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근데 또 아닐 수도 있겠다

소설일기 일기소설

by 운전자 Y
silvan-schuppisser-vkgzPtlIgbU-unsplash.jpg Unsplash의Silvan Schuppisser


난 대체 어디쯤에서부터 떠내려 온 걸까.

왜 그 자리에 머무르지 못했을까.

난 머무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핑계를 대며 휩쓸려 떠내려 가고 싶었던 걸까.



그때가 아침이었는지, 정오가 지난 오후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가 떠있었다. 어쨌든 난 오늘,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 휩쓸려 안타깝게도 내려야 할 곳이 아닌 정류장에 발을 디뎠다.


바로 문 앞에 서있었던 것도 아닌데. 난 대체 어디쯤에서부터 떠내려 와 결국 버스 밖으로 튕겨져 나가게 된 걸까?


당황스럽긴 하지만 전혀 없었던 일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종종 벌어진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내린 곳이 나의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버스 밖 사람들, 그러니까 내 목적지가 아닌 정류장에서 다른 정류장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그 사람들은... 모른다. 뭐, 관심 없는 버스에서 내린 사람에게 관심을 둘리가 없겠지만 당연히 저 관심 없는 사람들의 목적지는 이곳이겠지, 그러겠지, 그러려니... 뭐 그럴 테다.


그러니까 그들에게는 목적지가 아닌 정류장에서 내린 나 역시, 관심 없는 버스에서 내린 관심 없는 사람들... 그 무리 중 한 명일 뿐이다.



무리.

사람이나 짐승, 사물 따위가 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하나 이상의 개체 집단을 말하는 순우리말. 다른 순우리말 표현은 '떼'.



사실 어쩌다 보니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순간의 무리'에 속하게 되어버렸다(?). 우리들이라고 쓸 수 있는 사이가 아주 잠깐 되었..었..었다는 것이다. 코빼기도 기억에 남은 게 없지만 말이다.


순간의 무리에 속했다가 순간 빠져나온 순간, 난 궁금해졌다. 들여다봐도 우린 무리...였나?


아마도 @@%%$$ 정류장에서 내린 무리 그 속엔 나처럼 휩쓸려 내린 사람도, 졸다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뒤늦게 내린 혹은 미리 내려버린 사람 그리고 다행히도 원하는 정류장에서 아주 잘 내린 사람도 있을 거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원하는 정류장에서 잘 내린 사람 중에는 사실 누군가에 의해 발이 밟힌 사람이 있었다(고 치자). 그 신발은 운동화일 수도 구두일 수도 있으며, 또 그 구두는 로퍼일 수도 펌프스일 수도 하이힐일 수도 있다. 또 그 구두는 비건 가죽으로 만든 구두일 수도 있고 이태리 최상급 소가죽으로 만든, 장인 정신이 깃든 새들 스티칭으로 정교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자랑하는 그런 이름난 명품 구두일 수도 있는 거다. 또 그 명품 구두는 명동 @#$% 백화점 명품관에서 산 구두일 수도, 중고명품샵에서 산 민트 급 명품구두일 수도 있다.


아무튼.


졸다가 뒤늦게 내린 사람 중에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갑을 흘린 사람이 있었다(고 치자 2). 그 사람은 지갑을 가지고 다니긴 하지만 최근 실물카드나 현금 대신 OO페이를 주 결제수단으로 쓰고 있어 지갑 분실을 알아챈 건 그다음 날이거나 다음다음 날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지갑은 다시 그 사람에게로 돌아왔을 수도 영영 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나처럼 내려야 할 정류장보다 일찍 내려버린 사람도 있었다(고 치자 3). 그중에는 나처럼 사람들에 휩쓸려 "어. 어!! 어!!!!!!" 상태로 내린 사람도 있고, 졸다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친 줄 알고 "어. 어!! 어!!!!!" 상태로 내린 사람 등등도 있겠다. 사람에 휩쓸려 내린 그 사람은 한 정거장을 걸어가야 했지만 늘 버스 안에서만 바라봤던 길거리 토스트를 드디어 맛볼 수 있어 행복했을 수도 있다. 또 그 길거리 토스트가 그토록 인기가 많은 이유는 토스트 속에 들어있는 얇은 사과 슬라이스라는 것을 알게 됐을 수도 있다. 졸다가 일찍 내려버린 그 사람은 잘못된 정류장에 두 발이 닿을 때까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지만 고개를 돌린 후, 운명적인 이상형의 사람을 만나 그 순간 평생의 묵은 피곤을 날려 보냈을 수도 있다.


뭐, 그렇다.


@@%%$$ 정류장에서 버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터져 나왔다. 들여다보면 다 제각각인 덩어리 속 원자들. 지금 내려야만 하는 사람, 진작 내렸어야 하는 사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휩쓸려 나온 사람.


마치 수도꼭지 밖으로 터져 나온 덩어리 진 저 물처럼.

그 물(들) 중에도 머무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휩쓸려 나온 물... 분명 있지 않을까.



난 대체 어디쯤에서부터 떠내려 온 걸까.

왜 그 자리에 머무르지 못했을까.

난 머무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다른 물(들) 핑계를 대며

이렇게 휩쓸려 어디론가 가고 싶었던 걸까.




물은 머무르고 싶었지만 휩쓸려버렸다.

또, 물은 머무르고 싶었지만 떠내려갔다.




그럴 수도... 근데 또 아닐 수도 있겠다.



-끝-



커버이미지 출처 : UnsplashMarius Matuschz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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