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9살의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캐나다로 떠났다.
다녀오면 서른이고, 다시 취직을 할 수 있을지, 결혼은 할 수 있을지. 아니, 그전에 워홀을 1년 다 채우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건 아닐지. 가족들의 우려나 주위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있었고 나 역시도 아주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확신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이 결정을 하게 된 계기는 조금 엉뚱했다. 다니던 회사 신년회 자리에서 부사장님이 언급했던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 때문이었다. 책에서는 "부모가 바라는 모습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라"는 말이 있었다. 누군가의 기대에 따라 선택하지 말고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미움받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는 내용이었다. 그 책을 읽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바로 신청했다.
그렇게 신청 후 최종 합격까지 통보받고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니, 응원하면서도 걱정했다.
"와 대단하다. 돌아오면 서른인데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내?"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어떻게 그만둘 생각을 했어?"
하지만 나는 지금이야 말로 적절한 때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당시 영어권 국가의 워킹홀리데이는 대부분 만 30세까지 신청이 가능했다. 신청할 땐 만 26살이었으니 막차는 아니었지만, '다녀오면 30'이라는 숫자 하나 때문에 지금이 마지노선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과감(?)할 수 있던 이유는, 다니던 회사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도 아니었고, 네임밸류가 있는 대기업도 아니었다. 그만두는 게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또 결혼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러니 애도 없었다.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집이 가난해서 내가 가족들을 부양해야 할 상황도 아니었다.
2년 반 동안 일하며 모은 돈도 있었고 퇴직금 덕분에 통장도 꽤 두툼했다. 워홀을 떠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었다.
사실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었던 건 더 오래된 이야기다.
7년 전, 대학생 때 한 번 휴학을 하고 신촌에서 영어 회화 학원도 다녔다. 외국인과 대화를 하면서 왜 학원을 등록했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함이다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복학했다.
그 이후로는 그 꿈을 잊고 지냈다. 그러다 7년이 지났고 이상하게 다시 그 마음이 올라왔다. 이번엔,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마 친구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신청을 고민할 때쯤 가까운 친구가 이미 캐나다에서 워홀을 하고 있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막연했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200만 원의 여비만 들고, 3년 전에 취업하겠다고 봤던 토익 810점 영어 실력으로 어학원 등록도 없이 편도 항공권만 손에 든 채 한국을 떠났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나는 자신이 있었다.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 1년을 다 채울 수 있을 거라는 자신. 심지어 돈을 벌어서 올 수 있을 거라는 자신.
그리고 도착 한 달 만에 일도 구하지 못하고 갖고 왔던 현금 200만 원을 모두 써버렸다.
1년 잘 버틸 수 있겠지?
이 글은 2017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