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처음 ADHD 약을 복용했을 때

내 인생은 복용 전과 후로 나뉜다.

by 무무쓰

1. 약 복용 시작

이 약은 초등학생에게 불친절하다는 특징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물약, 가루약만 먹고살았다.

알약이라니, 어떻게 꿀꺽 삼키는 거지.

어머니가 알약을 삼키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약 처방을 받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약을 잘 먹을 수 있을는지, 걱정이 앞섰다.

오메가 3, 영양제로 몇 번 연습도 마쳤다.

그래도 부모님의 응원과 함께 꿀꺽.

약을 성공적으로 삼켜서 뿌듯했다.


2. 각성 효과

이 약은 복용 직후 각성효과가 시작된다는 특징이 있다.

약을 먹자마자, 수 초간 가벼운 두통이 있었다.

그리고, 정신이 매우 매우 또렷해졌다.

지금 상태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학교에서 학습지를 풀 때 집중이 잘됐다.

각성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절대 잠이 오지 않았다.

준비물도 꼬박꼬박 챙기는 날이었다.

이 상태를 설명할 때 하나의 비유로 정리한다.

마치 저시력자가 안경을 쓴 느낌과 매우 유사하다.

내가 나를 제어할 수 있다는 느낌이 이렇게 기쁜 것인가.

그날 등교 할 때 본 벚꽃 나무를 잊지 못한다.

벚꽃이 만개하듯, 내 웃음도 각성효과 덕분에 활짝 피어났다.

20210330_131115.jpg


3. 배고픔

이 약은 식욕을 감퇴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그날은 아침 식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학교 아침 수업이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평소보다 밥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

그런 것 없어도 충분히 배부르고, 머리는 또렷했다.

그날 이 약은 내게 마법과 같았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그 부작용이 덜 나타난다.

아침은 예나 지금이나 적게 먹는 편이다.

하지만 점심은 이젠 약을 먹어도 식욕이 잘 나타난다.

다만 다이어트를 위해 식욕을 억제하는 편이다.

오랜 기간 동안 먹어서 극복한 부작용이 아닐까.

4. 급격한 피로

이 약은 일정 시간마다 급격한 피로를 가져온다는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약 4시간이 지난 이후이다.

점심시간이 되어 운동장에서 뛰어놀았다.

축구를 하던 중 갑자기 급격한 피로가 몰려왔다.

단순히 놀아서 지친 것과는 결이 달랐다.

몸이 지친 것이 아니라 정신이 지쳤다.

아침처럼 집중이 잘 되지도 않았다.


두 번째는 약 9시간이 지난 이후이다.

그날은 학교에서 잘 놀고 6시에 집에 돌아왔다.

점심시간에 겪었던 느낌이 다시 나타났다.

갑자기 내 몸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때는 이 느낌이 너무 무서웠다.

혼이 빨리는 느낌이라고 밖에 설명을 못했다.


5. 결론

이 약은 아침에 집중력을 올리고, 저녁 매우 피곤해지는 약이다.

이 사실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특징을 나타낸다.

처음에는 이러한 특징으로 시행착오가 엄청 많았다.

하지만, 나중엔 장점도, 부작용도 100% 활용하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2년 전 ADHD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