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넘어 대화로

소크라테스의 질문에서 플라톤의 대화로, 그리고 AI 시대

by mookssam

AI 시대를 흔히 질문의 시대라고 말한다. 무엇을 어떻게 묻느냐가 중요해졌고, 좋은 질문이 곧 좋은 답을 만든다는 인식이 퍼졌다. 그러나 AI와 실제로 작업을 함께 하다 보면 질문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질문은 답을 불러오지만, 그 답은 곧 다시 확인을 요구한다.


AI의 응답에는 사실과 어긋나거나 근거가 불분명한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할루시네이션이다. 이 오류는 질문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질문이라는 형식이 사고의 다음 단계를 감당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질문은 하나의 방향을 전제한다. 그러나 AI의 응답이 그 전제를 흔드는 순간, 사고는 멈추지 않고 방향을 바꾼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날카로운 질문이 아니라 응답을 되돌려 보고, 전제를 다시 확인하고, 맥락을 수정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질문이 아니라 대화의 형식을 갖는다.



묵샘

이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줘.


AI

요약하면 AI 시대에는 질문보다 대화가 중요해졌다는 점입니다.


묵샘

그건 결과야. 과정이 빠졌어.


AI

AI의 응답이 항상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합니다.


묵샘

검증은 질문이야, 대화야?


AI

단일 질문으로는 부족하고, 응답을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묵샘

그렇지. 지금 우리는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라, 방향성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어.


AI

이 지점부터 사고는 질문의 형식을 벗어나 대화의 형식으로 이동합니다.



AI와의 작업에서 프롬프트는 명령이 아니다. 조건을 고정하는 문장이 아니라 대화 속에서 계속 조정되는 기준이다. 원하는 결과물은 한 번의 질문으로 나오지 않는다. 응답을 검토하고 오류를 지적하고 맥락을 다시 제시하는 여러 차례의 대화를 거치며 형태를 갖춘다.


이 구조는 플라톤의 대화편과 닮아 있다. 소크라테스의 질문은 사고를 시작하게 했지만, 플라톤은 그 질문이 하나의 답으로 끝나지 않도록 대화의 형식으로 남겼다. 질문은 사고를 열지만, 대화는 사고를 유지한다.


AI 시대에 다시 중요해진 것은 바로 이 점이다. AI는 답을 제시하지만, 그 답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그래서 AI와의 사고는 질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고는 대화 속에서 계속 수정되고, 계속 이어진다.


이 장에서 다룬 것은 AI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의 형식이 질문에서 대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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