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도 디저트가 필요하다
지난 10여 년은 나에게 있어 연쇄적인 상실의 계절이었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형제들까지. 여덟 번이나 반복된 이별은 내 삶의 형태(Form)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한 존재가 사라질 때마다 내 안의 질서는 허물어졌고, 남겨진 자의 슬픔은 단순히 심리적 고통을 넘어 신체적인 통증으로 치환되었다.
인간에게 식사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면, 그 식사를 매듭짓는 디저트는 하루의 질감을 완성하는 여운이다. 나는 우리의 삶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치열한 생존의 허기를 채운 뒤에는 반드시 마음을 정돈하는 '쉼표' 같은 시간, 즉 '인생의 디저트'가 필요하다. 나에게 '걷고, 오르고, 타는 일'은 취미가 아니었다. 그것은 여덟 명의 소중한 이들을 가슴에 묻고도 오늘을 살아가야만 하는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 양식이자, 사고의 흐트러짐을 잡아주는 '정리의 맛'이었다.
2019년 8월, 딸이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 오베르쉬첸(Oberschützen)의 고요한 마을을 걷던 시간은 나에게 그 맛을 처음으로 일깨워 주었다. 보리밭과 사과밭 사이를 걷다 보면 늘 풍경의 중심에는 마을의 교회 첨탑이 서 있었고, 길 끝의 공동묘지조차 일상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그 길 위에서 걷는다는 것은 주변의 시간에 나를 천천히 맞춰가는 수행이었고, 목적지 카페에서 맛보던 카푸치노 한 잔은 복잡한 사유의 식사 끝에 찾아오는 완벽한 디저트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그 느린 리듬은 조안면과 물의정원, 예봉산과 운길산, 그리고 브롬톤 자전거를 타는 일로 이어졌다. 걷고 오르는 동안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상실은 그들의 '소멸'이 아니라, 내 삶의 형태 안에 그들을 '내면화'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기록은 거창한 극복의 서사가 아니다. 다만 존재의 붕괴를 막기 위해 분투했던 시간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며, 비어버린 마음의 자리에 다시 '삶의 형태'를 그려 나가는 여정에 대한 조용한 보고서이다.
나는 지금도 그 속도를 따라 걷고, 오르고, 타고 있다. 여덟 번의 무너짐 끝에 다시 세워진 나의 '꼴'이, 비슷한 상실을 통과하는 이들에게 고요한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