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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Mar 16. 2023

무너진 도심형 아울렛 매장

가산동 W몰의 폐점과 동대문 상권의 위기

시대는 변한다. 그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보면 이러한 변화와 그에 대한 대응의 중요성이 잘 나와 았다. 치즈가 가득히 쌓여 있는 창고에 안주한 체 살아가다 보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텅빈 창고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늦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그때라도 다른 창고의 치즈를 찾아서 떠난다면 다행이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움직임에 대한 오프라인 사례를 보여주는 상황이 최근 발생했다.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대형 도심형 아울렛인 'W' 오는 9월에 폐점을 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위치에 전신인 '원신아울렛' 오픈한지 27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쇼핑의 메카로 불리던 동대문 상가는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폐허화 되고 있다. 동대문 밀리오레의 일부 층은 절반이 비어있을 정도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고객들로  디딜틈도 없던 도심형 아울렛과 쇼핑몰은 무너져 버렸을까? 지금의 소비 형태의 변화의 물결 속에서 고민해  법한 문제이다.


1. 소비패턴의 변화


미국의 아마존은 글로벌 온라인 유통 채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체 소비 시장에서 온라인의 매출 규모는 20%내외이다. 반면에 국내 온라인 시장 규모는 전체 소비 시장의 50%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확장의 물결 속에서도 우리 나라의 소비 시장의 변화는 매우 이례적이다. 

 결과 쿠팡은 우리의 소비 생활에서 떼어내서 생각할 수도 없는 존재가 되었다. 공격적인 물류 비용 투자를 통한 신속 배송의 편리함과 다양한 상품 구색은 오프라인의 물리적 제약으로는 따라갈  없는 존재이다. 쿠팡의 꾸준한 성장은 결코 이루어낼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흑자 전환을 이루어 냈다. 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모두 합친 소비 시장에서 롯데와 신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3 구도를 갖추게 되었다.


이와 같은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고객의 소비패턴은 빠르게 변화해 나갔다. 오프라인 대비 온라인의 강점은 명확하다. 언제 어디서든 주문할 수 있고 물류 시스템의 발달로 시간 단위 배송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편리(conveniecne)하다. 또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채널의 가격 비교를 통하여 조금의 노력만 기울이면 저렴하게 구매(discount)가 가능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러한 장점에 반응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동일한 기능과 역할로는 온라인을 이길 수 없다. 일본의 대표적 오프라인 매장인 '돈키호테'의 영업 철학은 'CVD+A'이다. 

'이 세상에 편리(CV)한 점포는 무수히 많다. 싼(D)가게도 흔하다. 편리하고 싼 가게(CVD)도 있으리라. 하지만,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한 것은 물론이고 여기에 즐거움(A)까지 더해야 한다.'

그 결과 돈키호테 매장은 일본의 경기 침체기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 이 경영철학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온라인과는 다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고민하는 것이 오프라인의 숙제이다.


2. 아울렛이 아울렛이 아니다.


아울렛의 강점은 한 시즌 정도 벗어난 제품이라서 정상가 대비 저렴함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고객은 이 점을 기대하고 방문을 한다. 하지만 아울렛이 아울렛이 아니다. 아울렛 매장 도입시점에는 기존 입점업체는 재고 상품을 소진할 수 있는 채널로 매우 반겼다. 고객들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아울렛으로 달려갔다. 그 결과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그 덕분에 도심형 아울렛은 물론 교외형 아울렛이 공격적으로 오픈했다. 

이렇게 되자 아울렛 매장에 입점한 업체들은 판매할 재고 물량이 부족해 지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정상가 제품이 약간의 할인가 적용을 해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고객은 제품의 달라진 가격에 바로 알아차렸다. 아울렛이 아울렛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동대문 쇼핑몰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신진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팔 수 있는 판로의 역할을 하였다. 그렇지만 패션계에서는 고객에게 반응을 보이는 제품이 있으면 빠르게 그 디자인을 베낀 제품이 퍼져 버린다. 고객 입장에서도 어딜 가나 대동소이한 디자인의 제품에 궂이 손이 갈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은 손안에 든 휴대폰으로 잠시 검색하면 더욱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처럼 제품의 차별화의 감소 속에 도심형 아울렛의 가장 큰 손인 중국 보따리상 고객들도 떠나갔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중국인들의 출입국이 제한된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엔데믹 시대에도 기존과 같은 중국인 고객층의 수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체적으로 자국 제품 구매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 소비자의 자국 제품 선호도에 대한 수요 조사에 따르면 50%이상이 자국 제품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변을 하였다. 반면에 반한 감정으로 한국 제품의 중국내 입지는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휴대폰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삼성 갤럭시가 중국내 점유율이 1%내외라는 점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3. 가성비 보다는 가실비


제품 구매 성향에 대한 특징을 보여주는 용어는 많다. 그 중에서 가성비가 대표적이다. '가격대비 높은 성능'을 보이는 제품을 일컫는다. 가성비를 보여주는 매장은 다이소이다. 다이소는 하루 1000만명의 고객이 몰리며, 1시간에 42만개의 제품이 팔려 나간다. 1000원짜리 제품을 팔아서 연간 매출 3조원을 만들어 냈다. 고객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가격으로 '이만한 성능의 제품'이면 만족하고 기꺼이 구매한다.


이와 같은 가성비 덕분에 도심형 아울렛은 성장할 수 있었다. 크게 유행에 뒤쳐져있지 않으나 가격은 저렴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성비와 함께 뜨는 소비 트렌드 용어가 있다. 바로 '가실비'이다. 구매가격대가 다소 있더라도 '구매한 제품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지'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지속적 체감'이라는 부분이다. 단순히 저렴하다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적 가격대보다 내가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치를 담고 있다면 높은 가격대에 기꺼이 구매를 한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다이슨을 들 수 있다. 평균적으로 헤어 드라이기는 10만원 내외면 구매할 수 있으나, 다이슨의 드라이기인 슈퍼소닉은 50만원대이다. 그러나 고객들은 구매를 하고 싶어하는 워너비 제품이다. 비싸게 구매하더라도 계속해서 그 제품이 주는 기능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단순히 제품의 가격으로만 승부를 보면 도심형 아울렛 매장의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경기도 의왕시의 롯데의 교외형 아울렛인 '타임빌라스'나 신세계의 '스타필드'와 같이 단지 제품뿐만 아니라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을 즐기기 위해 고객들은 방문을 한다. 하지만 도심형 아울렛에서 주는 가치나 만족도는 단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는 고객의 니즈를 채워줄 수 없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소비 시장의 대내외적인 변화를 따라가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그것이 일순간의 유형에 그치고 마는 패드(Pad)일지, 혹은 한 시대를 아우르는 트렌드(Trend)일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 그러한 변화에 항상 대응한다는 것 자체도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오프라인 공간이 지속되기 위해서 '우리 매장은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해 주는가'이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끝났다. 우리 매장만이 지니고 있는 강점을 강화해야 한다. 다면 그 방향성은 고객 가치 만족 제고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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