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l] 빛

by mool

캄캄한 어둠 속에 있던 오랜 날들.

아이러니하게도 눈물을 쏟기 시작한 건 엄마가 돌아가시고 1년 정도가 지나서였다.

그전까지는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가 겁이 나서, 정말 아무 감각도 없이 지냈다. 힘들지 않았다. 슬프지도 않았다. 엄마가 돌아가셨는데도 사회생활을 할 때면 '참 사람이 밝다'는 말을 들었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무감각하다는 사실이 죄책감을 만들었다. 무감각 위에 죄책감이 자랐다.


1년 뒤부터는 내 마음을 조금씩 마주보았다. 너무 엉망이어서, 정면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종종 곁눈질로 들여다보는 정도였다. 끊어둔 전극을 잠깐씩만 이어놓듯이, 그 때에만 잠깐 마음에 감정이라는 것이 흘렀다. 마음이 아팠다. 미어진다는 표현은 참 잘 지은 것 같네, 정말 마음이 미어지는구나... 하며 실없는 생각을 했다. 종종 와락 울음이 터졌고, 한 번 울음이 터지면 몇 시간이고 눈물이 쏟아졌다.


그럴 때에는 성당으로 달려갔다. 핑계가 필요했다. 성당이라면, 울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지 않을까. 그저 기도를 하다가, 너무 벅찬 감정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 여기지 않을까. 성당에 달려가 기다란 나무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면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마음에 슬픔이 넘치면, 눈물이 툭툭이 아니라 줄줄 흐른다는 걸 알았다. 작은 물줄기처럼 끊임없이. 그러면 나무 책받이 위에 눈물이 툭툭툭 빠르게 떨어졌다.


내가 어두울 때, 옆에 있어준 사람이 있다.

좋은 사람인건지 나쁜 사람인건지는 모른다. 어쩌면 좋고 나쁨이란 건 동시에 존재하니까, 어쨌든 그가 곁에 종종 있어주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한다. 그에게 말했다. 언젠가 에세이 작가가 되고 싶다고. 내 글로 위로받는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고.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을, 작은 빛으로나마 밝혀주고 싶다고.


그는 냉소적이었다.


"네가 불행한데, 누굴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거냐?"


그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그런걸까, 생각했다. 많은 경우에, 목소리가 큰 사람의 말은 맞는 것처럼 들리곤 하니까.


그와의 인연이 끊어진 뒤에도 그 말을 종종 떠올렸다.

그 말이 맞는걸까? 정말, 나는 누굴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걸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마음속에 답이 떠올랐다. 반짝, 하는 느낌보다는 은은하게 둥실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냥 알 수 있었다. '이게 내 답이구나' 하고. 그 사람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 인생에서는 그것이 정답이고, 내 인생에서는 나만의 정답이 있다.


이제 안다. 내가 불행을 겪었기에, 오랜 시간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거려봤기에, 어둠 속을 헤매는 이들에게 빛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을. 그 때는 그 사람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내 생각을 들을 수가 없었다.


나의 글은 마냥 밝지 않다. 아니 밝다기보다는 어두운 쪽에 가까우려나. 그럼에도 마냥 어둡지는 않다. 그 안에 반짝, 작은 빛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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