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복용 전과 후로 나뉜다.
나는 지금까지 물약, 가루약만 먹고살았다.
알약이라니, 어떻게 꿀꺽 삼키는 거지.
어머니가 알약을 삼키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약 처방을 받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약을 잘 먹을 수 있을는지, 걱정이 앞섰다.
오메가 3, 영양제로 몇 번 연습도 마쳤다.
그래도 부모님의 응원과 함께 꿀꺽.
약을 성공적으로 삼켜서 뿌듯했다.
약을 먹자마자, 수 초간 가벼운 두통이 있었다.
그리고, 정신이 매우 매우 또렷해졌다.
지금 상태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학교에서 학습지를 풀 때 집중이 잘됐다.
각성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절대 잠이 오지 않았다.
준비물도 꼬박꼬박 챙기는 날이었다.
이 상태를 설명할 때 하나의 비유로 정리한다.
마치 저시력자가 안경을 쓴 느낌과 매우 유사하다.
내가 나를 제어할 수 있다는 느낌이 이렇게 기쁜 것인가.
그날 등교 할 때 본 벚꽃 나무를 잊지 못한다.
벚꽃이 만개하듯, 내 웃음도 각성효과 덕분에 활짝 피어났다.
그날은 아침 식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학교 아침 수업이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평소보다 밥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
그런 것 없어도 충분히 배부르고, 머리는 또렷했다.
그날 이 약은 내게 마법과 같았다.
아침은 예나 지금이나 적게 먹는 편이다.
하지만 점심은 이젠 약을 먹어도 식욕이 잘 나타난다.
다만 다이어트를 위해 식욕을 억제하는 편이다.
오랜 기간 동안 먹어서 극복한 부작용이 아닐까.
점심시간이 되어 운동장에서 뛰어놀았다.
축구를 하던 중 갑자기 급격한 피로가 몰려왔다.
단순히 놀아서 지친 것과는 결이 달랐다.
몸이 지친 것이 아니라 정신이 지쳤다.
아침처럼 집중이 잘 되지도 않았다.
그날은 학교에서 잘 놀고 6시에 집에 돌아왔다.
점심시간에 겪었던 느낌이 다시 나타났다.
갑자기 내 몸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때는 이 느낌이 너무 무서웠다.
혼이 빨리는 느낌이라고 밖에 설명을 못했다.
이 사실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특징을 나타낸다.
처음에는 이러한 특징으로 시행착오가 엄청 많았다.
하지만, 나중엔 장점도, 부작용도 100% 활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