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첫 라이딩

길 위에서 관계의 리듬을 발견하다

by mookssam

낙동강은 국토종주 구간 가운데 가장 길다. 한강 구간을 더하면 길은 630여 킬로미터에 이른다. 숫자로 보면 단번에 끝내야 할 과업처럼 보이지만, 주말을 활용해야 했기에 이 길을 네 차례에 걸쳐 나누어 달렸다. 하루에 끝내는 도전이 아니라, 몸이 감당할 수 있는 거리로 쪼개어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나눈 시간들이 쌓이며, 길은 점점 거리보다 리듬으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함께 달린 낙동강


낙동강의 마지막 구간은 동료들과 함께였다. 낙동강 자전거길의 종착점은 부산 사하구의 낙동강 하구둑 자전거 인증센터다. 강이 바다로 나아가기 직전, 길은 종착을 알리는 아치 앞에서 멈춘다. 출발은 영종도 자전거 인증센터, 서해에서 시작해 강을 따라 내려와 다시 바다에서 끝나는 구조다. 가장 긴 강의 끝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통과했다는 사실이 오래 남았다.


이 '함께'는 우연이 아니었다. 어느 날 퇴근 후, 나는 두 번째로 근무했던 학교를 찾았다. 그곳은 후배 이 선생뿐 아니라 함께 근무했던 학과 선생님들이 있는 고향 같은 곳이다. 근황을 나누다 자연스럽게 자전거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 퇴근길에 25킬로미터 정도 탄다는 말에, 이 선생은 '그 정도면 할 수 있다'며 국토종주를 권유했고 완주까지의 결심은 조금씩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다음 구간은 낙동강이라 했더니 윤 선생이 말했다. '안동에 외가 쪽 전원주택이 있는데, 낙동강 종주 일정에 맞춰 거기서 자고 가면 돼요.' 혼자 계획하던 일정이 동료들과 함께하는 첫 라이딩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말에 신 선생도 합류했다. 안동은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었다. 하루를 접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자리였고, 강을 따라 내려오던 일정에 사람의 시간이 끼어드는 지점이었다. 함께 이동하고 숙박하며 다음 날의 구간을 이야기했다. 국토종주는 기록을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가는 여정으로 변해 있었다.


5월 말의 낙동강에는 풍경이 있었다. 특히 창원 낙동강 대산문화체육공원 일대는 기억에 선명하다. 강변 둑길을 따라 금계국이 끝없이 이어져 노란 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속도를 내기에는 아까운 장면이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페달을 늦췄고, 그날의 낙동강은 기록보다 장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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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대산문화체육공원 일대 금계국


동해안, 혼자에서 함께로


동해안 라이딩도 이어졌다. 다만 이 여정은 두 구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통일전망대에서 임원까지의 구간은 혼자 달렸다. 바다를 옆에 두고 달리는 리듬을 몸에 익히는 시간이었다. 특히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양양 도착 시간을 오후 두 시로 맞춰 달렸다. 미리 서핑 레슨을 예약해 두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약속한 시간에 도착해 슈트로 갈아입고, 젊은 사람들 틈에 섞여 바다로 들어갔다. 그날은 파고가 생각보다 높아 몇 번 타지 못했지만, 보드 위에 잠깐이라도 몸을 세운 순간 주변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혼자 달려온 길 위에서 얻은 작은 보상이었다.


이후 울진 은어다리 인증센터부터 영덕 해맞이공원 인증센터까지의 구간은 동료들과 함께였다. 그리고 이 구간은 내가 처음으로 경험한 '브롬핑', 즉 자전거와 캠핑을 함께한 여정이었다. 낮에는 바다를 옆에 두고 달리고, 저녁에 해변에 자전거를 세우고 텐트를 쳤다. 목적지는 도착점이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할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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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롬핑과 해돋이


낙타등을 넘다


울진에서 영덕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동해안 자전거길 중에서도 경치가 아름답지만 쉽지 않다. 하나의 큰 산을 넘기보다, 해안 절벽과 산자락을 따라 크고 작은 오르막이 반복되는 '낙타등' 구간이다. 약 80킬로미터 남짓한 거리 동안 누적 상승 고도는 약 1,200미터에 이른다. 이 고개들은 체력 소모가 컸다. 오르막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다시 나타나는 언덕들 앞에서, 이 길은 속도가 아니라 리듬과 인내를 요구했다.


그렇게 국토종주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내 다리에도 근육이 생겼는지 예전 같았으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을 업힐 구간을 보급 시간 외에는 한 번도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속도는 느렸지만, 페달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래 남았다. 해가 기울 무렵, 우리는 해변에 자전거를 세우고 텐트를 쳤다. 달리는 시간만큼 머무는 시간이 중요해졌다. 혼자였다면 지나쳤을 장면들이, 동료들과 함께여서 소중한 일정이 되었다.


낙동강과 동해 경북 구간은 성격이 달랐지만, 두 곳 모두 동료들과 함께 달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낙동강의 마지막 구간은 혼자에서 함께로 넘어가는 전환점이었고, 동해안의 브롬핑은 라이딩이 삶의 방식으로 확장되는 경험이었다. 이렇게 혼자 걷고, 오르고, 타는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mook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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