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시간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사회가 진짜 실력이라고 믿는 '끝까지 해내는 힘'에 대하여

by mookssam

30년 동안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물러나서야, 나는 비로소 사회를 조금 다른 거리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교실 안에서는 성적이 전부인 것 같았지만, 교실 밖에서 마주한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는 훨씬 더 입체적이고 끈질겼습니다. 사회는 여전히 결과를 원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결과를 단 한 번에 믿어주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의 사회는 사람을 빠르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채용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서류와 필기를 넘어 면접, 과제, 실무 테스트까지 겹겹이 층을 둡니다. 이는 단순히 선발 과정이 복잡해진 것이 아닙니다. 한 번의 시험 성적이나 화려한 스펙만으로는 그 사람의 진짜 '내공'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취업 준비생들이 수십 번씩 반복해서 지원서를 내는 풍경은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가 사람을 '한 번의 이벤트'로 결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단순합니다. "이 사람이 조건이 바뀌어도 일을 계속할 수 있는가?", "실패한 뒤에도 다시 방향을 잡고 결국 결과를 만들어낼 사람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회는 시간을 들여 사람을 관찰합니다. 오래 버티는지를 보려는 게 아니라, 끝까지 해내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견딘다'는 말을 무작정 참는 것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견딤은 정지된 시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해내기 위해 조정하는 시간'입니다. 막히면 방법을 바꾸고, 조건이 나빠지면 전략을 수정하며, 자신의 속도를 조절해 결국 마침표를 찍는 힘입니다.


의사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의대 합격이 곧 의사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인턴과 레지던트라는 긴 시간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 시간은 단순히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판단력과 책임을 몸에 새기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간표'가 업종마다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일은 짧은 승부를 원하고, 어떤 일은 아주 긴 호흡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증명은 오직 그 시간을 통과한 뒤에만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제 사회는 "열심히 했다"는 주관적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대신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무엇을 완성해 보았는가?"

"어디까지 밀어붙여 보았는가?"

"작은 것이라도 끝을 본 경험이 있는가?"


거창한 성공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작은 프로젝트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해 본 경험은 사회가 신뢰하는 가장 확실한 신호가 됩니다.


청소년 여러분, 꿈을 일찍 설계하라는 말은 진로를 빨리 결정해 버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미리 확보하라는 뜻입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조급함에 쫓겨 단번에 정답을 내리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충분히 시도하고, 고치고,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이 반복 속에서 여러분의 실력은 단단해지고 '해내는 힘'이 만들어집니다.


사회는 그저 오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을 원하지 않습니다. 끝내 결과로 증명하는 사람을 원합니다. 견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해내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할 때, 여러분의 꿈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설계 가능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거창한 진로를 정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오늘 내가 맡은 작은 과제 하나를 끝까지 마무리해 보는 것, 그 ‘마침표’를 찍는 경험이 여러분의 첫 번째 진로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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