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016개의 교실, 정적의 기록

예방의학적 시선으로 본 '사회예방학' 담론

by mookssam

퇴직 후에도 나는 종종 교실 문을 연다. 이제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정해진 자리는 없지만, 여러 지역의 학교를 오가며 아이들과 마주하는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부터 지방까지 내가 마주하는 교실의 풍경은 통계청의 수치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서늘하다. 인구 감소는 더 이상 예측이 아니라, 이미 교실 뒷벽까지 밀려든 현상이다.


2024년 기준, 서울에서만 1년 사이에 1,016개의 학급이 사라졌다. [1] 수도권 도심 한복판에서도 역사 깊은 학교들이 문을 닫거나 통폐합 절차를 밟고 있다. 교실에 들어서면 성긴 밀도 속에서 아이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채우고 있는 모습이 먼저 들어온다. 인구 폭발 시대에 지어진 거대한 학교 건물에 비해, 그 안을 채우는 사람의 온기는 현저히 낮아졌다.


이 현상은 '1.5세대'의 등장과 결을 같이 한다. 과거의 인구 구조가 '가족'이라는 촘촘한 그물망을 유지해 주었다면, 지금의 인구 감소는 그 그물망 자체를 해체하고 있다. 형제자매가 없고 친인척의 교류가 드문 아이들은 성인이 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연결은 있으나 동행은 없는' 1.5세대의 삶으로 진입한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기댈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사라지는 과정이다.


학교 현장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량적 노력을 쏟아붓는다. 학과 이름을 바꾸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실습실을 최첨단 장비로 채운다. 하지만 아이들이 줄어든 교실에 놓인 고가의 장비들은 오히려 정적을 도드라지게 할 뿐이다. 인구가 과잉이던 시대의 교육이 '성공'과 '선발'에 집중했다면, 인구 소멸 시대의 교육은 이제 다른 방향을 가리켜야 한다는 신호다.


사회예방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한 개인의 고립은 곧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직결된다. 가족이라는 전통적 안전망이 사라진 시대, 학교는 개인이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성적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성인이 된 후 개인이 고비용을 들여 따로 취득해야 하는 운전면허를 비롯하여 건강 관리, 자전거 타기, 간단한 주거 수리, 그리고 자기 돌봄의 기술들이 그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다.


비어 가는 교실은 단순히 공간의 소멸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유지해 온 '성공 중심의 교육'이 수명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인구 소멸 시대, 학교는 이제 지식의 전달을 넘어, 개인이 사회적 성인병에 걸리지 않도록 방어해 주는 '최소한의 방역 기지'로 재편되어야 한다. [2] 나는 오늘도 교실을 오가며 이 변화의 지표들을 기록한다.



[1] 서울 지역 학급 수 감소: 서울시교육청 '2024~2028학년도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학급 편성 결과' 기준. 2024년 서울 지역 초·중·고교 전체 학급 수는 총 3만 8,162개로 전년 대비 1,016개 감소함.


[2] 사회예방학(Social Preventive Education): 질병이 발생하기 전 예방 접종을 하듯, 사회적 고립이나 무기력 같은 '사회적 병증'이 나타나기 전 학교 교육을 통해 개인의 생존 기술과 정서적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는 교육 철학적 개념. 인구 소멸 시대, 학교의 역할을 지식 전달에서 '사회적 방역'으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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