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도 안 되는데, 어떻게든 살아가는 중
캐나다 생활한 지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한국인 친구 Ashley랑 있다 보니 영어를 쓸 일이 정말 없었다.
엄청나게 외향적인 스타일도 아니고 집순이라서 밖에 나갈 일은 친구랑 근교를 다녀오거나 먹을 것을 사러 마트에 가거나 필요한 것을 사러 갈 때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현저히 적었고, 내 영어는 제 자리, 혹은 후퇴하고 있었다. 리스닝은 얼추 눈치로 알아듣는 듯 하지만(그것마저도 확실치 않다.) 스피킹이 문제다. made를 maked로 말하는 나, 준비한 영어 문장을 내뱉는데도 한참 걸리는 나. 아주 심각하다. 어떤 자신감으로 어학원 등록도 안 했는지.
Ashley는 뒤늦게라도 어학원을 다녀보라고 말했지만, 이미 갖고 온 돈을 다 써버린 나로선 고집으로 어학원 등록만큼은 하지 않고 버텼다. 그래서...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하려는 걸까. '이렇게 된 거 그냥 놀아보지 뭐.'라고 생각해 버리는 나였다.
밴쿠버에도 한국의 티머니처럼 교통카드가 있다. 바로 컴패스카드다. 처음 찍고서 1시간 반 동안은 계속 환승할 수 있다. 한 번에 2.10$(당시 한화 1,890원)이 들기 때문에 한국보다 비싼 요금(당시 1,250원)이기도 하고 다운타운(Downtown, 시내)에 거주하니 근교나 코스트코 갈 때 빼고 크게 이동할 일이 적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 컴패스 카드에 20불을 충전하고, 친구랑 여기저기 돌아다녔더니 어느새 다시 충전할 때가 왔다. 그래서 이번엔 스스로 해 보겠다며 기계 앞에서 섰다. 당당하게 컴패스 카드를 탭(Tap)하고 버튼을 누르고 돈을 집어넣었는데 기계에서 짤랑짤랑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충전 금액 그대로 지폐에 넣었는데, 내 기계는 아니겠지. 했는데, 내 기계다. 대체 왜 돈이 나온 거지?
내 검지 손가락이 그렇게 두꺼운지 몰랐네. 일일권인 day pass를 눌렀나 보다. 일일권 카드가 나오면 안 쓰고 환불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온 건 거스름뿐이었다. 내 컴패스카드에 데이패스 기능이 장착되었던 것이다.
다음날 컴패스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내 소중한 돈을 환불받기로 한 것이다. 힘겹게 번호를 선택하니 상담원 연결이 되었다. 인도억양의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미국영어도 전화로 하기 힘들 텐데 인도영어라니. 상담원이 하는 얘기를 거의 알아듣지 못하고 꾸역꾸역 내 할 말만 전달했다. 그랬더니 데이패스 금액($9.75)만큼 내 컴패스카드에 충전이 됐다! 후하. 이거... 해결이 되잖아?
FIDO. 한국의 SK나 KT, LG U+ 와 같은 통신사 중 하나다. 한국 우밴유를 통해 개통하고 첫 결제일이 다가왔다. 결제를 위해 FIDO 대리점에 방문했는데 credit card(신용카드)만 된다며, cash(현금)는 안된다고 했다. 그 지점만 안된 건지, 내가 방문한 시간이 6시가 넘어서 안 되는 거였는진 나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았던 나는 체크카드로 결제하겠다! 해서 계좌를 만들어둔 은행 CIBC를 찾아갔다. 토요일에 방문했더니 창구는 한 개밖에 안 열려 있었고, 기다리는 사람은 꽤 많았다.
잠시 후 룸에서 한 여자가 나와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왜 왔느냐고 묻었다. 내 앞에 있던 사람들 업무는 본인이 처리해 줄 수 없었는지 내게도 기회가 왔다. 발영어를 쓰며 설명하니 "가지고 있는 현금은 ATM을 통해 입금할 수 있고, 폰요금 넣는 건 내가 해줄게."라고 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현금을 ATM에서 내 계좌로 입금하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은행 VIP가 된 기분. Bill(빌, 요금영수증)을 보여달라기에 FIDO 어플을 켜서 요금이 보이도록 하여 폰을 건넸다. 그러고 나서 그녀의 도움으로 결제 성공! 뭐야 너무 쉽잖아?
"Thank you 땡큐! Have a nice day 해브 어 나이스데이"를 말하고 나온 후 FIDO 어플을 확인하는데 계속 결제 처리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페이지를 주욱 아래로 내렸는데... Bill에서는 $63.⁴라고 적혀 있던 게, 페이지 아래에 $63.04라고 명확하게 적혀있었다. 나와 은행원은 63달러 40센트로 알아서 40센트를 지불했는데 말이다. 아니, 무슨 현지인도 헷갈리게 요금 표기를 하면 어떡하냐고요.
은행에 다시 가야 하나, 아니면 FIDO 파이도에게 물어봐야 하나 고민하다 파이도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채팅으로도 질문이 가능할까 하여 live chat으로 하려니 진행이 안 됐다. 더 이상 통화는 하고 싶지 않은데... 검색해서 찾아보니 페이스북으로 상담이 된단다! 그래서 페이스북 메세지로 "4센트인데 40센트로 냈다"다 하니 마지막 빌이 아니라면 다음 빌에 적용이 될 거란다. 그러니까, 다음 요금 낼 때 36센트를 덜 내도 되는 것이다.
후하. 이렇게 해서 두 번째 미션? 도 해결이다. 진짜... 어떻게든 살아가진다. 그 현실을 겪고 해결에 나가는 나 자신이 신기하다.
근데... 나 집도 구해야 하는데. 이래 가지고 일은 무사히 할 수 있을까? 그전에, 일은 대체 언제 구해?
이 글은 2017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