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묵직한 한 수
영화 승부는 바둑이라는 고요한 전장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치열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연 이병헌이 있다. 그는 조훈현이라는 인물을 단순히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살아낸다. 과묵한 눈빛 속에는 수십 년의 고뇌가 깃들어 있고, 말 없는 침묵 속에서도 복잡한 감정의 수순이 이어진다.
특히 유아인과의 연기 대결은 전설적인 대국처럼 긴장감 넘친다. 유아인이 불꽃처럼 감정을 타오를 때, 이병헌은 용암처럼 끓어오른다. 그러면서도 매 장면에서 화면을 압도하는 흡인력을 보여준다. 바둑돌 하나를 두는 순간에도 손끝의 떨림, 눈빛의 흐름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그의 연기는, 과연 왜 이병헌이 ‘이병헌’인지를 증명한다.
조용하지만 강렬한 연기, 그것이 이병헌의 승부수였다.