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가깝게 한다면, 거짓말 하나쯤
나는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계절은, 놀랍게도 햇살보다도 그림자 쪽의 기억이 더 짙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친구에게 아주 작은 거짓말을 했다. "난 괜찮아." 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말해버리면 깨져버릴 것 같은 감정을 입술 안에 꾹꾹 눌러 담았다.
김애란의 소설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은 그 시절의 내 안쪽을 조용히 건드렸다. 고등학생 지우, 소리, 채운. 세 명의 아이가 '거짓말 하나'를 품고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지우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도마뱀 '용식'을 돌보며 고요하게 애도하는 아이. 소리는 마음속 상처를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그림이라는 틀 안에 감정을 감추는 아이이다. 채운은 가족의 붕괴 속에서 무너져가던 중 소리의 ‘앞으로 남은 시간’이라는 말에 이상하게도 기대게 되는 사람이다.
이 아이들은 ‘거짓말’이라는 작은 껍질을 통해 서로를 조심스럽게 알아간다.
책장을 넘길수록, 생각했다. 거짓말은 늘 나쁜 걸까?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악의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 한 말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거짓말’이라고만 불러야 할까?
작가님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감정의 골짜기를 극도로 세밀한 언어로 비춘다.
"누군가의 눈동자에 빛을 새겨 넣을 때, 붓 끝에 묻은 아주 적은 양의 흰 물감"
이 한 문장에서 나는 멈춰 섰다.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건, 세상을 얼마나 애틋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걸까?
방학이 끝나갈 무렵, 친구가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너, 그때 진짜 괜찮았어?"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거짓말이었어. 근데 네가 알아줘서 고마워.'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은 거짓에서 시작된 이야기지만, 결국 가장 진실한 마음으로 도착한다.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건 단지 키가 크거나 성적이 오르는 일이 아니다. 자기 안의 상처를 말할 수 있게 되는 것, 타인의 침묵을 눈치채는 것.
우리는 모두 거짓말 하나쯤 품고 살아간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쁜 사람이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거짓 하나 때문에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다는 걸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혹시 누군가에게 아직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천천히 꺼내 보기를.
당신의 그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오래 기억될 진심이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