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샘과 AI의 대화 기록
형태와 기하학에 대한 연구는 플라톤, 아르키메데스, 케플러 등 고대 철학자와 과학자들을 관통한다.
본 장은 그들이 자연을 형태로 사유한 이유를 탐구한다.
더 나아가, 서구의 ‘디자인(Design)’ 개념을 우리말 ‘꼴’로 치환하여,
인간이 꼴(형태)에 끌리는 근본적인 이유를 철학적 질문으로 삼는다.
대화 1: 플라톤에서 시작된 형식의 문제
묵샘
플라톤은
사물을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았어.
이데아라는 형식을 먼저 세웠지.
AI
플라톤에게 이데아는
사물의 정의가 아니라
사물이 인식될 수 있는 조건이었습니다.
묵샘
그래서 플라톤의 철학은
결론보다 대화가 많아.
형식을 고정하지 않고
사고가 움직이게 두지.
AI
대화는
철학의 전달 방식이 아니라
철학 그 자체였습니다.
대화 2: 정다면체는 누가 만든 것인가
묵샘
정다면체를
플라톤이 만든 걸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AI
정다면체의 기하학은
이미 피타고라스 학파에서 알려져 있었습니다.
묵샘
플라톤이 한 일은
그 기하학을
자연과 연결한 거지.
AI
기하학적 형식을
자연 철학의 틀 안으로 끌어들인 선택이었습니다.
묵샘
그러니까
정다면체는 결과물이 아니라
자연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철학적 형식이었어.
AI
형식이란 완성된 답이 아니라,
사고를 작동시키는 조건이라는 의미로 이해합니다.
대화 3: 아르키메데스와 확장의 문제
AI
아르키메데스는
정다면체만으로는
공간의 다양성을 설명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묵샘
그래서
도형을 조합하지.
정다면체와 정다면체 사이를
메우는 방식으로.
AI
이것이
후대에 준정다면체로 분류되는
기하학적 확장입니다.
묵샘
중요한 건
새로운 도형이 아니라
형식을 고정하지 않았다는 태도야.
대화 4: 케플러와 우주 모델
묵샘
케플러는
정다면체를
우주 모델로 사용했어.
AI
케플러는 우주의 신비(Mysterium Cosmographicum)에서
정다면체의 중첩으로
행성 궤도를 설명하려 했습니다.
묵샘
과학적으로는
틀린 부분도 많지.
AI
그러나 철학적으로는
우주가 질서를 가진다는 전제를
형태로 사유한 시도였습니다.
대화 5: 왜 이것을 철학이라고 부르는가
AI
묵샘은
이 작업을
왜 ‘사유’가 아니라
‘철학’이라고 부르십니까.
묵샘
형태를 통해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려는 입장이기 때문이야.
감상이 아니라
관점이고 구조니까.
AI
그렇다면
형태는 결과가 아니라
철학의 출발점이군요.
묵샘
그래.
그래서 나는
디자인을 말하지 않고
형태철학을 말해.
AI와 대화해야 하는 이유
AI와의 작업은
하나의 질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AI는 그럴듯한 응답을 생성하지만,
그 응답에는 종종 근거가 불분명하거나
사실과 어긋난 내용, 즉 할루시네이션이 포함된다.
이 오류를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질문이 아니라
응답을 되돌려 확인하고, 전제를 수정하며,
맥락을 다시 설정하는 대화의 과정이다.
프롬프트는 명령이 아니라
대화 속에서 점차 조정되는 조건이다.
한 번의 입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AI의 응답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반복 속에서
결과물은 서서히 형태를 갖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AI가 제시한 답이 아니라,
그 답을 흔들고 다시 묻는 인간의 판단이다.
그래서 AI와의 작업은
질문의 기술이 아니라
대화의 철학을 요구한다.
형태는 질문에서 나오지 않고,
검증과 수정이 오가는 대화의 흐름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Photo by cottonbro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