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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풀 Jan 12. 2023

태풍이 온다

나는 무서울까 자유로울까


후텁지근하고 쨍쨍이는 파란 하늘

어디선가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

에어컨 냉기를 머금은 몸은 뜨끈한 서늘함을 느낀다

더위라 자각할 틈도 없이 몸은 이미 물기로 축축하다

눈가에서 배어 나오는 이것은 눈물일까 땀일까 

온통 범벅이 되어 미끄러져 내리는 화장은 눈물 때문일까 땀 때문일까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


간밤에 시원한 바람을 기대했건만

여전히 선풍기가 만들어주는 인공 바람이 필요하다 


하늘은 새벽녘인 듯 희멀건 빛깔 

미동도 느껴지지 않는  

구름인지 하늘인지 안개인지 바람인지 

시간도 느껴지지 않는


문득 훅하고 들어오는 이것은 태풍이 가져온 바람일까 


눈이 시리다 

차오른다 

조금씩 가까워진다 

무겁게 내려앉는다 


어제의 일 오늘의 일

가지런히 접고 접어 깊숙이 묻어보려다

그대로 꼬깃꼬깃 움켜쥐기만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어제의 나 그리고 오늘의 나 


긴장된 고요함


태풍이 오면 

문을 닫고 숨죽여야 하겠지 

아니면 흠뻑 

그 바람을 그 비를 타고 

같이 날아오르면 어떨까 


나는 무서울까 자유로울까





미오의 첫 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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