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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km의 명상

by 책방별곡

[3km의 명상]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공원에 들어서면 공기의 결이 달라진다. 낮의 소란은 가라앉고 밤의 공원은 은근한 정적 속에서 살아 있다. 가로등 불빛이 길 위에 번져 노랗게 반짝이고 그 위를 내 발이 차례차례 디딘다. 발끝이 땅을 두드릴 때마다 작은 울림이 몸 안쪽까지 스며든다.


귀에는 내 호흡이 들린다. 일정하게 이어가려 하지만, 어느 순간 빨라졌다가 다시 고요해진다. 그 소리가 마치 메트로놈처럼 리듬을 만든다.

숨을 몰아쉴수록 입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서늘한 밤공기가 목구멍을 식히고 땀맛 섞인 숨은 묘하게 짜다.


처음 오분은 몸이 무겁다가도 어느 순간 발걸음은 둥둥 떠 있는 듯 가벼워지고 생각은 줄어든다. 오늘 쌓였던 일상의 잡음이 땀과 함께 밀려나고 남는 건 지금 이 순간의 고요뿐이다.


3킬로를 다 달리고 나면 숨은 가쁘지만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편안하다. 달리기는 내 몸을 움직이는 행위이자 내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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