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l] 다섯 번

by mool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 나에게 먼저 안부 전화를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내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니, 다들 속으로 '괜찮은가' 싶으면서도 쉽게 묻지 못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서 나에게 속마음을 묻는 사람들이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계속 괜찮은 척을 했으니까. 실제로 나는 내가 힘든 줄도 몰라서, 마음이 문드러지고 헐어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는 시시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했다. 전에 만난 남자가 썸남이 될뻔했는데 아쉽다느니, 요즘 유튜브에 뭐가 재밌다느니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며 통화를 마무리하려는데, 친구가 잠시 침묵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너 근데... 괜찮아?"

나는 친구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응, 그럼 괜찮지. 보면 몰라?" 하면서 웃었다.


그런데, 친구가 다섯 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다.


"아니, 너 괜찮냐고."

"응? 괜찮다니까."

"아니이, 너 괜찮냐고."

"뭐야~ 응, 괜찮지 그럼. 왜 그래 너?"

"야. 너 괜찮냐고."

"......뭐가."

"너 괜찮으면 안 되는데 지금 너무 괜찮아보여서 이상해서 그런다, 왜. 너 지금 니 친구 아무한테나 전화 걸어서 아무 설명도 없이 엉엉 울어도 다들 그럴만하다, 하고 들어줄만큼 힘들만한 상황이잖아. 너 지금 안 괜찮아야 하는 거잖아. 근데 너무 괜찮아서, 그게 더 이상해보여서 그래."

"......"


친구와 어떻게 통화를 마무리했는지 모르겠다.


그 날, 친구와 통화를 마치고 집에가는 골목 언덕을 오르면서,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나... 괜찮은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다.

내가 괜찮은지.


걷는 내내 물어도 내 마음은 침묵했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집 근처를 몇 바퀴고 빙빙 돌다가, 마음 속에서 '안 괜찮아.'라는 말이 미세하게 들렸다. 그날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자다가 일어나서 울고, 길 걷다가 울고, 한 번 울면 4시간 5시간, '이렇게 울면 탈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온 몸의 수분이 빠져나갈때까지 울었던 날들. 슬픔을 눈물로 흘려보내는 일. 나에게 필요한 과정이었는데, 나는 그걸 알지 못했다. 뒤늦게 터진 물집에서 물이 한번에 쏴아 쏟아져나오듯이 눈물이 시도때도 없이 줄줄 흘렀다.


여전히 그 날을 기억한다.

친구가 나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계속해서 묻던 그 날을.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내 마음에 그 질문이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물어봐주던 그녀의 사랑과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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