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적 순간, 둘.
그가 돌아왔다. 고립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하루를 보내고, 그가 아닌 그의 차를 반기며 차 키를 받아 들었다. 차림새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차에 시동을 걸었다. 세 시간을 넘게 달려온 차 안은 따뜻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기어를 바꿔가며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 순간, 창 너머로 무언가 떨어졌다. 비인가했지만 유리에 닿자 흩어지며 물방울이 되었다.
눈이네.
눈을 좋아하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다. 그렇다고 눈을 예쁜 쓰레기라 부르는 부류도 아니다. 그저 눈이 내리고 난 뒤의 상황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순백이 얼룩져 가는 모습이 불편한 부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소리 없이 눈이 내려오는 순간은 가만히 보게 된다. 하늘에서 하얀 솜이 내려앉는 것 같아서, 잠시 세상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구불거리는 시골길을 느리게 빠져나갔다. 뒤에서 한 차가 바짝 뒤를 쫓았지만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내 왼쪽 깜빡이를 켜고 샛길로 사라졌다. 도착한 마트에서 이것저것을 두 팔 가득 안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속으로 카트를 끌 걸 하고 후회하면서도, 이 정도는 들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차로 돌아와 짐을 보조석에 쌓아 두고, 떨어지진 않겠지 싶어 문을 닫았다. 그사이 눈은 그친 듯했다. 다시 시동을 켜고 짧은 외출을 끝내기 위해 차를 움직였다. 부드럽게 빠져나와 첫 번째 신호등에 앞에 서자, 집을 나설 때보다 더 큰 눈송이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집까지는 채 오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짧은 사이 눈송이는 제법 묵직해졌다. 마당에 차를 대충 세운 뒤 집 앞 가로등 아래 섰다. 카메라를 들어 조용히 내리는 눈을 담았다. 늘 반갑지만은 않은 눈이었지만, 눈이 오는 순간만큼은 누구라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갖지 않을까. 그렇게 잠깐 겨울을 몸으로 느꼈다. 그러다 문득, 왜 겨울은 눈이고 여름은 비일까 하는 시시한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눈이 조금 쌓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맨발에 슬리퍼는 무리였나 보다. 집으로 들어오자 발끝이 저리고 시렸다. 화장실로 들어가 욕조 속 파란 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그 안에 발을 담그자 찌릿한 감각이 올라왔다. 욕조에 걸터앉아 바지를 무릎 위까지 걷었다. 검붉은 혈관들이 거미의 다리처럼 무릎 아래로 번져있었다. 그 위로 물을 천천히 끼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