은 브랜드가 좌지우지하게 된다. 샤넬은 작년동안 제품의 가격을 네 차례나 인상을 하였다. 매번 5~10%의 가격 인상을 진행함으로서 대표 아이템인 클랙식 플랩백은 1,300만원이 넘어선 상태이다. 그렇다보니,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저럼할 때 구매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고, 중고 시장의 반응도 뜨거워서 중고제품임에도 웃돈을 얹어서 거래가 되는 ‘샤테크’가 자리잡은 지 오래다.
둘째, 국내 명품 시장이 커지자 유럽 본사에서 국내에 직접 법인을 설립하면서 직진출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즉 제품만 공급하던 수준에서 직진출을 해서 지금까지 커진 시장을 직접 운영함으로서 이익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이 운영하면서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아진 톰브라운은 물론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지금까지 키워 온 셀린느는 최근에 국내 법인을 설립해서 운영권을 종료한 상태이다.
소비 활동은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 거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소비의 주체인 본인 스스로를 잃고 타인의 시선에만 의존하는 소비 활동은 올바르지 않다. 소비의 주도권이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있기 때문이다.
명품 소비를 통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을 부인하는 바는 아니다. 자신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매슬로우가 이야기하는 상위 욕구를 채우려는 사람의 심리는 당연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에 대한 주도권과 밸런스가 문제이다. 이는 개별적인 소비자 뿐만 아니라 MD적 관점에서도 동일하다. 다양한 컨텐츠 발굴을 통해서 명품 브랜드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고 상호적 관계를 통한 시장 형성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