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다.
어느 순간부터 과거의 일들이 너무나도 아득하다. 예전에는 마치 그 때의 감정으로 되돌아간 듯이 생생하게 떠올렸던 기억들이, 지금 다시 그 상황에 놓인 것처럼 감정이 연결되던 순간들이, 이제는 TV화면을 보듯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여기에는 좋은 점이 있다. 객관화가 된다는 것. 당시에는 감정에 휩싸여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이런지 몰라' 하던 일들이 이제는 분명해진다. 나의 반복되는 실수나 패턴이 보인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도망을 쳤구나, 나는 이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구나, 하고 말이다. 한 번 알아채기 시작하면, 삶을 살아가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 그 패턴 상황이네.'하고 상황 밖으로 한걸음 물러날 수 있다. 쉽지는 않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보면 어느새 패턴을 벗어나 있다.
패턴.
갑자기 빌보드 1위이자 세계적인 곡이 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Golden 가사가 떠오른다.
Waited so long to break these walls down
이 벽을 무너뜨리기까지 정말 오래 기다렸어
To wake up and feel like me
비로소 나답게 느끼며 깨어나기 위해
Put these patterns all in the past now
이 반복되던 패턴들은 이제 다 과거에 두고
And finally live like the girl they all see
이제야 사람들이 보던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려 해
No more hiding, I'll be shinin' like I'm born to be
이제 더 이상 숨지 않을 거야,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빛날 거야
"이 반복되던 패턴들은 이제 다 과거에 두고, 이제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려 해.
더 이상 숨지 않을 거야,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나는 빛날 거야."
어쩌면 패턴은,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과거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건, 이를 벗어났을 때에만 가능하니까.
반면 패턴의 소용돌이 속에 있을 때에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여유가 없다. 온 정신이 소용돌이에 휩쓸려 흔들리느라 내가 그 소용돌이 자체가 되니 말이다. 이 때에는 나도, 세상도, 주변 사람들도 온통 흔들린다. 문제는 이 소용돌이는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내가 소용돌이를 벗어나, 그 자체를 바라보지 않는 한.
어느 순간부터 아득해진 과거가 왠지 조금은 고맙게 느껴진다. 어른이 되어서 무감각해진 것일까, 종종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아니다. 나는 과거와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전에는 떠올리면 아프고, 즐겁고, 하였던 모든 일들이 멀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패턴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
그 패턴은 과거의 것이 된다.
과거를 뒤로 하고,
뒤돌아보기를 멈추고,
앞을 보고 나아가기 시작한다.
현재라는 순간들을 새롭게 그려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