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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고통의 끝에서 마주한 빛

by 책방별곡

주인공 라스꼴니코프의 고뇌와 갈등은 선과 악, 이성과 감정, 신과 인간 사이의 끊임없는 질문을 나에게 던지며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그는 극심한 가난과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고통받으며 '초인' 사상에 매몰된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를 제거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으며,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다. 하지만 살인 이후, 그의 내면은 극심한 혼란과 죄책감에 휩싸인다.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하지만, 양심의 가책과 불안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라스꼴니고프의 고뇌를 읽으며 인간 본성이 얼마나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지 다시 한번 느꼈다.

그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살인을 계획했지만, 감정적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인간이 아무리 논리적인 사고를 하더라도, 근본적인 도덕적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라스꼴니코프의 '초인' 사상은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한다.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며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경시했지만, 결국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를 깨닫게 된다.


매춘부로 나오는 소냐는 라스꼴니코프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그녀는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신앙심을 잃지 않고, 사랑과 헌신으로 그를 구원하려 한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희생은 라스꼴니코프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그를 참회의 길로 이끈다.


그녀의 존재는 인간에게 내재된 선한 본능과 사랑의 힘을 보여준다. 소냐는 라스꼴니코프에게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진정한 구원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속죄하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두 달간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이 저지르는 죄의 무게와 그로 인한 고통, 그리고 참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구원의 가능성을 짐작했다. 또한, 인간이 복잡하며 모순적인 존재라는 걸 절절히 깨달았다.


주인공의 고뇌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며, 소냐의 사랑은 인간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죄와 벌'은 단순히 읽고 덮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나폴레옹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살인을 한 주인공, 이 세상의 악은 다 그렇게 시작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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