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년 전,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번쩍 하고 빛나던 스물아홉의 당신.
십년 전, 건강한 육체로 펄떡 거리며 빛나던 스물넷의 당신.
십오년 전, 열아홉의 아무런 두려움도 없던 당신.
나는 삼십대 중반이 되어도
그때의 당신이 그립습니다.
나처럼 아저씨가 되어버렸을까.
나처럼 살도 폭폭 찌고
주위 신경 안쓰고 큰 소리로 말하고 크게 웃는,
인도 한 복판에서 슬쩍 뒤를 돌아보고 퐁퐁 방구를 뀌는
빤빤한 아줌마가 되어버렸을까.
봄 바람에 생머리가 폴락폴락 날리던 열한살의 당신,
빗자루를 마이크 삼아 교탁 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당당한 열아홉의 당신,
취하면 모래 사장을 기어다니며 바닷가를 앞에 두고 울부짖던 팔딱 거리던 당신,
사회에 나와 좌절 앞에 주저앉은 나에게 담백하고 따뜻한 위로를 꾸준히 전해주던 당신.
나는 가끔은 당신들이 떠오릅니다.
그때의 당신 옆에 있던
순진하고 용감하며 그럼에도
자존감이 약해 더 나아가지 못하던
나를 자주 떠올립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까?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전해주던 장점만을 전해주는
사람 곁에서
나는 행복하고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가끔은
그리운 마음 정도는 괜찮다, 생각하며
옛날의 당신을
그리고 나를
떠올려 봅니다.
20180124
벌써 십년 전, 2009년에 그린 그림
#mooninsun
#그리고요가하는일상 #꾸준한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