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 만에 밴쿠버에서 일자리를 구하다!

근데 사장이 한국인이라고?

by 무묘

집을 구하고 얼마 후 Ashley가 떠났다. 이젠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다. Jamie 언니는 영주권을 따기 위해 밴쿠버에 머물고 있던 거라 주 4~5일은 일을 했다. 언니가 일하러 나가면 집엔 나 혼자였다. 나가서 만날 친구도 없고, 공부하러 어학원도 안 갔고, 일도 안 했다. 나는 식충이로 전락하고 있었다.


일을 구해야 했다. 카페 알바 면접을 2곳 본 적 있지만 모두 떨어졌다. 운명이 아니었던 것이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일 구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온라인 지원이다. 캐나다 밴쿠버에도 한국의 알바몬, 사람인과 같은 사이트가 있다. 대표적으로 craigslist.org와 kijiji.ca다. 전화를 하거나 메일로 지원을 넣으면 된다. 두 번째 방법은 직접 찾아가서 resume를 내고 오는 것이다.


나는 첫 번째 방법을 주로 썼다. 직접 가서 이력서를 전달하는 건 소심한 나에겐 너무 고난도였다. 가서 이력서를 주고 오는 것도 어려운데 여긴 한국도 아니고 캐나다잖아! 영어로 해야 한다고!


온라인 지원에 있어서도 소극적이었다. 영어가 약하다고 생각하니 전화로 지원을 받는 곳은 우선 제쳐두고 메일로만 지원했다. 한국에서 서빙 알바를 해봤으니 그쪽에 경험이 있다는 식으로 메일과 이력서를 작성해서 어필했다. 영어로 formal한 메일을 작성해 본 경험이 없으니 구글 번역을 열심히 돌려서 작성했다. 지금이라면 챗gpt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텐데 말이다.


스크린샷 2025-12-20 150815.png 어느 카페에 지원할 때 쓴 이메일


온라인에서 일을 찾을 때 팁은 korean을 검색해서 한국어 또는 한국인을 찾는 곳을 가는 것이었다. 영어는 부족하지만 한국어엔 능통하니 경험이 없어도 내가 잘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 번은 사무직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서류 합격이 되었다. 그리고 interview 전 online test가 있었다. 잘해보자! 했는데, 테스트에는 영타도 있었고, 엑셀도 있었다. 영타는 스타크래프트 게임하던 시절, 치트키를 빠르게 쓰기 위해 익혔지만, 그마저도 200타대였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쳐서 첫 번째 테스트를 끝냈는데, 엑셀은... '그래, 나 나름 사무직에서 일하고 온 사람이야. 할 수 있어!' 했지만 이게 웬걸. 엑셀이 온통 영어다. 거기에 문제도 영어니 푸는데도 한참 걸렸다. 단축키를 좀 쓸 수 있었다면 달랐을까. 그렇게 시험을 마치고서 나중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언어가 이렇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참 당황스러웠다.



스크린샷 2025-12-20 133533.png 지원했던 카페에서 온 답장


그렇게 온라인으로 지원을 넣던 중 한 군데서 interview 제안 메일이 왔다. 방문한 적은 없지만 커피도 팔고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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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60_2017-02-14-12-41-18-648.jpg interview에서 trial까지 한날 진행됐다


밖에서 봤을 땐 꽤 큰 매장이었다. 코너에 있는 매장이라 괜찮아 보여 지원했던 곳이다. interview라고 했는데, 바로 trial까지 진행했다. 커피뿐 아니라 간단한 식사도 판매하고 있었다. 일하게 된다면 음식까지 해야 했다. 게다가 혼자서 일해야 하는 조건.


Jamie 언니는 여러 사람이 일하는 곳에서 일하라고 조언했다. 혼자서는 말할 기회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음식까지 하려면 일하기에도 힘들 거라고. 게다가 다짜고짜 트라이얼에 돈도 못 받았다고 하니 더더욱 반대했다. 그렇다. 트라이얼의 대가로 받은 건 커피와 트라이얼 하면서 만든 샌드위치였다.


허탈한 마음이 들어 카페가 위치해 있던 Denman street를 쭉 따라 걸어 English Bay Beach로 갔다. 그렇게 바다를 보며 멍 때리고 혼자 앉아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무언가를 건넸다.



C360_2017-02-14-14-27-45-383.jpg English Bay에서 받은 뜻밖의 선물


Smile :) You are beautiful! 이라고 적혀있는 엽서와 빨간 꽃을 받았다. 그렇다. 오늘은 바로 밸런타인데이였다. 이런 소소한 이벤트가 있다니 너무 감동이잖아. 우울했던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그래, 다시 힘내서 좋은 직장을 찾아보자!




온라인으로 job을 구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다운타운 내에서 구하려고 했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을 구하자니 지원할만한 데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을 쓰기로 했다. Hiring 공고가 붙어 있는 곳에 가서 resume를 내고 오는 것이다. 물론 공고가 붙어있지 않아도 내가 일하고 싶은 곳에 가서 resume를 내고 와도 된다. 이곳 문화가 그렇다더라. 필요한 때에 불러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면 무기한 기다려야 할 수 있는 것이 단점이지만.


C360_2017-02-22-13-06-26-911.jpg Jamie 언니와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건너편에 있는 Blenz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Jamie 언니와 어느 카페에 앉아 티와 케이크를 먹는 날이었다. 언니가 맞은편에 있는 blenz 카페에 넣어보라고 했다. Blenz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카페 프랜차이즈였다. 캐나다 프랜차이즈인 Timhorton은 조금 빡세다고 들었고, Starbucks는 한국에서도 일할 수 있는 곳이라 피하고 있었는데, Blenz는 뭔가 괜찮아 보였다. 현지 느낌이 물씬 났달까.


그래서 언니의 조언대로 블렌즈에 지원해 보기로 했다. 카페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 번을 시뮬레이션했는지 모른다. 영어로 "여기 매니저 있니? 나 여기서 일하고 싶어."라고 말하고 만약에 없다면 resume를 건네면 된다. 매니저가 있다고 하면 면접까지 볼 기회를 잡아야 했다.


다행히 블렌즈에는 매니저가 있었고, 바로 interview를 볼 수 있었다. 카페 경험이 없지만, 한국에서 다양한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을 어필했다. 준비해 온 부족한 영어로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며칠 뒤 trail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근데, 한국어?


Screenshot_2017-02-28-22-54-01.png 블렌즈 트라이얼 제안 문자를 받았다


Jamie 언니에게 인터뷰 합격 소식을 전하면서 물었다. "근데 여기 매니저가 한국인이던데요?" "응, 알고 있어." 알고 보니 그곳은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블렌즈였고, 매니저도 한국인. 그래서인지 몰라도 일하고 있는 part time 친구들도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언니는 우벤유에 올라왔던 공고를 보고 나에게 조언을 해줬던 것이다.


이거... 예상했던 캐나다 생활과는 다르잖아? 한국인 사장이라니!





이 글은 2017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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