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생의 사랑을 약속해도 여전히 지하철에서 만나는 훈남에게는 한번 더 눈길이 간다.
나는 몰랐다. 인생의 동행자가 생기면 생리적으로 호르몬 작용이 바뀌며 눈이 덜 갈 줄 알았다. 조르바도 나처럼 이렇겠지? 생각하면 앗차 싶다.
여전히 출근길에 곽진언의 <나랑갈래>를 들으며 매번 가사를 쓴 사람의 절박한 상태를 상상하고 감정을 이입한다. 그러다보면 가끔 명치끝이 아픈것도 여전하다.
내 마음을 그대로 써놓은 것 같은 책의 한구절을 읽고는 잠시 지나간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때의 장면들을 떠올리는 것도 여전하다.
잘 살고 있으려나? 하고 궁금해하고 만다.
다만 더이상은 퇴근길에 충동적으로 누군가와 약속을 잡거나, 문득 가보고 싶은 장소에 가는 일은 주저하게 되었다.
그리고 불현듯 떠오른 그리운 사람에게 카톡이나 전화도 하지 않는다.
퇴근을 하면 우리엄마아빠만큼은 아니지만 내 모든 면을 잘 알고 이해하여주는 관대한 나의 편이
매일 같이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물어준다.
부산했던 마음이 가라앉는 순간.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201608 지난 여름
#mooninsun
#그리고요가하는일상 #꾸준한그림
오른팔의 지우개 얼룩이 지워지지 않아 마음이 슬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